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전을 요구한다"장하준 · 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 · 황해선 옮김/ 부키 펴냄/ 13,000원신자유주의자 주장 반박… 금융규제 등 5가지 정책 대안제시

장하준의 경제서적은 대중성을 갖고 있다. 신자유주의과 자본, 국가에 대한 분석을 주로 하는 그의 글이 한국의 독자에게 인기 있는 현상은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선진국의 경제 발전사를 통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던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국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쾌도난마 한국경제><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같은 대중적인 경제서와 <국가의 역할>과 같은 비교적 깊이 있는 경제서까지 분석의 완급을 조절하며 대중성을 획득했다.

신간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신자유주의 외에 대안이 없다’는 영미식 자본주의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설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경제 대안이 실제로 존재할뿐더러, 이런 대안이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경제발전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공동저자로 덴버 대학 국제대학원 경제학과 교수인 아일린 그레이블이 참여했다.

책은 1,2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1부 ‘경제 발전에 대한 신화와 현실’에서는 경제 발전을 위한 신자유주의자의 주장과 내용을 살펴보고 반박한다. 저자는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자유 시장 원리를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제번영을 누려왔다”와 같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신화를 소개하고 반박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 신화를 뒤집는다.

2부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정책 대안’에서는 무역과 산업,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국제 민간 자본의 흐름과 국내 금융 규제, 거시경제 정책과 제도 등 5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사회 뜨거운 이슈인 공무원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금융 산업 재편, FTA 등 이슈에서 역사적으로 적용 가능한 반(反신)자유주의 정책을 소개하고 성과와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하준 교수의 책을 몇 권 읽어본 독자라면 신간에서 보여준 그의 분석과 주장이 이전 책에서 소개됐던 구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쉬운 부분이다.

책의 구성이 ‘제목→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 주장의 반박→ 저자의 주장과 대안제시’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중간제목과 밑줄 친 부분을 꼼꼼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본문만 읽다 보면, 논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흐름이 끊어질 수 있다. 바쁜 독자들은 책 속에 미리 그려진 ‘밑줄’을 통독하는 것도 좋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