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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 정병길 감독
문화혁명가- 내일을 꿈꾸는 비(飛)주류들
터지고 깨지며 손에 쥔 메가폰 성공 신화 레디 액션!!
미대 입학 준비하며 백수로 뒹굴다 서울액션스쿨서 영화감독의 꿈 키워
수료작으로 만든 단편 작품성 인정받은 후 각종 영화제서 화제 몰고다녀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springgirl7@naver.com

영화'우린 액션배우다'포스터


스턴트맨 출신들이 주연배우로 등장해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28) 감독을 보면 논어 ‘옹야편(雍也篇)’의 한 구절 “知之者(지지자) 不如好之者(불여호지자) 好之者(호지자) 不如樂之者(불여락지자)”가 떠오른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의미인 이 구절은 자신의 일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노력하고 재능 있는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결국 지속적인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턴트맨 양성기관인 서울액션스쿨의 8기생인 정병길 감독은 누구보다 액션배우의 세계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홍콩 배우 주성치처럼 액션연기를 하는 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한 ‘깡’ 하나만 믿고 서울액션스쿨에 입학했다. 그 전까지 그는 미대 입학을 준비 중인 ‘삼수생’ 또는 ‘군바리’로 불렸었다.

6개월의 지독한 훈련과정을 ‘악’으로 버텨낸 그는 마지막 졸업작품을 찍을 때 동기생들에게 독특한 제안을 했다. 수료작으로 액션영화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액션스쿨의 수료작은 그때까지만 해도 ‘다찌마와리’(격투장면이란 뜻의 일본어) 식의 액션장면만을 찍는 것이 거의 전부였기 때문에 단편 액션영화를 찍자는 제안은 무척 신선했다.

정병길은 액션스쿨 수료작 <칼날 위에 서다>에서 주연배우, 각본, 감독의 1인다역을 해냈다. 이 영화는 단지 수료작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천영화제 판타스틱 걸작선’과 ‘거리미술전 특별초청작’, ‘영화진흥공화국 특별상영작’이 되면서 액션스쿨이 탄생시킨 최초의 단편 액션영화로 거듭났다. <칼날 위에 서다>는 정병길을 영화감독으로 만들어준 처녀작인 셈이다.

“영화 찍는 일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쉬운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영화를 찍습니다.” 정병길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시쳇말로 올인했다. 거듭되는 대학입시 실패, 방안에서 뒹굴며 백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그는 뒤늦게 영화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2006년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라는 단편영화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정병길은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정병길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자’고 다짐한 그는 20대 청춘의 자화상과 꿈 이야기가 소재인 스턴트맨의 세계를 다룰 생각이었다.

‘스타배우들이 조연이 되고 그늘에 가려졌던 액션배우가 주연이 되는 영화를 만들자.’ 이런 기획안을 들고 8기 동기들을 찾았다. 이미 그의 전작을 본 친구들은 액션배우의 세계를 발랄하고 유쾌한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필이 꽂혀’ 그 즉시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스턴트 활동을 하는 귀덕, 진석, 성일이 먼저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귀신같이 이 소식을 알고 찍고 싶다고 달려든 세진과 어리지만 능력 있는 동생 문철을 뒤늦게 합류시켰다. 그 후 총 1년6개월이란 제작과정을 거쳐 탄생한 영화가 바로 <우린 액션배우다>이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우린 액션배우다>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인기상과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지원상까지 2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게다가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까지 받았다. 그뿐인가. 뉴욕 아시아필름 페스티벌이나 밴쿠버 국제영화제, 일본 타나베 벤케이 영화제, 아시아퍼시픽스크린 어워즈(APSA)에 출품되는 등 국내외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그런 중에 정병길은 지금 <청년폭도맹진가>라는 흥미로운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10억 원이라는 만만찮은 투자금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정병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마치 영화 한 편으로 대박을 맞은 운 좋은 젊은 감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정병길 감독, 권귀덕, 곽진석


남들보다 쉽게 감독이 됐고, 만드는 영화마다 상복이 펑펑 터져 ‘운좋은 놈’이란 별명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진했다. 또,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일했다. 특유의 낙천성도 잃지 않았다.

<우린 액션배우다>를 찍을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등을 통해 제작비를 지원받았지만 1년 동안의 촬영기간은 길고 지루했다. 설상가상 제작비도 슬슬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턴트맨의 세계를 찍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사생활은 포기해야 했고 언제 호출될지 모르는 액션배우를 쫓느라 늘 ‘스탠바이’ 상태였다.

한번은 성일과 진석, 문철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출연한다고 해서 중국 현장까지 따라간 적이 있었다. 정병길에겐 난생 처음 해보는 해외여행이었다. 무엇보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현장을 영화에 담을 수 있다는 것에 그는 흥분했다.

하지만 막상 중국에 도착하자 현장은 철저하게 통제됐고 중간 역할을 해주기로 한 성일은 상하이공항에서 ‘닌텐도게임’에 빠져든 통에 비행기를 놓쳐 ‘국제미아’가 된 처지였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중국까지 가서 ‘촬영금지’란 뜻밖의 장벽에 부닥쳐 <놈놈놈> 현장을 그림의 떡처럼 바라봐야 했던 정병길. 이런 경우 사람들은 대개 좌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혈기방장한 청년 정병길은 자신의 인생 시나리오에서 첫 해외여행을 망치는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우린 액션배우다> 촬영만 못했을 뿐, 함께 떠난 친형과 이용희 PD와 셋이서 단편영화를 만들었어요. 현장에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덤앤더머’처럼 저희 삼형제가 스태프 겸 배우로 활약하며 다큐멘터리를 찍었죠.” ‘낙천성’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단편영화의 제목은 <인디아나존스>(가제)로 삼형제가 중국에서 보물지도를 찾아 떠나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를 운 좋은 놈이라고 부르지만 오히려 그는 ‘무서운 놈’에 가깝다. “독립영화만 찍은 제가 어떻게 장편 상업영화에 도전하냐고 걱정하신다면 그건 기우일 뿐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인걸요. 일년 정도 기획하고 준비해와서 자신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린 액션배우다>로 올 여름 칭찬이란 보약을 먹었잖아요.” 겸손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노브레인의 ‘청년폭도맹진가’란 노래는 백수시절 많이 듣던 노래인데 우울할 때 들으면 힘이 나요. 젊은이들에게 사명감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신나요. 들어보세요 한번!”

