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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미술품 '세금 폭탄' 맞나
4,000만원 이상 작품에 소득세 부과 추진… 미술계 거센 반발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고가미술품 양도세 과세안으로 경매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위)
화랑가 역시 정부의 미술품 양도세 과세안 발표로 울상을 짓고 있다.(아래)




계속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술계에 또 다시 파장이 불어 닥쳤다.

다름아닌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방안 때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2010년부터 개인이 4,000만원 이상의 미술품을 거래함으로써 남기는 차액에 대해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실제로 미술품 양도세 과세안은 이미 1990년에 입안됐지만 미술계의 반발에 부딪혀 다섯 차례나 시행이 연기됐고, 2003년 과세 조항에서 삭제된 사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술품은 양도세 등과 같은 세금 부담이 없어 투자 가치가 높았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가 됐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미술시장이 장기적인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더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에 한국미술경영연구소는 최근 ‘고가 미술품 경매 리포트’를 통해 지난해 서울옥션과 K옥션, D옥션, 옥션M, A옥션 등 국내 5개 경매 회사에서 출품된 미술품 5,189점과 161명의 취급 작가들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품작 가운데 4,000만원 이상 낙찰작 수는 822점으로 전체 낙찰 비중의 20.8%를 차지했다. 낙찰액 비중은 이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해 낙찰 총액 1,887억원의 81.5%인 1,538억원을 기록했다. 출품한 작가들 가운데서는 이우환,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고영훈, 유민준, 유영국, 이중석 등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들이 단연 높은 가격에 거래됐고, 르누아르, 샤갈, 리히터, 허스트, 쩡판즈, 장샤오강 등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4,000만원을 웃도는 고가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관행 상 미술품 경매에서의 신분 노출을 꺼리는 컬렉터들이 자연스럽게 고가 작품 응찰에 불참하게 될 것이고, 결국 ‘고가 미술품 양도세’라는 직격탄을 맞은 미술시장은 이제 혼란을 넘어 ‘시장 자체가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양도세 피해가 가장 여실하게 드러나는 곳은 바로 경매 시장이다. 현재 경매 회사는 작품 판매 수수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약을 세금으로 내고 있지만 작품을 판매한 개인 컬렉터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과세방안이 발표된 당일 국내 유일한 미술 관련 상장사인 서울옥션은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다수 미술품 경매 업체들은 양도세 과세가 음성 거래 시장만 늘리고 이제야 비로소 기지개를 켜려는 한국 현대 미술시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옥션 이동영 이사는 “미술품 양도세 과세안은 삼성 비자금 사건보다 더한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다”면서 “이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시기상조에 불과한 움직임이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호황을 누리며 승승 장구하던 현대 미술 화랑가들도 정부의 양도세 과세 방안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

화랑협회 이현숙 회장은 “일부 그림은 작품 값이 작년의 30% 수준으로 떨어졌을 만큼 올들어 미술시장 상황이 악화됐다”며 “시장 분위기가 무거운데 설상가상으로 과세안을 내놓는 것은 시기가 적절하지 못할 뿐더러 세금을 부과하면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지도 팔지도 않을 것이고, 작가들 역시 힘을 잃어 미술시장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고 토로했다. 결국 양도세 과세는 빈대 잡자고 초가 삼가 태우는 격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의 현대 미술 작품 가격을 형성하고 또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담당 디렉터는 “세무서에 원천 징수 신고를 하게 되면 그림을 판 사람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전부 제출해야 한다”면서 “컬렉터 인적 사항이 고스란히 세무 당국에 노출되는데 어떻게 작품 거래가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현대 미술 뿐만 아니라 고미술계에서도 미술품 양도세 과세 방안이 재추진 되는데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고미술 전문 화랑들은 문화재인 골동품이 세금을 피해 해외로 반출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은 “2003년에도 70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 법안을 부결하는데 앞장섰던 경험이 있다”며 “지금 고미술품은 대부분 박물관에서 사들이는 수요가 대부분인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신규 박물관도 없어서 1,000만원에 산 작품을 200만원에 팔아야 할 정도로 시장이 얼어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과세를 하게 되면 과세 시행 이전에 작품을 팔려고 내놓아 작품 가격만 더 떨어뜨릴 것이다”며 “이번 정부의 개편안과 관련해서는 협회 차원의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술계 각계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와중에 일부에서는 개인 간 미술품 거래 과세에 대한 긍정의 시각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 미술관 관장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미술시장이 성장하는 데 불투명한 자료가 장애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며 “물론 과세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투명화와 투기 세력 척결에 효과를 볼 것이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미술품 양도에 대한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 현재는 거래 기록이 세무 당국에 알려지지 않는다. 작가가 창작품을 판매하거나 화랑이 소장 미술품을 판매할 때는 사업 소득으로 간주돼 종합소득세가 매겨지고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미술품을 팔 경우에도 양도 차익에 대한 법인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새 법이 시행되면 거래 기록이 노출되기 때문에 미술품을 이용한 편법 상속은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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