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보떼슈머' 일반화로 피부관리·네일아트 업체 급증다양한 서비스 원스톱 제공'토털뷰티숍'인기…대형 프랜차이즈 주류로 등장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 직장인 이희연(가명)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드시 피부관리숍을 찾는다. 이 씨가 피부관리숍을 처음 이용하게 된 것은 4년 전이다. ‘피부미인’이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부각되면서 그녀 역시 피부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 그러다 서른을 넘긴 후에는 피부관리숍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사로 자리잡았다.

이 씨가 피부관리숍을 찾는 주목적은 얼굴 주름을 예방하고 미백 관리를 하는 것이다. 특히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운 가을, 겨울엔 비싼 가격을 치르더라도 보습과 탄력 유지를 위해 피부관리를 거르지 않는다. 또 노출이 많은 여름에는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 주근깨를 비롯해 모공, 피지 등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에는 속눈썹 연장, 눈썹 문신, 입술색소 시술 등 이른바 ‘반영구 화장술’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이 즐겨 찾는 피부관리숍에서 이런 서비스 아이템도 새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피부관리뿐만 아니라 손발톱을 가꾸는 ‘네일아트’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한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네일아트숍에 들러 손 마사지를 받고 원하는 손톱 디자인을 한다. 요즘에는 샌들을 많이 신고 다녀 발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이 씨는 뷰티 비용으로 상당한 돈을 지출하고 있다. 피부관리는 10회 코스에 30만 원짜리, 네일아트는 10회 코스에 15만 원짜리를 주로 이용한다. 여기에 화장품과 옷을 구입하고 헤어숍에서 머리손질을 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지출액은 훌쩍 늘어난다.

사실 이 씨의 월 수입에 비해 뷰티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넘치는 감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주변을 둘러 보면 요즘 뷰티 비용으로 이 정도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성공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고, 보다 넉넉한 인생을 살기 위해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것과 외모에 투자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요. 외모도 경쟁력이니까요.”

이 씨는 요즘 말로 ‘보떼슈머’에 해당한다. 보떼슈머란 영어단어 ‘뷰티’(beauty)와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뷰티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낌없이 구매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보떼슈머는 특정한 세대나 여성에게만 국한된 소비자 트렌드가 아니다. 최근 들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는 세대, 성별, 계층 구분할 것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웰빙(well-being)의 시대를 지나 웰루킹(well-lookingㆍ외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의 양식)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진단도 내리고 있다.

이처럼 외모지상주의(lookism)가 메가트렌드로 부상함에 따라 국내 뷰티산업도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세도 매우 빠르다. 흔히 불황을 모르는 산업으로 명품산업을 꼽기는 하지만, 명품산업 역시 경기침체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뷰티산업은 ‘불패’(不敗)신화를 써 나간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내수경기가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도 뷰티산업만큼은 예외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실제 100여 개의 전국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한 신생 피부관리숍 프랜차이즈의 경우, 창사 이래 3년 동안 단 한 곳의 점포도 문을 닫지 않았을 만큼 파죽지세로 커나가고 있다.

네일아트숍 업계도 마찬가지다. 네일아트숍은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생소한 업종이었지만 요즘엔 도시지역 중산층 밀집지역이나 번화가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수도권 신도시 중심상가에서 네일아트숍을 운영 중인 김은선 씨는 “주변 상가 건물마다 네일아트숍이 두세 곳은 입점해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며 “하지만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업체 숫자는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업체를 프랜차이즈로 키워나가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고속 성장 중인 뷰티산업의 앞날에 대해서는 창업 컨설팅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낙관하고 있다. 50대 이상 중년 여성들과 청ㆍ장년층 남성들이 새로이 두터운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게 큰 호재다. 특히 외모와 패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grooming)족’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뷰티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신참 직장인 김민철(가명) 씨는 주말에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마다 헤어숍, 네일아트숍, 피부관리숍 등을 종종 찾는다. 이 커플은 커피숍이나 영화관에 가는 것보다 뷰티숍이 훨씬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뷰티숍에서는 차도 마시고 잡지도 읽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것이다.

“친구들 중에도 여자친구랑 주말 데이트를 뷰티숍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커플들끼리 같이 만나서 가기도 하고요. 요즘 ‘훈남’의 기본 조건은 우선 피부가 깨끗해야 해요.”

김 씨 또래의 남자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외모에 훨씬 관심이 많은 편이다. 호감을 사는 시대적 남성상이 ‘터프가이’, ‘얼짱’, ‘몸짱’을 지나 ‘훈남’(보기만 해도 훈훈한 남자라는 뜻)으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훈남을 꿈꾸는 젊은 남성들은 뷰티산업의 든든한 ‘신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뷰티산업은 서비스의 세분화와 복합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게 뚜렷한 특징 중 하나다. 즉 외모를 가꾸는 서비스의 종류는 보다 다양해지는 한편 그 서비스들을 한 업소에서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피부관리를 기본으로 아로마테라피 마사지, 경락 마사지, 가슴관리 등 부가 서비스를 더한다든지, 피부관리와 비만관리, 스파를 함께 서비스하는 피부관리숍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네일아트숍 역시 네일아트를 기본으로 손발 마사지, 각질 제거를 함께 하는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헤어숍도 마찬가지다. 최근 헤어숍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기존의 헤어 미용에 더해 두피 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심지어는 커피와 차, 혹은 가벼운 식사를 함께 파는 뷰티숍 형태도 점차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속마음을 겨냥한 아이디어 업태인 셈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가 한곳에서 제공되는 뷰티숍을 업계에서는 토털뷰티숍 혹은 복합뷰티숍 등으로 지칭한다. 창업 전문가들은 컨버전스 형태의 뷰티숍이 향후 업계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프랜차이즈화, 브랜드화 역시 최근 뷰티산업의 큰 흐름이다. 헤어숍 업계에서 먼저 시작된 이런 추세는 피부관리숍, 네일아트숍 업계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군소 개인업자들이 난립했던 뷰티산업이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몇몇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뷰티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화장품 업계의 성장세도 꾸준하다.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화장품 시장은 전년보다 6.2% 성장한 5조8,560억여 원에 달했다. 올해 역시 6% 가량 성장을 이어가 6조2,000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2001년 5조 원 시대를 연 데 이어 7년 만에 1조 원 이상 파이를 불린 셈이다.

특히 인터넷과 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채널이 급격히 커지면서 화장품 시장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메이저 화장품 제조업체와 수입 브랜드가 장악했던 화장품 시장이 군웅할거 시대로 접어들 조짐도 엿보인다. 가령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 씨가 홈쇼핑을 통해 선보인 ‘루나’ 브랜드는 출시한 지 2년도 안돼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현재 국내 뷰티산업의 시장 규모는 화장품, 헤어숍, 피부관리숍, 네일아트숍, 메이크업 등을 합쳐 약 10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다이어트, 성형, 패션 등 광의의 뷰티산업을 더하면 그 규모는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하다.

하지만 국내 뷰티산업은 아직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와 정면 대결을 하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엄존한다. 뷰티산업의 글로벌 강자들이 마음먹고 공략한다면 시장을 크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뷰티 전문인력과 서비스 아이템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