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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강패는 나의 분신"
'미사' 후유증 팬사랑으로 넘고 4년만에 '영화는 영화다'로 복귀




고규대 기자 enter@sportshankook.co.kr



올해 나이 서른 둘. 그는 남자가 됐다. 20대를 넘어서 30대에 접어들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편안해졌다. 세월의 더께가 삶의 깊이를 더하는 건 당연한 일. 젊은 시절 까탈 많은 성격이었던 그를 떠올리면, “많은 게 달려졌다”는 그의 말이 진심처럼 다가온다.

배우 소지섭이 4년 만에 돌아왔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감독 장훈ㆍ제작 김기덕필름, 스폰지이엔티)로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그는, 돌연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대체복무를 시작하면서 팬들 곁을 떠났었다. 소집 해제 이후 몇 편의 작품에 물망이 올랐지만 11일 개봉되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가 그의 복귀작이 됐다.

공백 기간 많은 게 변했다. 말수가 적은 데다 내성적이어서 ‘버릇 없다’ ‘사교적이지 못하다’ 등등 오해도 많이 받았건만 자신도 모르게 편안해졌다.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라는 글귀의 인사말이 적혀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완숙해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예상치 못한 사랑을 받으면서 뜻하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렸어요.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다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넌, 잘할 거야’, 이런 말 한 마디만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 됐죠.”

다행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팬페이지 ‘영소사’ 등 팬들의 도움으로 그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다. “팬들이 은인”이라고 말하는 소지섭은, 그 팬들을 위해 스타가 아닌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로 남고 싶어했다. 그의 절친한 동료인 권상우, 송승헌도 큰 도움이 됐다. 권상우가 결혼하고, 또 다른 동료인 송승헌이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터라 요즘 자주 만나지도 못한다. 권상우, 송승헌 등과 모여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을 해본 지도 꽤 오래 됐다. 배우 소지섭이 가족과 떨어져 서울 논현동에 거처를 마련한 지 벌써 4년째. 지인들과 만남이 소원해진 터라 외로울 법도 하건만 혼자 사는 삶이 어느덧 적응이 됐다. 혼자 요리를 하고, 빨래를 개키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됐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 외로운 줄은 몰라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멍하니 TV를 쳐다보곤 하지만, 그럴 때가 바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돼죠.”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팔에 깁스를 한 채로 시사회에 참석한 선배 배우 배용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상대역이었던 임수정 등이다. 소지섭이 10년이 넘는 배우 생활 동안 열애설에 시달린 것도 한 두 번 정도인 걸 떠올리면, 그만큼 연기에 빠져 살았던 삶처럼 보인다. 소지섭은 “아직 결혼을 생각하진 않는다. 언젠가 가족과 함께 모여 사는 게 꿈이 됐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변한 자신의 본 모습처럼 확 달라진 매력으로 팬들을 만나게 됐다.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캐릭터인 강패가 그의 ‘아바타’다. ‘깡패’를 연상시키도록 만들어진 강패 캐릭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꿈꿨다. 강패는 어느날 상대 배우를 연이어 두드려 패는 바람에 영화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영화배우 ‘수타’(강지환)의 제안을 받고, 현실을 떠나 꿈의 세계로 뛰어든다. 잠시 영화 같은 삶을 사는 강패와, 영화의 삶에서 떠나 현실의 삶을 맛보는 수타의 인생이 맞부딪친다. 혹 소지섭이 꿈꾸는 또 다른 삶이라도 있는 것일까? 소지섭은 “타임머신이 있다 하더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 않다. 남자로서의 삶이나 배우로서의 인생도 만족스럽다. 지금의 삶이 좋고, 지금 내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최근 그를 스타덤에 올린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과 또 다른 매력을 이번 영화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일일극, 미니시리즈, 주말극 등 웬만한 형태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배우같아 보이고 싶은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검은색 단벌 수트을 입은 채 수염을 기르고 별다른 메이크업도 없이 강패를 만났다. 혹 캐릭터를 잘못 만들어낼까봐 촬영에 앞서 비슷한 작품들을 멀리했다. “애드리브를 칠 수 없는 캐릭터”여서 엄지와 검지로 입 양쪽을 만지는 모양새나 삐딱한 자세로 서있는 포즈는 그가 직접 만들어낸 설정이었다.

소지섭은 인터뷰 내내 ‘연기에 목마르다’는 말을 이어갔다. 흔하디 흔한 말이다. 소지섭이 “이젠 다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농을 건넸을 때, 문득 이 말이 가진 깊은 뜻이 떠올랐다.

인터뷰를 마친 후 자리를 떠나던 소지섭은, 그를 기다리던 10여 명의 여성 팬들에게 휩싸였다. 어떤 이는 “너무 잘생겼다”고 외쳤고, 어떤 이는 “사인을 해달라”고 졸라댔다. 갑작스러운 여성 팬들의 환호에 소지섭은 “반가워하는 팬들을 만난 것도, 오랜만이다”고 즐거워했다. 올해로 데뷔한 지 14년차,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얼굴에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과 또 다른 꿈이 묻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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