6월이 가고 7월이 교대한다. 1년의 절반 농사가 끝나버렸다. 장마기라지만 날씨는 들쭉날쭉. 불안정한 날씨와 여유없는 일상이 과로 또는 공허감을 부르기 쉽다. 7월을 기다리는 문화예술프로그램들이 풍성하다. 빈 마음은 채우러, 꽉 찬 마음은 비우러 찾아가보자.

자연주의 피아노 거장 겨울을 연주하다
■ 조지 윈스턴 내한공연

자연주의 피아노의 거장 조지 윈스턴이 로 한국을 찾아온다. 지난해 내한 때 `서머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봄과 여름의 정서를 가진 곡들을 선보인 그는 올해 공연에서 겨울의 기운을 담은 곡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국내에서만 100만 장 이상 팔린 앨범 `디셈버(December)`에 수록된 `댕스기빙(Thanksgiving)`을 비롯해 `어텀(Autumn)` `포레스트(Forest)`, `몬타나(Montana)-러브 스토리(A Love Story)`에 담긴 곡들을 주로 연주한다. 덤으로 피아노 뿐 아니라 수준급의 하모니카 연주, 1860년대 하와이의 전통 기타 스타일인 `하와이안 슬랙 키` 기타 연주도 선보인다. 조지 윈스턴은 자신을 `전원적 포크 피아노 연주자`라고 칭하는 음악인.

전통 민요에서부터 블루스, 재즈 등을 넘나들며 자신의 고향 몬타나의 대자연을 음악적 소재로 활용해 왔다. 1998년 내한 당시에는 IMF구제 금융으로 실직한 한국인들을 위해 공연 개런티 전액을 `실직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기탁하는 등 국경없는 자선활동에도 앞서고 있다.

현재 조지 윈스턴은 라는 두 가지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를 투어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05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를 선사하는 것이다. 내달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 548-4480

신연극 100주년 기념 기획첫작품
■ 연극 <달이 물로 걸어오듯>

신연극 100주년을 기념해 산울림 소극장이 기획한 ‘연출가 대행진’의 첫 작품으로 선정된 연극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무대에 오른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인류 최초의 키스>,<웃어라 무덤아>를 쓴 고연옥의 희곡으로 <고도를 기다리며>의 임영웅이 연출한다.

임신 중인 여자가 남편에게 자신이 살해한 시체 두 구를 보여주고, 남편은 아내를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자수한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자신을 잔인한 폭력 남편으로 몰아가는 아내를 보며 충격에 빠진 남편은 진실을 밝히고야 만다. 형이상학적이고 어려운 주제를 평범한 서민이 등장하는 살인사건을 통해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아내와 함께 자신의 의붓어머니와 그 딸을 살해하고 암매장했던 한 남자의 실화를 소재로 불신의 시대, 흔들리는 사랑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내달 27일까지. 산울림 소극장. (02) 334-5915

배우 2명과 피아노 반주로 객석 압도
■ 뮤지컬 <쓰릴 미>

2007년 국내 초연되어 화제를 모은 뮤지컬 <쓰릴 미>가 다시 돌아왔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희대의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국내 초연 소극장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 94%로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나’와 ‘그’가 등장하여 두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이 작품은 90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두 명의 배우와 한 대의 피아노 반주만으로 무대와 객석을 압도한다.

연인 혹은 공모자라는 이름의 두 남자는 90분 내내 서로를 향한 애정과 증오,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공포 등 여러 감정적 변화를 표현하며, 피아노 연주는 공연 내내 끊이지 않고 관객을 더 큰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배우 류정한, 김무열을 비롯 김우형, 김동호, 이창용 등 새로운 얼굴이 가세해 더욱 숨 막히는 긴장과 전율의 무대를 선사한다. 10월 12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02) 501-7888

내면과 일상의 모호한 것들을 표현
■ 전혜원 개인전 <창백한 기억의 조명>

제18회 부산청년미술상을 수상한 전혜원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양화가 전혜원은 지난해 갤러리 A story의 기획전 '베이징 프로젝트'의 참가작가로 선정돼 중국 베이징의 페이쟈춘(费家村)에 마련된 창작공간에서 창작에 전념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자신이 겪은 모호한 상황과 그 속에서 느낀 모호한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는데서 출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천진난만함을 잃어버린 작품 속 소녀를 통해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혹은 현실의 모습을 내비친다.

