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환경이 바뀌어도 시청률에 ‘목 매는’ 행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케이블 재방송과 VOD의 활성화로 ‘본방사수’(정규 방송 시간에 해당 프로그램을 보는 행위)하는 시청자는 대폭 줄었다. 웰메이드 드라마가 쏟아져도 시청률 50%를 육박하는 ‘국민 드라마’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방송국은 ‘편성 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어느 시간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중장년층 고정 시청자가 많은 KBS 1TV 오후 일일극을 누르기는 쉽지 않다.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 편성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방송 3사 미니시리즈가 격돌하는 월~목 밤시간대도 예민하다. 축구 A매치와 같은 특집 프로그램이 편성될 경우 모든 방송사에 비상이 걸린다. 시청률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아예 두 편을 연속 방영하거나 방송 시간대를 늦추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붙들어 두려 한다. 5분 만 먼저 시작해도 선점 효과로 시청률을 소폭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편성 시간은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런 양상은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번졌다. 일요일 오후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와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가 격돌한다. 팽팽한 경쟁 구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방송3사의 눈치 경쟁은 치열하다.

‘1박2일’의 경우 지난 14일 방송에서 방송 순서를 마지막에서 중간으로 옮기는 변화를 꾀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시간대를 바꿀 경우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아보는 기회였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21일부터 1부에서 2부로 방송 순서를 바꾼다. 이로 인해 ‘패밀리가 떴다’ 대신 ‘1박2일’와 경쟁하게 됐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패밀리가 떴다’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상황 속에 ‘1박2일’과 맞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또다시 시간대가 바뀌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제작 관계자는 매주 시청률표 하나에 울고 웃는 신세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