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결이 제법 쌀쌀하다. 막바지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보려는 공연과 함께 가을의 설렘을 만끽하려는 공연까지 다채로운 문화 소식이 풍성하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문화 공연 소식에 한번 빠져보자.

■ 돈키호테의 질주는 끝나지 않았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현실에 지쳐 잃어버린 당신의 꿈을 되찾아 줄 기사가 돌아왔다.

2005년 <돈키호테>라는 공연 명으로 첫 선을 보인 <맨 오브 라만차>가 2008년 그 세 번째 막을 올린 것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가슴을 울리는 음악,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2008년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초대 돈키호테와 2대 돈키호테가 만난다. 2005년 풍부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로 돈키호테를 표현해 최고의 배우임을 인정 받은 류정한과 지난해 공연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매김한 정성화가 더블캐스팅 돼 연기 대결을 펼친다.

뿐만 아니라 알돈자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던 윤공주 역시 2008년 다시 <맨 오브 라만차>로 돌아왔다. 단독 캐스팅인 만큼 그는 지난해 보여줬던 알돈자로서의 매력과 함께 배우로서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맨 오브 라만차>는 쇼 적인 성향이 낮고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 담은 공연은 관객들의 감성에 다가가기 힘들다는 편견을 당당하게 깨뜨리고 로맨틱 코미디 류의 가벼운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던 뮤지컬 시장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연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2008년 다시 돌아온 <맨 오브 라만차>, 지난해의 벅찬 감동과 영광의 무대를 다시 한번 재현하고자 한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처럼 <맨 오브 라만차>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LG 아트센터, 9월 23일까지, 1588-5212

■ 건국 60년 여성의 역할과 현주소
기획전 '여성 60년사, 그 삶의 발자취'


기록되지 않은 역사, 여성의 역사 60년 그 삶의 발자취가 밝혀졌다.

여성부는 건국 60주년을 맞아 1948년부터 2008년 현재,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여성 역할과 활동까지도 조명하는 <여성 60년 사, 그 삶의 발자취>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각 분야에서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여성사 자료전’을 비롯해 48년 생 여성들과 청소년이 함께하는 ‘시민 참여전’, ‘여성감독 상영회’ ‘12인의 여성 작가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다.

특히 여성사 자료전에서는 48년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여성장관이 된 임영신(상공부 장관, 1948년)과 최초 여성 대사 이인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향순(양궁, 1984년), 중앙 일간지 발행인 장명수(1999년), 미국여자 프로골프 우승자 박세리, 최초의 여성 헬리콥터 조종사 김복선 등 분야별 최초의 여성들을 담은 사진이 전시됨과 동시에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류미례 감독의 2004년 작 <엄마>와 2007년 주현숙 감독의 <멋진 그녀들> 등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하면서 지난 60년간 여성성의 재현과 규정, 재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건국 60년 동안 국가 발전과 사회 변화에 기여해 온 여성의 역할과 현주소를 조명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시회는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9월 15일까지 진행된다.

02) 826-3088

■ 레이쿠니의 신작 40여 개국서 화제
연극 'Room No.13'


여당국회의원 과 야당총재의 비서가 스캔들이 났다. 막 일을 치르려는 순간 난데없이 시체가 발견된다. 바로 경찰에 신고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무척 곤란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들은 모든 일을 여당국회의원의 비서인 조지에게 떠넘기려 한다. 설상가상으로 총재의 부인이 호텔에 나타나고 다혈질인 야당총재 비서의 남편까지 등장하게 되는 상황이다. 사태는 점점 심각하게 꼬여 만 가는데....

‘레이쿠니’ 작품 특유의 기막힌 반전과 정치 풍자성을 가미한 연극 이 국내 내로라 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만났다. 은 이미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레이쿠니의 신작이다.

2008년 1월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은 연출가 양혁철의 손을 거쳐 대한민국 코미디 연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대학로 세우아트센터, 9월 30일까지, 02) 969-2518

■ 피아노 연주 속 희망의 이야기 담아
클래식 '피아노와 이빨'


음악(피아노)을 통해, 그리고 이야기(이빨)를 통해 만3년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연 <피아노와 이빨>이 2008년에도 팬들을 찾아왔다.

피아노연주에 이야기를 담은 형식의 공연 <피아노와 이빨>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관객에게 ‘들려주기’를 넘어서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관객의 마음까지 위로해주는 감동의 공연인 셈이다.

피아노의 벽을 허물고, 피아노공연의 패러다임을 바꾼 공연이다. 음악인 윤효간이 연주하는 ‘Rock’은 관객의 귀를 사로잡고, 그가 연주하는 ‘동요’는 관객의 추억을 끄집어내 가슴을 사로잡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관객의 이상을 사로잡아 삶에 풍요로운 용기와 희망을 선물한다.

피아노 콘서트 라기보다는 삶의 소중한 희망과 감동을 찾는 시간에 더 어울리는 <피아노와 이빨>은 압구정 발렌타인 극장에서 9월 28일까지 계속된다. 02) 2659-6003

■ 소녀의 춤으로 그려 낸 죽음의 공포
무용 '소녀와 죽음, Moment'


<소녀와 죽음, Moment>는 죽음으로 표현되는 두려움과 공포의 알지 못하는 세상 타자와 주체성의 갈등을 소녀의 이미지를 통해 춤으로 치열하게 그려낸다

소녀와 죽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파트인 ‘죽음’은 거친 현실사회의 단면을 전자음악에 맞춰 기이하고 두려운 존재이자 매혹적이고 거부하기 힘든 힘의 존재를 5인 무를 통해 보여준다.

이에 반해 두 번째 파트인 ‘소녀’는 현실사회에 대비되는 한 개인을 이야기 한다. 소녀는 숭고한 이상과 꿈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고수한다. 죽음 앞에서 소녀는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초라하지 않다. 유혹적인 현실사회-죽음과 소녀는 강하게 맞서 싸운다. 3명의 무용수가 현실과의 타협 그 앞에서의 갈등을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UBIN Dance ‘이용인’의 안무는 부드러운 터치와 명확한 선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며 소녀와 죽음이 말하는 그 ‘힘’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9월 21일~9월 22일, 02) 588-6411

■ 베이징 출신 쿠쉐밍 한국 첫 개인전
전시 '인간군상'


베이징 출신의 독창적인 작가 ‘쿠쉐밍(Ku Xueming)’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인간군상’을 테마로 그가 줄곧 작품 소재로 삼아왔던 ‘사람의 머리-두상’보다 다채로운 인간사의 일면으로 형상화해 관객들을 만난다. 머리를 맞댄 인간군상 속에 숨겨진 블랙유머를 밝힌다.

그의 작품에는 어느 작가보다 통렬한 사회 비판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고민이 담겨있다. 말을 하는 대신 그림과 예술가의 침묵으로 타락한 세상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오합지졸’ ‘말없이 창문을 열다’ ‘요란하고 화려한 고독’ ‘하늘을 나는 바보’ ‘왜 그렇게 많은 머리를 그립니까’ 등 직접적인 작품 제목을 통해서도 쿠쉐밍은 사회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이엠아트갤러리, 9월 9일까지, 02) 514-6987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