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의 나라'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남명수 옮김/ 지식노마드 펴냄무사 계급 변천사 통해 집단주의와 개인성의 이상한 조합 분석

일본의 문화는 한마디로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모호함이 있다. <사무라이의 나라>의 저자 이케가미 에이코는 일본을 ‘집단주의와 개인성의 이상한 조합’이라고 말한다. 일본을 이해하는데 이만한 비유는 없을 듯하다. 이 말은 이 책의 부제로 쓰였다.

일본이란 복합적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꺼내든 카드는 ‘사무라이’다. 저자는 일본 역사 1,000년을 지배해 온 사무라이 계급의 형성과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현대 일본인이 갖고 있는 문화적 심성을 밝힌다.

저자는 일본 역사에서 폭력과 소유의 길들이기라는 사회 구조를 바탕으로 ‘명예’를 중심으로 한 사무라이 문화의 변모 과정을 파헤쳤다. 중세 사무라이는 폭력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개인주의적 명예문화를 가졌다. 중세 사무라이는 몹시 거칠지만, 개인적 긍지와 자립을 강조하는 문화는 그들의 ‘소유(토지를 소유한 영주)’와 ‘폭력(전문적인 무사 계급)’의 지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중세 사무라이 계급은 도쿠가와(1603~1867)시대에서 큰 변화를 겪는다. 사무라이는 확고하고, 세습적인 수입을 보장 받는 대신 이전과는 다른 엄격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은 성내 마을에 살아야 했고 자기 토지의 직접 지배에서 유리됐다. 도쿠가와 정부는 사무라이를 국가 차원의 신분제적 관료 조직의 틀 안으로 단단하게 묶는 한편, 독립적이고 폭력적인 사무라이 계급의 문화와 제도를 순치시켜 갔다. 모든 사적 폭력은 금지되고, 바쿠후만이 무력과 형벌권을 독점했다. 또한 신고복수제를 설치해서 그들의 명예 관념을 체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명예 폭력을 제한하는 또 다른 예는 할복자살 관행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본래 전장에서 패배한 무사가 개인의 명예를 표명하기 위해 행하던 자살에서 사무라이 계급에서만 행해지는 제도로 확립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의 명예 문화는 폭력적이고 자립적인 개념에서 국가 체제에 대한 순응 안에서 개인의 내면적인 성찰과 자존감을 지키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사무라이 역사의 사회적, 문화적 특질을 파악하는 것은 현대 일본 성립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사무라이 계급을 중심으로 일본 국가 형성과정에 관해 서술한 이 책은 로버트 벨라의 <도쿠가와 종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등 비교역사사회학의 고전으로 읽혀지는 저서의 연장선에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