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거문고 연주·궁중무용 등 다양한 전통음악의 퍼레이드

막바지 휴가철, 무더위의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보자. 신바람난 국악이 여름의 피날레를 맡는다. 피서 여행으로 들뜬 마음, 아름다운 우리 음악으로 차분하고 윤기나게 달래어보자. 국악 또는 국악과 세계 민속악이 어우러지는 한마당, 이른바 ‘국악 테라피’가 기다린다.

■ 경희궁의 아침, 창덕궁의 저녁


고색창연한 궁궐, 창경궁에서 음악과 함께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기분은 어떨까. 국립국악원에서는 지난 23일부터 시작해 오는 9월 20일까지 매주 토요일 아침 <창경궁의 아침>연주를 벌인다.

장소는 창경궁 통명전 뜰 안. 오전 7시 30분부터 우리의 대표적 국악연주곡, 영산회상 한바탕이 도심을 향해 울려퍼진다. 상령산과 중령산, 세령산, 가락덜이, 삼현도들이 , 타령, 군악 등 정통국악의 멋과 운치를 누릴 수 있다.

약 20명의 국립국악원 정악단원이 연주를 맡는다. 이는 <국가브랜드-궁궐공연문화시리즈>의 일부로 마련된 프로그램. 국립국악원 장악과 관계자는 “우리음악은 귀로 듣지말고 먼저 마음으로 듣고, 그 다음엔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보라”고 감상법을 조언한다.

창덕궁 연경당에서도 전통가락이 흘러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예술과에서는 지난 21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조선조 후기 궁중음악 연행의 산실이었던 창덕궁 연경당 처마 밑 마당에서 풍류음악회를 펼치고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혼과 얼이 담겨있는 고품격의 줄풍류(영산회상, 가곡, 가사)를 비롯해 궁중무용, 산조음악과 세계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까지 고루 선사하고 있다. 여러 유관단체와 인간문화재 등 명인명창들이 대거 출연해 전통성과 예술성의 극치를 빚어낸다. 지친 일상의 상념을 떨쳐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과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특별프로그램이다.

특히 야외 공연일뿐 아니라 옛 왕가가 머물렀던 궁궐에서 펼쳐지는 최정상 국악인들의 고급 공연으로 인기가 높다. 창덕궁 풍류음악회는 10월 30일까지 이어진다.

■ 바람난 도시, 신바람 난 퓨전국악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정동 이화여고100주년 기념관에서는 <바람난 도시>가 자연의 소리를 타고 퓨전국악공연으로 꾸며진다. <바람난 도시>는 천연의 소리를 머금은 악기들로 편성, 가야금과 거문고가 오동나무의 울림을 전한다. 대금과 해금은 대나무의 맑은 소리를 혼탁한 도심과 도시민의 마음에 풀어놓는다.

서양악기도 가세, 콘트라베이스와 풍금, 기타, 아이랜드 휘슬, 하모니카, 오션드럼(파도소리가 나는 타악기)등이 연주의 흥과 이채로움을 더한다.

장르가 다양해 누구나 친근하고 쉽게 민속악에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레퍼토리가 구성돼 있다. 한국의 국악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의 탱고, 아일랜드 음악, 미국의 컨츄리음악 등 세계 각국의 고유한 민속음악을 한 자리에 풀어놓는다. 동양과 서양, 실용음악, 월드음악을 넘나드는 곡들을 만날 수 있다.

<바람난 도시>를 기획, 진행한 키네틱 국악그룹 ‘옌’은 여성퓨전국악그룹으로, 지난 7월 일렉트로닉과 국악을 접목시킨 파격적인 시도와 연주로 평론가들의 주목과 호평을 받았던 연주단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사업에서도 최연소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2003년에 창단해 ‘Opening of the 美친시대’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대중적 국악창작 작업과 발표를 이어왔다. 2007년에는 국립국악원의 기획공연과 청담동 클럽 CIRCLE에서 전자음악과 국악을 접목하여 연주, 새로운 음악적 개척정신을 높이 평가받았다. 김미소 연출, 강둘이, 남경민 등이 출연한다.

