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여름 향기만큼 다채로운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다. 하나하나 놓치기 아까운 공연들은 벌써부터 여름이 지남을 느끼게 하고, 아쉬움을 전한다. 이번만큼은 놓쳐선 안 될 머스트 해브 공연을 소개한다.

■ 1. 온몸으로 표현한 아큐정전
'무용' 아큐



'골 패인 내 등허리에 뜨거운 꽃이 피면 그 등을 미련타 할까? 그 꽃을 밉다고 할까? 마른 꽃 딱지 지고 무딘 가지에 붉은 꽃가루 피면 그때는 기억할까? 등 굽은 가지 아래 흩어진 숨 하나 있었다는 것을...'

아큐 정전이 온 몸으로 표현된다.

안무가 홍승엽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댄스씨어터 온이 9월 5일부터 6일 이틀간 아르코 예술 극장 대극장에서 '아큐(Ah-Q)'를 공연한다.

한편 9월 5일에는 주영한국문화원 개관 기념 공연으로 영국 런던 사우스 뱅크 센터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LG아트센터와 공동으로 제작해 2006년 초연한 이 작품은 중국 작가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꽃, 칼, 고깔 등의 이미지와 춤으로 표현했다. 2008 아큐를 통해 관객들은 시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공감과 사유의 유쾌함을 만끽할 것이다. 02) 3436-9048

■ 2. 25년 전통 러시아 연극의 진수
<연극> 2008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세자매'



250년을 이어온 러시아 말리극장이 전통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한국을 찾았다.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은 러시아 연극의 요람으로 이번 러시아 전통 연극<세자매>를 통해 현대사회에 서도 고전 연극이 관객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자매>는 러시아 최고의 희곡작가인 안톤 체홉의 작품으로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와 함께 그의 4대 희곡 중 하나이다.

한편 말리극장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오면서 여러 번 변형되었을 법도 한 연극방식을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어 떤 양념도 치지 않은 옛 것 그대로를 고수해왔다.

이 같은 성향과 철학이 현대 연극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신선하게 빛을 발하며, 현재도 말리극장 객석은 순수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늘 만원을 이루고 있다.

지난 1990년 이후 두 번째 방문인 러시아 말리 극장은 2008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을 통해 현대 연극과 포스트모더니즘에 지친 국내 관객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안겨줄 것이다. 09월 25일~09월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 2280-4114

■ 3. 아카펠라의 살아 있는 역사 내한
2008 락카펠라 공연



컨템포러리 아카펠라의 살아 숨쉬는 역사가 한국을 찾는다.

미국 출신의 남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락카펠라(Rockapella)가 오는 8월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아카펠라 팬들의 오랜 기다림 속에 실현된 2007년 첫 내한공연은 "역시 락카펠라다"라는 찬사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올해 2008년에는 첫 내한공연 때 듣지 못했던 이들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한국 팬들을 위한 국내 가요 등 더욱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퍼커션 그룹들 사이에 살아있는 전설 제프(Jeff)와 팝 스타 보이즈 투 맨의 데뷔 멤버로 활동한 조지(George), 일본 락 그룹의 보컬로 활동했던 스코트(Scott), 브로드웨이 최고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열연한 케빈 과 존 브라운으로 구성된 이들은 R&B적인 요소가 가미된 뛰어난 보컬과 저음의 멋진 베이스, 강력한 퍼커션 사운드가 특징이다.

실제로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아카펠라의 부드러운 화음에 오직 목소리로만 내는 강렬한 악기 사운드가 마치 밴드 뮤지션이 함께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들이 하나의 아카펠라 전형으로 탄생시킨 락카펠라 스타일은 베이스 라인과 보컬 퍼커션의 어울림 위에 두 명의 백 코러스, 그 반주 위에 노래하는 하이 테너 솔로로 구성 되는데 이런 구성은 1990년대 미국에서 생긴 폭발적인 아카펠라 그룹의 결성과 맞물려 락카펠라 스타일을 추종하는 수많은 컨템포러리 아카펠라 그룹들을 탄생 시키는 계기가 됐다.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보컬들이 하나로 모여 만들어낸 <락카펠라> 스타일의 음악은 그 어떤 아카펠라보다 흥겹고 뜨겁다. 최강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락카펠라의 환상적인 하모니는 국내 아카펠라 팬들에게 벅찬 감동과 함께 컨템포러리 아카펠라의 대중화를 완성시키는 멋진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 8월 2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02) 2068-8000

■ 4. 불안한 현대인의 삶 연출
'전시' Into Drawing 06 '임선이 展'



임선이는 자연과 인공(문명)의 상태, 보는 것과 보이는 것,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정체성의 혼란과 심리적 갈등을 겪는 현대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은신처(Shelter)」, 「갇힌-섬(Isolated-Island)」 등으로 명명된 작업에서 작가는 자연에서 따론 소재와 인공의 느낌이 강한 재료를 결합시켜 만든 오브제를 도시 속 공간에 던져 놓음으로써 낯설고 불안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러한 작업은 고립과 단절이라는 현대인의 절박한 상황을 연상시킴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그와 같은 심리 상태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얻게 된다. 정서적 동질감의 인식에서부터 작품을 통한 소통은 이루어진다.

더 나아가 작가는 집중력을 요하는 정신적 노동과 동시에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노동의 고단함을 수반하는 작업 과정 속에서 정체성 찾기와 갈등 해결의 방법을 제시한다. 임선이는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부조리한 여행(Absurd Journey)」을 조심스레 꺼내어 놓는다. 8월 14일~8월 31일, 소마(SOMA)미술관, 02) 425-1077

■ 5. 한국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클래식' 유키 구라모토의 Memory of Love



매년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가을에 걸맞게 '사랑의 기억'을 주제로 펼쳐진다. 유키 구라모토는 1999년 예술의전당에서의 첫 콘서트 이후, 지난 2007년 5월 전국 투어 콘서트까지 매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 내 뉴에이지 붐을 주도했다. 그가 오는 9월 7일을 시작으로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서 2008년 투어 콘서트를 갖는다.

특별히 이번에는 그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피아노 노스탤지와 함께 유키 특유의 서정적인 피아니즘을 만나 수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02) 751-9606

■ 6. 해외판 간첩 이야기 무대에 서다
'연극' 39계단



스파이 소설의 대명사 존 버컨의 원작 소설 '39계단'이 연극 무대에 올려진다.

해외판 간첩 이야기로 이미 3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1935년에 만들어진 히치콕의 '39계단' 역시 존 버킨의 소설이 원작이다.

연극 '39계단'은 빠른 전개와 장소를 넘나드는 복잡한 스토리를 그대로 옮겨왔다. 수많은 장면 전환은 간단한 소품과 배우를 활용해 재치 있고 유쾌하게 풀어냈고 상상으로만 가능한 장면들은 마술을 이용했다. 동작 연출가를 투입해 마임과 슬랩스틱으로 복잡한 장면전환을 심플하게 만든 것도 눈 여겨 볼만하다.

'39계단'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을 쉴 틈 없이 웃기는데 있다. 특히 홍일점 여주인공은 3가지 다른 여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섹시함, 청순함, 우아함을 모두 보여준다. 이 때 변화하는 모습 속에 모두 웃음이라는 요소가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 헤니가 선보이는 마임과 슬랩스틱도 놓쳐선 안 될 묘미다.

이 밖에도 의자가 자동차로 변하면서 긴박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벌어지는가 하면 기차 위에서 사활을 건 탈출 장면도 연출된다. '39계단'은 8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02) 2250-5900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