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조지 소로스 지음/ 황숙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15,000원'재귀성 이론' 바탕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 원인과 향후 파장 예측

'자본주의의 악마'와 '박애주의 실천가'. 극단적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조지 소로스의 새 책이 출간됐다.

20세기 최고의 연금술사인 그는 1969년 짐 로저스와 함께 세운 퀀텀펀드로 20년간 연평균 수익률 34%를 기록하며 헤지펀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간은 50여 년간 시장 경험과 철학적 고찰을 집대성해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과 향후 파장을 예측하고 있다.

저자는 1장에서 그의 50년 투자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재귀성 이론'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런던정경대학 시절 배움을 받은 칼 포퍼의 철학 사상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세워진 경제 투자 이론이 바로 재귀성 이론이다.

재귀성 이론은 특정 자산의 가격이 이론적 균형이나 내재 가치에 의해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존재하는 편견으로 인해 자기강화가 발생하며, 이 때문에 시장 가격과 내재 가치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치와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장은 균형적이지 못하고 늘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이론이다.

2장에서는 '재귀성 이론'을 바탕으로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 분석과 2008년 경제 전망이 이어진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를 일으킨 근본 원인을 주류 경제학이 설정한 패러다임에서 찾는다.

조지 소로스는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향한다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타당하지 않으며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시장의 실제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개념 틀을 정립해야만 재앙과 경제적 파멸을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지 소로스는 미국은 경기 침체와 달러화 기피라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상쇄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세계 신용위기와 세계 경제 둔화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 걸프 산유국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에 큰 타격을 입지 않고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 질서가 갖춰질 때까지 극심한 불확실성에 노출되고 금융자산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의 연금술><세계 자본주의의 미래> 등을 통해 발표한 재귀성이론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설적인 투자 성과에도 조지 소로스의 투자이론은 경제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본 가치는 충분하다. 어느 분야에서나 이론으로 체계화되지 못하는 암묵지(暗默知)가 있게 마련이지 않은가. 다소 딱딱하고 개인적인 글에는 50년 노장의 혜안이 담겨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