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각기 가지는 이미지가 있듯이 식물들도 있다. 딱지꽃은 “밝음”, “친근”일 듯 하다. 딱지꽃의 마음을 알 듯 사람들이 이 식물에게 붙여준 이름도 딱지꽃이다.

딱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풀의 잎들이 바닥에 붙어 퍼져 자라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이 접어 바닥에 “딱”하고 치고 뒤집으며 가지고 노는 그 “딱지”일 것이다. 얼마나 정다운 이름인가. 딱지꽃은 여름에 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 어떠한 곳에 가도 볼 수 있고 구태여 깊은 숲으로 높은 산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햇?騈?드는 숲 가장자리, 산의 풀밭 혹은 밭이나 바다의 옆 풀 가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자라는 곳도 까다롭지 않다. 다만 밝은 햇살을 가득 받고 샛노란 꽃잎을 활짝 피어 보는 사람도 절로 마음이 밝아 진다.

꽃은 여름내 피어 있다. 지금도 잠시 한낮의 더운 날씨처럼 잠시 잠시 남아 피는 꽃을 만나기도 한다. 꽃은 양지꽃과 같은 집안이니 꽃만 보면 구별이 어려울 정도이다.

가장 전형적인 5장의 꽃잎이 균형있게 달리고 그 사이엔 꽃받침과 많은 수술이 달린다. 대신 잎은 개성이 넘친다. 전체적으로는 큰 손다닥 같은 잎이 깃털처럼 갈라지고 갈라진 각각의 조각은 다시 그 가장자리가 톱날처럼 갈라진다. 뒷면은 흰털이 빽빽하여 언뜻 언뜻 뒤집어 질 때마다 은빛으로 보인다.

이런 잎들은 줄기 아래쪽에 돌려가며 여러 장이 달려 젖혀지니 마치 질경이 잎이 바닥에 펼쳐지듯 그렇게 보인다. 그 사이로 다소 보랏빛이 도는 줄기가 올라오고 끝이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똑 갈라져 그 끝마다 꽃이 달린다.,

그 저 숲 가에 자라는 평범한 풀이려니 싶지만 알고 보면 이런저런 쓰임새가 있다. 우선 어린 잎을 먹는데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기도 하고, 생잎을 그냥 야채로 혹은 샐러드의 재료로 쓸 수 있다.

물론 튀겨먹기도 한다. 전해지는 말로는 어릴 때 뿌리까지 함께 조리하여 먹으면 밥맛이 좋아지고 위장도 튼튼해진다고 한다. 말려 차로 다려 마시기도 한단다. 잎의 양이 우선 많으니 정말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엔 구황식물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약용으로는 많은 효과가 기록되어 있지만 특히 지혈제로 이름이 있다. 쉽게는 코피에서 시작하여 장출혈 등을 비롯한 여러 출혈증상에 뿌리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밖에 염증치료제, 신경통, 혈액순환 촉진 같은 다양한 층상에 쓴다. 일본에서는 주로 열을 내리는데 쓴다고 한다. 생약이름은 위릉채(萎陵菜)이다.

잎의 생김새가 지네를 닮았다고 하여 지네풀, 오공초(蜈蚣草) 등 수많은 한자 이름들이 있는데 그만큼 많이 이용되었다는 중거이리라.

계절이 바뀌니 이 즈음 보약을 먹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는 참에 여름에 양지꽃의 뿌리를 캐서 말려 두았다가 차로 끓여 하루에 너 댓번 마시거나, 가루로 만들어 꿀 같은 것과 함께 섞어 환약을 만들어 몸이 약할 때 수시로 먹으라는 기록이 눈에 뜨인다.

그러다가 문득 아직도 꽃잎이 남아 딱지꽃의 티없이 환한 모습을 보니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내겐 이런 고운 우리 식물들을 꽃을 보며 살아 갈 수 있는 것이 평생의 보약일지 모르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