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사진이라는 장르에 대한 통념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것도 다양한 방법으로 혼란에 빠뜨린다. 사진이 사진이었다가, 조각이었다가, 회화였다가, 그 모든 것들의 종합체였다가, 그렇게 변화무쌍하게 탈태한다. 기획자의 말대로 허구와 실재 사이를 넘나들며 미술적 유희를 벌인다. 이는 사진에 개입될 수 있는 광대한 영역 중 빙산의 일각이다. 산뜻한 충격을 남긴다.

서울 두산갤러리에서 사진전 <메타 픽션(Meta Fiction)>이 열리고 있다. 개성이 뚜렷한 젊은 사진작가 다섯명을 주축으로 기획, 구성된 전시회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사진을 통해 환영과 피부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이들”이라고 이들을 지칭, “사진이란 매체를 공유하지만 이들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나 개념의 도상화가 아니라 사진이란 매체 자체를 질문하고 사진이 구체적인 실세계를 담아내면서 그것이 평면 위로 안착되는 과정에서 일으키는 지각 체험을 문제시하고 있다 ”고 중심점을 짚었다.

이러한 작업을 “기존의 장르개념에서 벗어나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창조성으로 이어지는 시도”로도 평하고 있다.

작가들이 펼치는 허구와 실재 사이에서의 유희는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드러난다. 참여한 이들은 구성연, 권정준, 유현미, 장유정, 주도양. 한국의 영 아티스트 명단에 오른 주목받는 청년작가들이다. 구성연은 이미 존재하는 피사체를 옮겨 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들고 조작한 것을 촬영한다.

즉 스스로 피사체를 만들어 생명체로 형상화한 뒤 이를 ‘증명사진’처럼 기록한다. 모래는 그가 특히 애용하는 재료다. 권정준의 작품은 기하학에까지 손을 뻗는다.

작품 ‘귤’을 통해 실제의 귤을 여섯각도에서 찍어 이를 그대로 붙인 뒤 직육면체로 만든다.

그리고는 이 ‘입체화된 평면들의 조합’인 직육면체를 마치 실제 귤 껍질을 벗기듯 다시 주변에 껍질을 늘어놓으며 입체의 실체를 해부해보인다. 작품 ‘사과’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사과를 직육면체로 재구성, 네 개의 사각 토막으로 잘라보이기도 한다. 작가 유현미의 방식은 더욱 복합적인 ‘크로스오버’에 근접한다.

조각과 회화, 사진의 세 장르를 독창적으로 배합,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관객으로하여금 금을 긋기 어렵게 만들어놓는다. 장유정은 이에 더해 설치의 장르까지 다가선다. 작가적 의도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일상적인 공간의 한 부분을 선택해 촬영한 뒤 여기에 그림자나 빛을 강조한 회화기법을 얹어 그림처럼 보이게 한 뒤 다시 사진으로 찍는다.

회화와 사진 장르가 지닌 본질을 까발려놓은 채 가상과 허구의 공간적 존재를 도마 위에 올린다. 주도양은 독특한 원구형 표현방식을 채택, ‘사진의 한 눈 보기를 다차원적으로 접근’하려 시도한다. 기존 방식의 사진 표현기법을 당연시하고 이에 길들어있던 사물의 들여다보기를 뒤흔들어댄다.

굳지 않은 사고가, 예술이 세상을 바꾸어놓는다. 기존 방식에 안착하지 않고 부단히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찾아나서는, 신개척지를 향한 이들 젊은 작가의 도전적인 시도는 힘차고도 미덥다. 고정관념에 온 몸을 맡긴 게으른 현실에서는 더더욱 환영할만한 일이다. 17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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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