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조현화랑·대구 갤러리소헌·광주 나인갤러리 등 미술 시장에 활력소

미술 시장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미술 전시 문화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이 부족했던 지방 소도시에도 갤러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고, 운영에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써 미술품의 투자 가치가 높아지면서 지방 소재 갤러리들이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추고 문화 상품 소비 창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각 지방마다 문화적 소통 공간이 돼고 있는 갤러리들은 서울 못 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 부산에는 ‘조현화랑’이 있다.

‘갤러리 월드’라는 이름으로 화랑계 첫 발을 디딘 조현화랑은 1990년 조 현 대표가 부산 광안리 아트타운에 개관한 갤러리다. 1999년에 해운대로 확장 이전 한 후 지난해 4월 비로소 지금의 자리인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새 터를 잡았다. 이와 함께 서울 청담동에도 제2의 조현화랑을 개관하면서 운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관 당시 경남 출신의 대표 작가 ‘전혁림’의 개인전을 개최한 조현화랑은 계속해서 70년대 한국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인 박서보, 윤형근, 정창섭, 이강소 등 대표적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전시해 오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故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부산에 소개해 주목 받았다.

뿐만 아니라 김종학, 천경자, 오우암 작가 등의 구상회화 작품을 비롯해 남춘모, 김유선과 같은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도 기획하는 등 활발한 전시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작가들 뿐만 아니라 해외 작가들의 전시에도 심혈을 기울여 오는 9월과 10월에 ‘필립 꼬네’와 ‘알란 챨톤’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조현화랑이 규모와 활동면에서 두드러진다면 부산에서 가장 역사를 지닌 갤러리는 ‘공간화랑’이다. 1975년에 개관한 공간화랑은 서울에서도 열기 어려운 이중섭, 박수근, 문신, 장욱진, 이우환 등 당대 최고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해 화제를 모아왔다.

부산 해운대와 서면 두 곳에 갤러리가 있는 공간화랑의 신옥진 대표는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과 자료를 ‘기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산시립미술관에 200점, 경남도립미술관에 100점 등 수백 점에 이르고 기증 작품 중에는 이중섭ㆍ박수근의 작품을 비롯해 이우환의 ‘조응’, 권진규의 흔치 않은 목탄화, 장욱진ㆍ김창열의 초기 작품 등 값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희귀 작품들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국내 교과서에도 실렸을 정도로 유명한 모리스 유트릴로(1833~1955)의 작품 ‘성 레오날드 교회’(혼합재료, 10호, 1933년)를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해 미술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좌) 조현갤러리 외부 전경, (우) 조현갤러리 내부 전경 리안갤러리 외부 전경
(좌) 조현갤러리 외부 전경, (우) 조현갤러리 내부 전경
리안갤러리 외부 전경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또다른 화랑 ‘김재선 갤러리’는 9년 전 열린 화랑이라는 이름으로 해운대구 중동에 개관한 기획 전시 전문 갤러리다.

2006년에 김재선 갤러리로 이름을 바꾸고 연간 12차례 기획전을 가지며 얼마 전에는 119번째 기획전 <네오-갤러리 네트워크 순회전>을 마쳤다.

부산과 대구, 광주, 서울 4개 지역의 화랑이 함께 기획한 네오-갤러리 네트워크 순회전에서는 부산 설종보 작가를 비롯해 대구 김민수, 광주 조근호, 서울 정인환 작가가 최신작을 선보였다.

김재선 갤러리는 KIAF, 상해 아트페어, ACAF 등 국내외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갤러리로서의 명성을 높이고 있고, 지난해에는 부산아트센터 개관에도 협조하는 등 부산 지역 미술 애호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을 꾀하고 있다.

이어 오는 10월에는 서울에 김재선 갤러리 분관을 오픈 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 역시 지역 내 갤러리들의 굵직한 활동이 돋보인다.

‘갤러리소헌’은 1991년 대구시 중구 봉산동에 개관해 17년 동안 대구를 대표하는 터줏대감 화랑이 돼왔다.

대구 출신의 변종하 화백의 귀향 특별초대전을 비롯해 출향 및 향토 미술인들의 전시인 달구전 초대와 신예작가 발굴 육성을 위한 공모전과 기획전시에 주력하고 있는 갤러리소헌은 대구지역 내 한국화와 현대미술에 대한 보다 폭 넓은 인식을 정립시켰다.

결과적으로 이름 위주의 다소 편협한 콜렉션이 주를 이루는 지역분위기를 쇄신하고, 다양한 콜렉터 층을 형성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한 셈이다.

계속해서 갤러리소헌은 국내외 젊은 작가들을 위한 기획 전문 갤러리이자 소헌의 제2전시장인 ‘소헌 컨템포러리’를 개관하고 청년작가의 작품 활동을 적극 후원 중이다.

갤러리소헌 측은 이와 관련해 “지역성의 한계를 넘어 서울과 지방, 국내외를 아우르는 안팎으로의 소통과 확산을 꾀하고, 지역과 한국미술의 미래를 조망하는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등의 현대미술 전반을 다룰 수 있는 전문 갤러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1992년 대구 대봉동에 개관한 ‘리안갤러리’ 역시 대구 지역 문화 발전을 이끌고 있는 갤러리들 가운데 하나로 과거 시공갤러리가 모체다.

오픈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현대미술의 거장들, ‘백남준’ ‘이우환’ ‘박서보’ ‘피에르 슐라즈’ ‘장 미셀 빌모트’ 등의 대표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 오고 있고, 세계 전역 작가들과의 전시기획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유럽과 미술에 리안갤러리 해외업무팀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사설 갤러리로는 드물게 리안갤러리는 2007년 3월 대규모 전시 <앤디워홀 추모 20주년 기념전>을 개최해 1950년대 앤디워홀의 드로잉 북 작품과 판화작품, 오리지널 페인팅 등 총 65점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기간 중 국내외 관람객 4,000여명 이상이 다녀갔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최근 리안갤러리는 경남 창원에도 전시 공간을 마련해 <팀 바빙턴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문화의 도시 ‘광주’ 갤러리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나인갤러리’는 94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30~50대 작가들을 선정해 색깔 있는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1996년 <누드로 만나는 16인 전>을 시작으로 매년 15회 이상의 초대전과 12차례 기획전시를 가졌다. 얼마 전에는 부산 김재선 갤러리와 함께 <네오-갤러리 네트워크 순회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나인갤러리는 전시 외에도 광주 지역에서 유일하게 ‘아트 문화 컨설팅사업’을 진행하며 조형물 설치 사업과 함께 레스토랑, 병원, 호텔, 로비 등에 그림을 대여해주는 그림 임대업을 병행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라리오갤러리 본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아라리오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술작업들의 전시를 위하여 마련된 공간으로 기존의 갤러리들과는 달리 영화관, 백화점, 터미널 등과 함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 공간에 위치해 대중과 함께 문화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 서울과 베이징에 전시공간이 있으며 다수의 전속작가를 보유하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소장품 전시회를 여는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김창일 갤러리 회장과 갤러리 법인이 구입한 3,000여 점의 소장품 가운데 45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아라리오 서울에서는 중국의 주목받는 신예작가 왕마이 개인전을 15일까지 연다.

이에 전문가들은 갤러리의 전국화가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바라고 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