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영화업그레이드 된 액션과 탄탄한 스토리, 무한감각의 연출력이 뒷받침

영화는 편의상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간편한 이분법은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다. 조선일보영화팀의 표현을 빌면 전자는 “짧은 시간의 집중적인 쾌락”을 제공하고 후자는 ‘쉽게 휘발하지 않은 여운“을 선물한다.

필자는 첫 경험처럼 기억 속에 각인된, 쓰지만 몸에 이로운 건강 식품같은 영화와 은행창구에서 업무상 대하는 고객 같은, 입에 잘 맞지만 건강에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컵라면 같은 영화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는 나름대로 존재 가치가 있으며 인간의 삶에 일정한 도움을 주고있다는 사실은 늘 긍정한다.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아닌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는 불친절한 영화와 관객의 소극적인 참여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친절한 영화로 재명명된다.

이분법에 기대 더 언급하자면, 앙드레 브루통과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한 로제 카이유와에 의하면 아름다움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인간이 자연에서 찾는 아름다움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 스스로 노력으로 창조한 아름다움’이다.

예술영화가 지향하는 것은 야생화가 만들어낸 자연의 장관을 대면하는 기쁨이다. 대중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조경회사가 잘 만들어놓은 인공 수목원이 주는 화려함과 정교함이다. 비할리우드 지역의 영화가 고유한 공간과 자연을 카메라에 충실하게 담으면서 인간의 감정을 만들어내지만 할리우드영화는 상상력의 지도에 들어있는 항목을 만들어내면서 시각적 만족감에 기여한다.

할리우드는 단연 인간의 노력으로, 테크놀로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존재하지 않은 세계의 건설로 관객의 지지와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한다. 이때 영화가 지향하는 것은 보다 화려하거나 충격적인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일이 된다. 이 작업이 성공적이면 관객은 관람할 곳이 많은 박물관에 방문한 기분이 들 것이다.

감독보다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더 강조된 영화인 <원티드>는 분명 지나치게 스펙터클에 방점을 찍은,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다. 이 영화의 친절함은 두 가지에 집중된다.

하나는 이야기 구조의 선명성이다. 심지어 두 시간의 상영시간이 주는 지루함은 덜어주기 위해 일부와 이부로 이야기를 이등분하여 관객의 관람편의까지 돕는다. 전반부는 회사원 웨슬리가 킬러의 일원이 된다.

그리고 그의 임무를 수행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자신의 여자친구를 동료직원에게 까지 빼앗긴 무기력한 그가 킬러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얼굴도 본적 없는 자신의 아버지가 암살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상대 킬러를 죽이는 운명적인 임무를 수행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킬러가 자신의 부친이라는 사실과 부친을 죽이도록 암살단에 의해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후반부는 운명의 심판자라는 암살단에 대한 자신과 부친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수동적인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두 번 태어난다. 한번은 무기력한 회사원이 인간 병기로 거듭나는 전반부이며 또 한번은 암살단으로부터 몸을 피하라는 주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그들과 맞서는 능동적 인간이자 불의를 수정하려는 영웅적 면모로 태어난다.

웨슬리는 세계최고의 암살조직에 대항하여 홀로 싸움을 시작하고 그 싸움의 승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비로소 찾게 된다. 평범한 회사원이 킬러로 변신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영웅이 된다는 영웅서사와 동격이다.

다른 하나는 성공적인 스타 마켓팅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미지를 차용한다. 졸리는 <툼레이더>의 전사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에서 보여준 치밀한 킬러를 합성하여 <원티드>의 폭스라는 캐릭터를 완성한다.

안젤리나 졸리는 고액의 출연료를 받은 할리우드 스타답게 난이도 높은 액션연기로 관객의 시각적 즐거움을 배가시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만약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만 소홀했다하더라도 이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리스트 말단에 겨우 기입될 정도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여기에 신인 감독답지 않은 액션 연기와 추적 장면은 이 영화의 대중성을 배가시키는데 일조한다.

홍콩영화가 오우삼이 만든 비둘기가 나는 장면과 세 명의 킬러가 서로를 조준하는 장면으로 진일보했다. 다소 과장하자면 할리우드 액션영화는 <원티드>로 인해 표현의 영역이 한 발 더 넓혀질 것 같다. 총격 장면과 추격 장면은 진일보한 액션 장면이다. 총격장면은 킬러가 쏜 총알을 주인공의 총알로 막아내는 과장된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현실에서 부재하지만 상상의 영역에서 가능하다. 추격장면은 액션영화에서 핵심장면이다. 킬러와 주인공 폭스(안젤리나졸리 분)의 추격전에서 자동차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회전하면서 넘어가며 달리는 열차 안으로 자동차가 끼어든다.

묵은 주장인 ‘통신과 교통 수단의 발달이 인간의 손과 발의 기능을 확장시켰다’는 말이 있다. 이 영화는 총이 칼처럼 사용되고 자동차가 인간의 몸처럼 사용하여 고유한 용도의 한계를 무한하게 확장하였다.

영화는 두 번 태어난 것 같다. 한번은 눈에 보이는 움직이는 현실을 필름으로 재현하였던 1895년 초창기 영화로 태어났다. 두 번째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상력의 세계에서는 존재하는 현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해냄으로서 거듭났다.

특수효과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특수효과는 스펙터클을 완성하였다. 특수효과의 무한한 확장은 영화 역사를 새로 작성하게 할 것 같다.

안젤리나 졸리는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의 여느 영화들처럼 단순한 CG나 특수효과가 아닌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한 액션 세계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 영화의 장점을 요약해준다. 하지만 한 가지 추가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러시아에서 할리우드로 진출한 티무르 베르맘베토크 감독이 보여준 연출력에 밑줄을 그어야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연출력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9: 1의 비율로 배합한 <원티드>의 제작으로 할리우드 제작자에게는 우수한 점수를 받게 될 것 같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문학산 cinemh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