정병길표 액션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를 믿는다면, 무장공비의 출현으로 혼란해진 틈을 타 인생역전을 노리는 서른 살 청년들이 주인공인 블랙코미디 <청년폭도맹진가>도 기대하시라. 청년폭도맹진가(靑年暴徒猛進歌)란 제목처럼 사명감에 불타 사납게 ‘맹진’하는 감독의 열정을 만나는 건 예고된 행운일지도 모른다.

■ '우린 액션배우다' 주연배우들 만나보니…
"반짝 인기는 '노'… 인생 주연을 꿈꿉니다"


어쩌면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를 보면서 당신은 ‘대략난감’한 상황을 만날지도 모른다. TV를 틀면 아들이 죽는 장면만 찾는 어머니는 “야, 너 죽는다!”라며 천진하게 웃는다. 아들은 죽어야만 사는 스턴트맨이기 때문이다. 삼촌이 얻어터지고 죽는 장면을 목격한 조카는 “삼촌! 죽지마, 다치지마, 사랑해”라며 울음을 터트린다.

영화 속 하이라이트 액션장면을 찍을 때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애써 받지 않는 남자. 서른 통이 넘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비보(悲報)였다. 스턴트를 하다 다쳐 입원이라도 하면 자신보다 먼저 다친 친구들이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절뚝거리며 문병을 온다. 그야말로 ‘붕대클럽’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영화 속에서 톡 튀어나온 것처럼 말투며 액션, 캐릭터가 그대로 살아 있는 배우들을 대학로 사거리에서 만났다. 영화 홍보 퍼포먼스인 리얼 액션쇼를 보여주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 쇼는 파란 신호등이 켜진 34초 동안만 벌어진다. 패거리들의 난투극이 벌어졌나 싶어 깜짝 놀라 길을 가던 시민들이 멈춰 선다. 연이어 쏟아지는 박수갈채!

무술지도를 맡고 있는 권귀덕 씨는 “저희가 다같이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관객이 좋아하고 게다가 마케팅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일이어서 기쁘다”고 말해 구경꾼들을 실없이, 웃겼다.

곽진석 씨 또한 “관객이 만족하면 우리도 즐겁죠. 하지만 우린 늘 완벽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있어요”라며 방금 퍼포먼스 때 입은 찰과상 이야기를 한다. 큰 부상이라도 입었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스태프들에게는 “별로 안 다쳤어요. 우린 즐겁게 일을 마쳤고, 우리만은 잘 안 다치는 사람들이니 그런 걱정 안 끼치고 싶네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영화 개봉 후 이제 당당하게 ‘주연배우’가 된 스턴트맨 출신 배우들. 요즘 영화 홍보하느라 스타배우 못지않게 바쁘다. 아니, 영화 홍보 기간만큼은 그들도 스타다. 상영관에서 마련한 GV(Guest Visit)에 참석해 자신들을 보러 온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도 찍는다. 환호성이 멈추질 않는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8월28일 전국 11개관에서 1차 개봉 후 지금은 총 15개관에서 상영 중이다. 최소 2주 이상 상영할 예정이지만, 개봉 후 반응이 좋아 연장상영 요청이 들어오는 중이라고 한다.

영화배급사 상상마당 정무경 대리는 “추석 연휴를 맞아 1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립영화에서 1만 명이라는 관객수는 상업영화의 100만 명과도 같은 숫자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조영각 집행위원장도 “1만 관객 돌파를 하면 파티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우린 액션배우다>의 흥행과 성공은 감독과 배우뿐 아니라 독립영화를 만드는 수많은 영화인들의 자랑거리이자 희망이라는 걸 입증해 주는 듯하다.

현실에선 비록 비주류지만 <우린 액션배우다> 주인공들의 인생은 결코 비주류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들에겐 저마다 꿈꾸는 미래가 있고, 그걸 이룰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아직 빛나는 청춘이다.

배우들 중 유일하게 전업을 하지 않은 권귀덕 씨는 무술감독과 배우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탄탄한 연기공부를 하는 동시에 무술지도를 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액션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곽진석 씨도 <거꾸로 놓인 사다리>란 연극에서 배우로 열연 중이다.

신성일 씨는 스윙댄스와 연기를 배우러 다닌다. 얼굴도 잘생기고 액션도 잘 하는 배우가 연기까지 잘하면 더욱 비전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제주도 드림승마장 가이드인 전세진 씨는 ‘스포츠토토’에 열중하며 인생역전을 꿈꾸는 괴짜지만, 아직 개그맨이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곽진석 씨는 말한다. “우리의 20대 청춘 이야기가 담긴 생생한 영화 때문에 요즘 감격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우리 인생에서 잠시의 반짝임으로 남아 있다 곧 끝날 것이란 것도 알고 있어요. 이 잔치가 끝나면 우린 제자리로 돌아가겠죠. 아무렇지도 않게 또 다른 인생을 꿈꾸며 에너지를 쏟겠죠. 그래도 일단은 지금을 충분히 즐겨야겠어요. <우린 액션배우다>가 있는 한 우리의 스무 살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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