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만에 예능 프로 출연 '김계모'로 주가 상승영어 가르치는 체육 교사 '울학교 ET'로 스크린 컴백도

유쾌하고 코믹한 이미지의 김수로. 1999년 <쉬리>로 데뷔한 뒤 10년째를 맞는 중견 배우다. 평소의 그는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고 치밀한 구석이 있다.

지난해 봄 영화 <쏜다> 이후 꽤 긴 휴식을 취했으나 최근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천데렐라’ 이천희를 구박하는 계모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김수로는 1년 6개월여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갈 길에 대해 고민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희소성이 있는 스타일이냐, 대중과 호흡하는 쪽이냐. 배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봐요.저는 후자 같아요. 그 동안 대중과 스킨십이 적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뷔 10년이거든요. 1년 정도 스킨십을 갖자고 마음 먹었죠. 3,4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콜’이 있었는데, 이들이 찾는 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저도 궁금했고요.”

덕분일까. 배우 김수로는 요즘 ‘김계모’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을 확실히 사로잡고 있다. 경쟁사의 ‘1박2일’ ‘우리 결혼했어요’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다.

일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 뒤 김수로는 철저히 준비를 했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할 때에도 자신이 할 말을 빼곡히 적은 종이를 무릎 아래 놓아뒀다.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기 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촘촘히 준비해 회의 시간에 가져갔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계모’ 캐릭터를 맡고도 그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일부에서는 김수로의 활약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배우로서의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정작 김수로는 자신이 고민 끝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음을 강조했다.

김수로는 코믹한 말을 줄이는 대신 연기의 일환으로 캐릭터로 승부를 보려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역할을 해 내는 데에서 행복을 느낀다.

“설마 실제 제 삶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겠죠? 하하. ‘인간 김수로’를 아는 사람은 아니까요. 아, 그리고 ‘계모사’라고 계모를 사랑하는 모임도 있대요. 그만큼 이 시대에 여유가 생긴 것이겠죠? 옛날 같으면 신데렐라만 좋아 했을 텐데 말이죠.”

김수로는 9월11일이면 1년6개월여 만에 영화 <울학교 ET>(감독 박광춘ㆍ제작 커리지필름)를 통해 배우로서 팬들을 만난다. 김수로는 체육교사였지만 영어를 가르치게 되며 좌충우돌하는 코믹 연기를 해 냈다. 김수로는 영어 공개 수업 현장에도 가 보고, 주 1회 원어민 교사에게 발음지도도 받았다. 그 동안 한 역할 중 가장 인간적이었다고 자부한다.

“영화 여러 편을 제안 받았지만 그 중에 선택한 만큼 후회 하지 않아요. 선택을 잘 했다고 봐요. 혼자 이끄는 게 부담이었지만 감독님 덕분에 해 낼 수 있었죠. 감독님 때문에 선택한 게 50% 이상이거든요. 매년 추석에 성룡이 있었지만 올해는 성룡 대신 김수로입니다, 하하.”

학생으로 출연한 백성현 박보영 등 어린 배우들과의 호흡 또한 원만했다. 여러명 중 한 명 쯤은 안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성숙한 모습들이라 감탄했다고 말했다.

김수로가 <울학교 ET>에 이처럼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는 휴식 기간 뒤 충분히 생각한 뒤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수로는 미국과 유럽으로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다. 영국의 한인교회에서 만난 이영표 선수와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하기도 했고, 절친한 친구 감우성 부부와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한 템포 쉬니까 현장이 더욱 사랑스럽고 관객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 사랑 받는 게 감사해요. ‘어떻게 사랑을 돌려 드릴까’ 고민하다 한게 ‘패밀리가 떴다’죠”

김수로는 13년 열애 끝에 결혼한 배우 이경화와 올 10월이면 만 2년째 결혼 생활을 맞는다. 이경화가 SBS <바람의 화원>에 출연하게 돼 올 겨울쯤 2세 계획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수로는 한결 여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멀리 보게 된 것 같았다.

“대중과 호흡하는 쪽은, 에너지가 달리고 발전이 더딜 수 있죠. 그럴 때면 1,2년 숨어서 무기를 갈 수 있을 거에요. 앞으로 10년간 영화 드라마 등 많이 벌려 놓을 겁니다.”


스포츠한국 연예부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