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선 살짝 섭섭했는데 美의 여왕 등극 기쁨 두 배"

지성과 미모. 흔히 미인의 자격은 이 두 단어로 압축된다. 여기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하면 미의 사절단, 미스코리아의 심사 기준이다. 2008 미스코리아 진, 나리 양은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단아한 외모의 그녀는 연세대 3학년의 재원이며, 수상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쁘지만 같이 고생한 친구들이 섭섭해 할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고 말해 고운 마음씨를 보였다. ‘백합’이란 뜻의 순 우리말 ‘나리’는 그녀와 썩 잘 어울리는 이름같다.

■ 순발력 있는 답변으로 갈채 받아

미스 서울 선으로 본선에 오른 그녀는 예상을 깨고 미스코리아 진의 영광을 차지해 이변을 낳았다. 최근 20년 동안 미스코리아 진의 왕관은 총 16개가 서울 진에게 돌아갔을 만큼 ‘서울 진=미스코리아 진’의 암묵적인 공식이 있어 왔던 터라 그녀의 당선은 본인도 예감하지 못했을 만큼 이례적이었다. 예상 밖의 선전에 그녀는 얼굴을 감싸고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나리 양은 “솔직히 서울대회에서 선이 됐을 때 살짝 실망하기도 했지만, 본 대회에서 진이 돼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들 너무 예쁘고 착한 후보들이 많아서 누가 될지 정말 궁금했는데 제가 되어 기쁩니다. 대회 기간, 인터뷰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 인터뷰 심사에서 잘 대답 했던 게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실제로 그녀는 최종 7명의 공개 인터뷰 시간에 똑 부러진 대답으로 많은 갈채를 받았다. 당시 그녀가 받은 질문은 “고령화 시대 노인 복지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20초의 정해진 시간에 대답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 나리 양은 “개인적 차원에서 인생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고, 정부 차원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지성과 순발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 아나운서가 꿈

“미스코리아 대회는 무엇보다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30일이라는 합숙 기간 동안 제 자신을 컨트롤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자제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안무 연습이나 바쁜 일정으로 잠을 못자는 것, 몸매관리 전부 다 힘들죠.”

몸매 관리 비결로 그녀는 필라테스를 꼽았다. 필라테스는 대회를 준비하며 몸의 유연성이나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었는데, 국제 자격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또 다른 특기는 바이올린 연주.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한 바이올린은 중학교 3학년까지 전공 수업을 받았을 정도로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갖추었다. 최근에는 취미로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나리 양은 고등학생 때 전공을 바꾸고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에 입학한 후로 회계사 시험을 준비해 왔다. 회계사 시험공부로 휴학을 하던 중 인생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자 미스코리아에 도전하게 됐다. 회계사 시험 후에는 아나운서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닮고 싶은 선배로 금나나(2002 미스코리아 진, 하버드대 졸업) 선배를 떠올렸어요. 훌륭한 지성에 미스코리아의 영광도 얻은 분이죠. 꼭 얼굴이 알려지는 일을 하는 게 미스코리아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에요. 특정 분야의 일을 잘 하는 것도 미스코리아로서 귀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방송인, 아나운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 한국의 멋 알릴 게요

미스코리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묻는 기자에게 그녀는 “미스코리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단지 수영복 심사만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대답했다. 이어 그녀는 미스코리아 심사는 지성, 교양, 인간미까지 두루 섭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수영복 심사는 보여지는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논리 정연하고 침착한 모습은 인터뷰 심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세계 미인대회에서 나리 양의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선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세계 대회를 준비도 해야지요. 일단 의사소통이 돼야 저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영어공부를 많이 할 거예요. 예전 두 달 동안 UCLA에 어학연수를 다녀왔어요. 프리토킹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합니다. 또 저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멋을 알릴 수 있는 것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