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포크 아트 록뮤지션자연 속 원 포인트 동시녹음 시도"대중음악 예술의 경지로 승화" 찬사 받으며 조기품절

김두수는 국내 유일의 아트 포크 록 뮤지션으로 평가받는다.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장의 비범한 창작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활동을 계속하는 국내 뮤지션 중 자신의 모든 정규앨범을 아날로그 LP음반으로 발표한 유일한 아티스트다. 그만큼 따뜻한 아날로그 사운드에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인 김두수의 가락은 매력적이다.

그는 일반대중이 기억할만한 변변한 히트곡도 없다. 분명 그의 이름 석 자는 한국대중음악계에서 비주류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그는 기존의 대중음악 구조에서 한참을 빗겨나 있는 다른 차원의 가수다. 그의 노래는 한편의 시처럼 자연에 대한 찬미와 인간의 이상향을 느릿느릿 관조하기에 그다지 흥도 나지 않는다.

떨리듯 미세하게 흔들리는 독특한 바이브레이션 창법과 신비로운 기타 소리는 고요한 공간을 나비처럼 흐느적거린다. 하지만 철학적이고 아름답게 조탁된 노랫말과 신비롭게 편곡된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름답다.

독특한 김두수표 바이브레이션 창법은 해독제조차 없는 중독성을 품고 있으니 조심해라. 일단 그의 음악에 중독된 청자는 한동안 그의 음악에서 헤어나지 못할 각오를 해야 된다.

지금은 5집 [열흘나비](2007년) 발표 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1991년 3집 [보헤미안] 이후 11년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져 한때 ‘신비의 가수’, ‘운둔의 가수’로 불리기도 했다. 강원대 대관령 왕산의 산골짜기에서 사경을 넘나들게 한 경추결핵과 싸웠던 공백기는 그에겐 절치부심의 시간이었다.

오랜 공백은 오히려 자기 음악완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미덕을 발휘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30-40곡의 창작곡으로 무장했다. 원래 앨범 제작자는 한국 언더 포크의 전설적인 음반으로 규정된 김두수의 3집 복각을 위해 그를 찾았다가 기막힌 타이밍으로 신보를 제작하게 되었다.

앨범제작은 10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김두수의 보컬과 기타 연주는 대관령 왕산 돔 집에서 홈 레코딩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추후 아코디언 심성락을 비롯해 기타, 첼로, 드럼, 퍼커션, 신디사이저 등 다양한 악기소리가 추가로 더빙되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이 앨범은 특이한 시도를 품고 있다. 자연 속 원 포인트 동시녹음이다. 음반에는 ‘들꽃’ 한 곡이 수록되었지만 원래 총 6곡을 녹음했다. 하지만 녹음 중에 개 짖는 소리 등 자연 그대로의 잡음이 들어갔고 세션맨들과의 불협화음도 문제였다.

녹음 중에 2명의 연주자가 김두수 음악과 색깔이 맞지 않아 도중하차했고 기타연주자는 3박4일간의 합숙 녹음에 질려 자진 퇴장을 하는 난항을 거듭했다. 옛날 가요 스타일로 처리된 1차 믹싱 음원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엔지니어로 교체되어 완전히 뒤엎는 사태까지 겪었다.

이처럼 까다로운 제작 과정을 거쳐 총 14곡을 수록한 4집 [자유혼]이 탄생되었다. <들꽃>, <저녁강>, <기슭으로 가는 배>등 12곡은 신곡이었고 기성곡은 음악적 부족함을 보완한 <보헤미안><나비> 2곡이었다.

실험적인 연주대곡 <추상>등 새로운 곡들은 기존의 대중가요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예술적 아우라를 담아냈다. 그가 국내대중음악계에선 드문 아트 포크 록 뮤지션으로 추앙받는 이유일 것이다. cd와 더불어 365장 한정판으로 동시에 발매된 LP도 큰 주목을 받으며 조기 품절되는 성과를 거뒀다.

11년의 음악 공백은 한 장의 앨범으로 극복되었다. 오랜 은둔의 빗장을 열어 제치고 그가 들려준 노래들은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음악적 실험과 아름다운 서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 탐미적 멜로디였다.

4집은 ‘대중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극찬을 이끌어내며 그해 네티즌들에 의해 ‘올 해의 국내 대중음악 최고음반’에 선정되었고 2007년에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까지 급부상했다. 김두수. 그는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보헤미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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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