그늘이 느껴지는 무표정함 속에서는 행복의 욕구를 거세당한 듯한 현대인들의 무기력한 삶과 의무화 된 노동이 언뜻 암시되기도 한다.

감정없는 사이보그같은 서커스장의 피에로들 역시 <소녀>연작 속 소녀상과 유사한 이미지를 갖는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일상의 도처에 존재하지만 명쾌하게 규명할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고 표현하려 한다. 내달 3일부터 20일까지. 갤러리 A story. (02) 512-5257

왜곡된 한국 근대사의 재구성 시도
■ 박찬경 개인전 <신도안>

지난 21일부터 올해 세 번째로 에르메스 코리아가 선보이는 박찬경 개인전 <신도안>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회는 '계룡산 문화'에 대한 우리의 역사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주목하고 미신적 세계와 그러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신도안은 예언서인 격암유록, 정감록에서 계룡산 신도안 지역을 조선왕조가 끝난후 신도읍이 될 것이라고 예언되었던 마을이다. 그리고 일제시대 동학 등의 유토피아 종교, 사상이 대두되면서 각종 신종교와 무속신앙의 메카가 된 중심지다. 작가 박찬경은 두려운 낯설음과 숭고함에 대한 탐구과정으로서, 왜곡된 한국의 근대사에 대한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도안 기록 사진과 신도안 스틸, 영화, 그리고 건축 모형 ‘신도안의 집’ 등이 선보인다. 실제 존재하는 신도안의 사진 기록과 텍스트들을 근거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러닝타임 45분 가량의 중편 필름. 8월 17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 (02) 3015-3248

한국 대표 화랑가의 명성 찾기 프로젝트
■ 제2회 인사미술제 <미와 추의 사이>

인사동의 대표적인 미술 축제로 등장한 인사미술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문화객들을 맞는다. '미와 추의 사이(Between the Beauty and the Grotesque)'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인사미술제는 인사미술제 운영위원회가 주최, 한국의 대표적인 화랑가 인사동의 예술적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열린 제1회 '단순과 복잡(Simplicity & Complexity)'주제전에 이어 이번 행사에는 가람화랑, 관훈갤러리, 선화랑 등 약 17개 화랑이 참여한 가운데 김창실 선화랑 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국제평론가협회 부회장인 윤진섭 호남대 교수가 커미셔너로서 전시 총기획을 맡았다.

전시작으로는 김준, 박소빈, 박수만, 기대용, 강제욱 등 센세이셔널한 작품들로 주목받고 있는 총 52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걸린다. 독특한 관람 형식도 특징. 화랑들의 위치가 명기된 약도를 들고 방문객들이 화랑을 순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사동 곳곳에 포진한 화랑들과 작품 감상 뿐 아니라 전통음식점, 찻집 등 인사동 특유의 문화적 전통과 향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미술축제다. 내달 7일부터 18일까지.

인사동 소재 가람화랑, 갤러리고도, 관훈갤러리, 김영섭 사진화랑, 남경화랑, 노화랑, 동산방화랑, 모인화랑, 백송화랑, 본화랑, 선화랑, 세종화랑, 갤러리 아트싸이드, 갤러리 우림, 윤갤러리, 인사갤러리, 하나아트갤러리에서. 010.4762.8105

◇ 문화단신

▲ 국립 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모집 - 창동·고양 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할 의욕적이고 유망한 작가를 공개 모집한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 창작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모집 인원은 창동 스튜디오 장기입주 9명, 단기입주 12명. 고양 스튜디오는 각각 15명과 8명. 모집분야는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뉴미디어 등 미술 전 분야. 내달 11일에 신청마감한다.

온라인, 방문, 우편접수 모두 가능. 9월 10일 선정자 발표. 국립현대미술관. (02) 2188-6033 ▲ ‘유아국악어깨동무’ 참가신청 접수- 국립국악원의 어린이 국악체험프로그램. 본 행사는 9~10월중 실시되며 공연과 국악체험, 국악박물관 견학 등으로 구성돼 있다. 5~7세 이상 어린이 대상, 26일부터 온라인 선착순 신청접수. (02) 580-3059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