'모두 함께! 아시아!' 다와조리크, 아크람(왼)
가야금 앙상블 '아우라'의 창작음악회(오른)

■ 국악 그리고 아시아의 고향의 소리


국악은 이제 한국만의 음악이 아니다. 아시아문화동반자, 즉 국내 거주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나누는 <모두 함께! 아시아!> 공연이 신명을 나눈다.

9월 7일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벌어질 야외공연이다. 아시아 문화화합의 장인만큼 공연내용도 다국적, 다색적이다. 한국 전통무용인 장구춤에 이어 에콰도르의 ‘바시하 데 바로’, 미얀마의 ‘눈의 사랑’, 몽골의 ‘울렌 보르’, 우즈베키스탄의 민요 ‘탄타나’, 인도의 ‘밀레네리 퓨전’ 공연 등 각국의 고향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우리의 ‘아리랑’과 경기민요 ‘태평가’,‘청춘가’등도 펼쳐진다.

꽹과리, 장구, 징, 북 등 우리 전통악기와 악기잽이들이 주도하며 한바탕 벌이는 한국민속연희 판굿을 마지막 순서로 이날의 행사 참가자 전원이 함께 참여해 흥겨운 마무리를 맺는다. 국립국악원이 주최, 국악방송이 후원한 이 행사는 국내 이주노동자를 전석 무료초대한다.

소담한 국악을 접하고 싶다면 9월 12일을 기다려볼 것.

이날부터 11월 7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젊은 국악인들로 구성된 정가악회의 <젊은 풍류> 연주회가 서울 사당동 정가악회 풍류방에서 열린다. 기존 공연장과는 전연 다른, 작고 아담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객석과 무대라는 ‘벽’ 없이 연주자와 청중이 가장 가까이에서 공연을 함께한다. 마이크조차 배제한 ‘라이브’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수용인원이 한 회에 30여명 수준. <젊은 풍류>는 가곡과 줄풍류를 격주로 번갈아가며 연주, 공연전에는 매회 약 20분간 관람객들에게 평시조 기초를 가르쳐주는 강습시간을 제공한다. 이어 여창가곡 또는 줄풍류를 약 1시간에 걸쳐 연주, 생생하게 청중의 눈 앞에서 들려준다.

정가악회는 2000년에 창단된 젊은 국악인들의 모임으로, 아우라, 옌 등의 단체들로 가입된 ‘젊은 국악연대’의 일원이기도 하다.

■ 가야금 앙상블의 창작 예찬


9월 16일에는 가야금 소리가 도심을 타고 흐른다. 가야금앙상블 아우라가 마련한 <가야금을 위한 창작 음악회>를 이날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다.

창작 국악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맹활약을 벌이고 있는 국악계의 중견작곡가들에게 위촉, 새 창작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연주회다.

작곡가 정승재, 이귀숙, 유범석, 김정훈, 이윤석의 새로운 곡들이 아우라 연주단의 가야금을 타고 첫 선을 보인다. 특히 국제무대까지 겨냥, 전형적인 방식이 아닌 전자음악, 멀티미디어, 스테이지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부터 창작된 작품들로 청중을 만난다.

‘가야금 트리오를 위한 아우라’(정승재 곡),‘가야금 삼중주를 위한 론도’(이귀숙 곡),‘세대의 가야금을 위한 극점-3부 구성’(유범석 곡) 등이 연주된다.

가야금앙상블 아우라는 북경현대음악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아츠 페스티벌 초청공연 등으로 우리 국악의 세계무대 알리기에 주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국악앙상블이다. 특히 2007년 크라이스트처치 아츠 페스티벌 초청 리사이틀에서 가야금을 위한 현대음악과 멀티미디어의 결합 작품으로 현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