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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기자의 문화리뷰] 뮤지컬 'See What I Wanna See'
무엇을 믿을 것인가? 관객에 답을 묻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





이 공연은 질문만 있고, 답이 없다. 어떤 결론도 짓지 않은 채 그럴듯한 예시들만 잔뜩 던져놓고 끝난다. 진실처럼 보이는 각각의 현저하게 다른 증언들. 어느 것을 믿을 것인가. 아니, 절대적 진실이 있기는 있는걸까. 진실조차 진실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귀결한다.

뮤지컬 이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상연중이다. 제목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아포리즘처럼 다가온다. 보이는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대로 믿으려는 인간의 속성을 정곡으로 찌른다. 2005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국내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공연이다.

내용은 크게 1,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외형적으로 상이한 이야기들이지만, 결국 하나의 주제로 상통하며 관객의 답을 되묻는 형태로 병렬돼 있다.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소설 ‘덤불 속에서’와 ‘용’, ‘케사와 모리토’를 원작으로 극화한 뮤지컬로, 1막의 ‘라쇼몽’은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이자 국내 영화광들에게도 필독고전의 하나로 손꼽히는 걸작을 담고 있다.

미국 센트럴 파크에서 한 여성의 강간과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이에 대한 목격자와 용의자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제각각 다른 인물들의 각기 다른 진술이 벌어진다.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강도. 여성은 여성대로 자신이 강간을 당한 후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위해 남편과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이라 주장한다. 살해당한 남편 역시 영매를 통해 다른 ‘진실’을 이야기한다.

2막 ‘영광의 날’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아간다. 믿음이 충만했던 한 신부가 미국 9.11테러사건을 겪은 뒤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와 의심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한 반발로 ‘신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시켜주겠다’며 별 의미없는 특정 일, 특정 시간을 종이에 써서 ‘이때 신의 재림과 함께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낙서같은 메모를 센트럴파크 광장에 써 붙인다. 상처입은 낙오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구원을 기다리며 엄숙한 인생을 살고자 노력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예고된 ‘재림의 시간’에 이르고, 군중과 신부는 서로 다른 결말과 맞부딪힌다.

공연은 여러모로 생경하게 다가오기 쉽다. 무대 형태도 독특하다. 객석을 향해 사방으로 트인 개방형 ‘4면무대’를 사용하고 있다. 대형 차단막을 설치해 이를 일시에 뜯어내며 1,2부를 개막하는 설정은 일종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스토리를 엮는 방법도 특이하다. 물론 원작의 형식을 활용한 형태다. 배우 김선영, 강필석, 박준면, 양준모, 홍광호, 차지연, 임문희, 정상윤 등, 300여명의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쟁쟁한 유망주들이 출연, 혼신의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다.

연출은 하비에르 구띠에레즈가, 음악은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맡았다. 하비에르 구띠에레즈는 뉴욕에서 ‘라쇼몽’,‘보이첵’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콜롬비아 연출가다. 마이클 존 라키우사 역시 세계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정통 후계자로도 알려져 있는 유명 작곡가. 이번 공연에서도 재즈, 가스펠, 타악 및 일본전통음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다. 대중성보다는 극의 메시지 전달을 위주로 한 곡들이다. 4면 무대의 특성상, 관객의 좌석 위치에 따라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을 한 눈에 모두 볼 수 없음은 다소 아쉽다.

과연 우리는 공연을 통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 혼란스러운 질문의 답은 관객의 손으로 넘어간다. 공연은 8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뒤 9월 6일부터 11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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