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여행길 최상의 편안함으로최고의 장인의 일대일 맞춤 서비스 8번의 품질 검사의 산물

명품, 꼭 하나 갖고 싶은 것. 명품을 갖는 것은 이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되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명품에 환호하는 것일까.

누군가 명품을 “다르고 나으며 특별한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명품은 연령과 성별, 그리고 국가를 뛰어넘어 그 명성을 인정받으며 세계인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명품으로 분류되는가.

오랜 역사와 더불어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인정받는 가방 루이비통은 단연 명품으로 꼽힌다. 사실 너무나 많은 짝퉁이 국내ㆍ외를 막론하여 생산ㆍ유통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품’에 열광한다. 그 이유를 단지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설명하기엔 그 현상이 너무 기이해 보인다.

창립자의 이름인 루이비통의 이니셜인 L과 V를 딴 로고는 그 역사만큼 오랜 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왔다. 150여 년, 정확히 154년이나 되었는데도 루이비통이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루이비통의 시작은 ‘여행’이었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과거 운송수단이 발달되지 않았을 당시의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길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짐을 최소화 한다 해도 생활의 일부를 지니고 떠나야 하는 여행길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을 위한 준비는 얼핏 생각해 보아도 복잡한 과정이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루이비통은 바로 이러한 여행길을 지켜준 동반자였다. 새로운 환경에 여행자의 생활 일부를 그대로 옮겨갈 수 있다면 짐을 싸는 번거로운 과정과 함께 물건의 수납·보관의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데 이를 위해 루이비통은 고객이 원하는 트렁크를 맞춤, 제작했다. 마차를 가지고 가고 싶다면 마차를 넣을 수 있는 트렁크를 만들었고 옷장을 가지고 가고 싶은 고객을 위해서는 옷장 트렁크를 만들어 주었다.

다양한 형태의 모자를 보관ㆍ운반하며 동시에 목욕 대야의 기능을 지닌 모자 트렁크, 수면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공중 트렁크, 실제 책상이 들어있는 이동식 책상 트렁크까지, 루이비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트렁크들까지도 만들어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만들어내는 진정한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실천했던 것이다.

현재는 장식 정도로만 여겨지는 가방에 달린 작은 자물쇠에는 또 하나의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다. 도난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이 자물쇠는 한 고객이 소유하는 모든 가방의 자물쇠를 하나의 열쇠로 관리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된 것이다. 고객이 지금까지 소유한 가방 뿐 아니라 앞으로 갖게 될 가방까지 자물쇠에 일련번호를 달고, 하나의 열쇠로 여러 개의 가방을 관리 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편의까지 고려한 이 아이디어는 고객을 위한 놀라운 배려가 아닐 수 없다.

고객의 여행길을 편안히 지켜주기 위한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추구한 루이비통의 정신은 ‘여행이 지각을 변화시킨다’는 그의 생각과 맞물려 최고의 효과를 발휘했다.

“지각(知覺)은 대중의 감각이 변할 때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행의 필요성이다.”라 말한 루이비통은 여행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일반인들이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을 꿈꿀 때 루이비통은 곧 변화될 새로운 패러다임을 인식하고 미래를 준비한 것이다.

“훌륭한 환경이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는 말은 루이비통의 또 다른 철학이다. 최고의 만족감을 제공하기 위해 작업환경도 최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물건’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 물건이 최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서 완벽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장인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루이비통의 작업장은 빛, 고요함, 질서 등의 건축학적 장점을 지닐 뿐 아니라 대형 창문이 있어 눈이 덮힌 스위스의 정상, 파리의 아니에르, 브랜타 발리나 몽생 미셸 베이 등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 할 수도 있다.

이런 아름답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최고의 장인들이 최고급 가죽을 가지고 그들의 실력을 맘껏 뽐내게 되는 것이다. 모두 8번의 품질 검사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매장은 또 어떤가. 건물의 외관에서부터 멋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매장 디자인 역시 디테일한 부분까지를 고려한 것이다.

세계 52개국에 퍼져있는 340개의 매장은 하나의 디자인이 아닌 제각각 나라의 환경과 문화를 반영하는 디자인으로 모두 다르게 꾸며진 것이다.

루이비통이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모조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참 흥미로운 일화이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루이비통을 갈망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자 그 명성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존재한들 그 정신까지도 따라할 수는 없는 일.

고객의 미묘한 감정까지도 포착해 트렁크로 제작하는 루이비통 정신은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여행길을 최상의 편안함으로 지켜주고자 하는 루이비통의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빛나는 명품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오늘날 더욱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되었다. 150여 년 전 이미 이러한 미래를 예측한 루이비통은 여행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오늘날 많은 도시의 유목민이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은 그들이 아름다운 여행을 꿈꾸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글= 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 ilovem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