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한 분위기·감미로운 목소리 강화고별 콘서트로 팬과 이별의 아쉬움 함께해

군 입대를 앞둔 남성 가수들이 앨범을 내는 것이 유행처럼 돼 버린 이때. ‘발라드 왕자’ 성시경의 목소리는 유난히 애틋하다. 메마른 입술로 담담하게 읊조리듯 불러내는 이별 노래가 6집 앨범에 오롯이 담겼기 때문이다. 1일 춘천 102보충대로 향한 그가 남긴 이번 앨범에는 자신에게 혹은 자신의 팬들에게 묵혀두었던 이야기가 가득하다.

입대를 일주일 정도 앞둔 성시경은 “3분짜리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처한 상황하고 다들 겹쳐진다고 하는데 그건 사람들이 그렇게 봐서 그런 것 같아요. 따져보면 곡을 주신 분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별 노래밖에 안주더라고요(웃음)”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안녕 나의 사랑>은 성시경에 독백처럼 느껴지는 곡이다. 팬들에게 그간 하지 못했던 마음 한 자락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군 입대라는 상황 때문에 노래의 제목이 작위적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 여기에 ‘나 없을 때 아프면 안돼요. 바보처럼 자꾸 (울면 안돼요) 괜찮을거야. 잘 지내요 그대 안녕’같은 가사까지 더해지면서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곡을 찬찬히 들어본다면 선입견에 불과했음을 금새 깨달을 수 있다. 밝고 깨끗한 기타 선율에 차분한 성시경의 음색은 우울하거나 서글프지 않다. 여기에 공동작곡자 란에 성시경 옆에 유희열이라는 이름 석자를 발견한다면 토이의 <뜨거운 안녕>의 멜로디와 비교하며 듣는 재미도 있다.

“(유)희열이 형을 만난 건 가장 큰 행운 중에 하나죠.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람이에요. 머리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쿵딱쿵딱하면서 통속적인 리듬을 사용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느낌을 주거든요. 선수들은 들어보면 알아요. 혀를 내두르기 딱 좋죠. 이번에 처음으로 공동 작곡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성시경은 군 입대 전 마지막 앨범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강화했다. 일렉트로닉 리듬이 대세를 이루며 한 번 들으면 리듬과 가사가 귀에 쏙 꽂히는 속절속결형 노래들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피아노와 기타 등 어쿠스틱한 분위기에 자신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맞췄다. 유희열 김현철 김광진 노영심 정재형 정지찬 등은 성시경의 앨범에 직접 참여해 ‘마지막 아날로그 형 발라드 후배’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성시경이 음악적 선배라고 주저없이 꼽는 뮤지션들이다.

“요즘 노래를 들어보면 비주얼하고 같이 봐야 노래가 완성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템포도 빨라졌고요. 그런 노래들에 비해 제 노래는 밋밋하고 어딘가 비어 보이죠. 하지만 이런 노래들도 소비가 돼야 한다고 봐요. 다양한 노래들이 어울리면서 소개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성시경은 이런 음악을 ‘삐삐’라고 표현했다. 모두가 휴대전화를 이용하지만 어디엔가 삐삐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자신의 음악에 대입했다. 모두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변해가지만 고집스럽게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가고 싶어했다. 성시경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정수를 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거듭 반복했다.

성시경은 인터뷰를 정리하며 “나이 어린 선임병들이 노래 시키면 열심히 해야겠죠?”라며 애써 태연해 보였다. 하지만 멍하게 하늘을 응시할 때면 군입대를 앞둔 남자의 쓸쓸함이 엿보였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강제된 이별 그리고 2년의 활동 공백에 여유로울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성시경은 28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있었던 고별 콘서트로 얼마없던 여유마저 모두 털어버리고 전투복을 입었다.

“하루에 수 백 명이 군대 잘 다녀오라고 해요. 차분하게 혼자 앉아서 정리할 시간을 애초에 없어요. 전 아직 실감도 안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죠. 다들 걱정해 주고 안쓰러워 해주는 건데 싫다고 말도 못해요(웃음). 유난을 떨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김성한 기자 w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