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사람이 가지는 고정 관념 등이 아주 한정적인 경험이나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을 때가 많다.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항시 내 주변의 울타리에 갇혀 있지 말고 항시 너머 너른 세상을 보고 느끼며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일은 미래의 아이들은 물론 경제인이나 학자나 정치가나 모두 같은 이치인 것 같다. 키가 아주 작은 나무인 월귤 이야기를 하려고 너무 시작이 거창하였다.

월귤은 우리나라에선 아주 희귀한 식물이다. 본래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과 중국, 아무르지방 등 북반구의 온대북부에서 한대지역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식물로 고산지대 암석지 바위틈 또는 고위도지방 산성습원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이나 계방산과 같은 큰 산의 아주 높은 곳에 극히 드물게 자란다. 얼마 전엔 최남단이하고 할 수 있는 홍천의 낮은 산록부에서 새로운 군락지가 발견된 되어 화제를 모른 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월귤은 제 4 빙하기 때 우리나라 남부지방까지 분포하다가 최후 빙하기 이후 기온이 상승하면서 한랭한 지역인 설악산 이북의 고산지역에만 살아남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모두 사라졌으며, 일부에서 아주 적은 개체만 분포하고 있으며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천에 월귤이 살고 있는 곳은 밀양의 얼음골처럼 전석지로서, 차가운 바람이 바위틈에서 스며 나와 지표면과 지상부의 기온이 주변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월귤은 위도를 높이 올라갈수록 지천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백두산에 가면 아주 어렵지 않고 볼 수 있는 월귤은 중국의 동북지역이나 러시아 극동지역의 산지 혹은 몽골의 큰 산에 가면 지천이다.

이 땅에선 한 포기가 아까워 표본 한 장 만들기 어려운 이 식물을 위로 올라가면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고 밟지 않으면 걸을 수 없을 지경을 만나면 진짜 우리 것으로 소중히 해야 할 것과 멀리보고 크게 생각해야 할 일들의 조화를 절로 알게 된다.

월귤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높이 8-20cm의 상록소관목이다, 줄기는 모여 나며, 줄기의 아랫부분은 땅속을 기며 뿌리를 내리고 자라 높은 산엔 지면에 풀처럼 깔리듯 펼쳐진다.

잎은 길이 6-19mm로서 타원형으로 두껍고 단단하며 윤기로 반질하고 귀엽다. 꽃은 6월에 지난해에 나온 가지의 끝에 종 모양으로 아래로 길게 드리워져 달린다. 백색바탕에 연홍색의 꽃은 길이 6mm로서 끝은 4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장과로서 붉고 둥글며, 지름 7mm 정도이고 8-9월에 익는다.

월귤의 열매는 신맛이 강하나 달콤하여 날로 먹거나 술을 만드는데 이용하며, 잎은 약재로 쓴다. 물론 한그루 만나기조차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월귤을 이용해서 무엇을 만든다는 것조차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북유럽, 동유럽에서는 상당히 있는 잇는 과일로 주스, 시럽 등의 형태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로 부르는 이름도 '링곤베리(lingonberry)', '카우베리(cowberry)'이다.

찬 곳을 좋아하는 월귤은 지구 온난화가 더 심화되면 가장 피해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나무로 지목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월귤을 과실주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들쭉나무와 닮았다고 하여 땅들쭉이라고도 부르는데, 정말 지구가 더 더워지면 한반도에서는 ‘월귤’은 사라지고 ‘땅들쭉’만 남아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땅의 식물들을 지구온난화로부터 구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한 때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