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의 새 트렌드 제시

각양각색의 음식들을 차려 놓고 마음대로 가져다 먹는 뷔페!

수년 전 국내 뷔페 레스토랑에 ‘오픈 키친’(Open Kitchen) 바람이 불었다. 말 그대로 뷔페이면서도 주방이 오픈 돼 있다는 의미. 조리사가 ‘공개된’ 주방에서 음식들을 바로 만들어 준다는 점 때문에 손님들이 몰려 들었다. 그냥 놓여진 음식들만을 갖다 먹는 종전의 뷔페와는 전혀 다른 맛과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뷔페의 혁신’으로 떠오른 ‘오픈 키친’ 콘셉트는 지금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아니 정확히는 ‘지금까지만의’ 트렌드가 돼버렸다. 최근 웨스틴조선호텔이 뷔페의 새로운 트렌드를 또 다시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지하 로비에 새로 문을 연 뷔페식당 ‘아리아’. 이 곳 또한 오픈 키친 뷔페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하나 더! 오픈 키친에서 일하고 있는 조리사들이 손님들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라이브 뷔페 레스토랑’. 조리사들이 ‘열린 공간’에서 손님들과 많은 대화를 생생하게(라이브) 나누는 식당이란 의미에서다. 그래서 웨스틴조선은 새 뷔페에 ‘라이브’란 이름을 부여했다.

“울릉도에서 나는 장아찌인데 고기와 쌈을 싸서 먹으면 맛있습니다.” “잔치국수와 낙지볶음을 섞어 보세요. 이 나물도 손님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조리사들은 음식들을 앞에 놓고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손님들에게 적잖은 충고(?)를 건넨다. 요리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가끔은 주방에서나 알 수 있는 ‘특급’ 내용들도 제공된다.

늘 주방에만 ‘갇혀’있는 조리사들. 손님 서빙은 홀 직원들의 몫이고 조리사들은 ‘뒷전’에서 묵묵히 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리아는 조리사들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주방의 문을 열고, 주방을 더 홀쪽으로 가깝게 당기고, 그리고 조리사들을 홀(Hall)로 내보내기까지 한 것.

“평소 같으면 인기 없을 밑반찬들도 많이 가져 가십니다. 조리사가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해 주니 음식이 새롭게 보이는 것이겠지요.” 주방을 본다는 측면도 있지만 주방과 교감한다는 점에서 뷔페 레스토랑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래서 조리사들도 ‘아주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 한달 여에 걸쳐 서비스와 라이브 뷔페의 콘셉트에 대해 엄격한 훈련과 실습을 치른 것. 평소 같으면 음식 만드는 일만 연습했을 텐데 이례적인 교육내용 임에는 틀림없다.

해산물 곡물 그릴 등 10가지 주제별로 나뉘어진 아리아는 1개의 레스토랑에서 10개의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공간임을 내세운다. 음식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특히 인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안 요리가 고정메뉴로 배치된 것 또한 이색적이다.

새하얀 색상이 돋보이는 실내 인테리어는 레스토랑 전문가인 아담 티아니가, 조명은 아이소매트릭스의 아놀드 첸이 맡아 글로벌한 이미지를 표현해낸다. 혹시 이용 고객들 중에 조리사들로부터 ‘라이브’한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면 얘기를 나눌 기회가 미처 없었거나 아님 서비스 교육이 부실한(?) 때문이라고 탓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아리아 (02)317-0357 점심 4만7,000원, 저녁 5만2,000원(세금 봉사료 별도)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