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갤러리 30주년 기념전 '지각과 충동' 27명 작가 초대8.13~8.26

고전적인 인사동 거리에 1979년 자리를 잡은, 당시만해도 다소 파격적이었던 관훈미술관이 90년대 초반 관훈갤러리로 이름을 바꾸면서 올해 어느덧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개관 기념 신예작가 12인 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관훈갤러리의 특징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다.

무엇보다 관훈갤러리가 한국 현대미술에 끼친 공적은 실험미술의 산실이었다는 사실이다. 1979년 개관 이후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는 동안 <에꼴 드 서울>을 비롯해 <레알리떼 서울>, <로고스와 파토스> 등 한국 현대미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그룹들이 이곳에서 전시를 했으며, <삶의 미술> 등 한국 현대미술 전환기에 새로운 현상을 보여준 역사적인 전시들이 모두 관훈갤러리에서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70년대 다원화적 양상을 보이던 단색화, 하이퍼 리얼리즘, 입체,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경향의 작가들이 개인이나 혹은 집단의 이름으로 이곳에서 전시를 했고, 계속해서 80년대 민중미술과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지며 관훈갤러리는 ‘집단적 미술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관훈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며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이 같은 실험과 정열의 진원지가 최초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곳이 바로 관훈미술관이었다”면서 “권대옥 관장은 가난한 현대작가들, 특히 젊은 작가들이 그들의 작업을 실험하고 정열을 뿜어낼 수 있는 절호의 공간을 마련해 준 셈이다”고 말하며, “그들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여 대관료를 절감해 주거나 어려운 처지의 젊은 작가들의 호소에 무상으로 응답하는, 독지적 온정을 베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관훈갤러리의 개관 이후 30년에 걸친 기간은 인사동 화랑가를 넘어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도 격동의 역사 그 자체였음을 알 수 있다.

관훈갤러리가 이번에 개관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지각과 충동 전>은 사물에 대한 인식과 이를 내면에서 녹여내 예술의 창조적 충동으로 전환시키는 창작의 메카니즘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청년세대 작가들의 최근 경향이 잘 나타나 있다. 뿐만 아니라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에 이르는 작가 27명을 초대한 이번 기획전은 회화, 설치, 사진, 영상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 참가하는 작가들이 발산하는 작업의 스펙트럼 또한 모두 27개의 서로 다른 색채로 이루어진다.

한편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그 기념전으로 기획 초점을 신세대에 맞추었다고 하는 사실은 초창기 개관기념전의 성격을 다시 표방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다. 아울러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고 있는 화랑가의 현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관훈갤러리 역시 1세대 권대옥 관장 체제에서 2세대 권도형 대표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새로운 경영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전시는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한 관훈갤러리로서는 이번 기획전이 그 변화를 화단에 알리는 첫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또 향후 관훈갤러리의 기획에 반영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관훈갤러리에 대한 기대의 한 축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각과 충동 전>은 관훈갤러리의 제2의 도약을 가늠하기 위한 실험대 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