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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해의 관문 '김정일은 누구인가'
독재자-CEO지도자 상반된 평가… 접근 한계로 실체분석 제각각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하필 중국인 의사인가?”

자타가 인정하는 북한 최고전문가인 베이징의 K씨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을 기념하는 ‘9ㆍ9절’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데 대해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세계의 이목이 북한을 주목하고 국내외 언론들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촉각을 세우며 온갖 억측을 쏟아낼 때 K씨는 ‘중국인 의사’를 거론했다.

K씨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미리 알고 있었고 중국인 의사와 프랑스 의사가 김 위원장의 심장과 뇌를 진단하기 위해 북한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 날(9일) 늦은 오후, K씨는 김 위원장이 언론에서 추측하는 것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정말 심각하게 눈여겨 봐야할 것은 ‘중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K씨는 김 위원장을 진단한 중국인 의사는 순수한 의사라 아니라고 했다. 중국의 대북관, 대한반도관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다시말해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동북공정의 조역들이라는 설명이다. K씨는 김 위원장의 신병에 대한 정보가 모두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의 하나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원대한 계획에 따라 북한 접수 시나리오를 가동할 경우 한반도는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K씨는 “김정일 건강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내 친중파와 민족주의파 간의 권력투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예고없이 사망하거나 중국의 의도대로 정변이 발생할 경우 북한내 친중정권 수립은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게 K씨의 분석이다.

러시아와 오랜 무역을 하면서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L씨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L씨는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친중파 후방 군단장과 김정일이 무리하게 부대 순시에 나선 것이 한 원인이 됐다”며 “김정일은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씨는 2002년 10월 김정일 위원장이 어우야그룹의 양빈(楊斌)과 손잡고 ‘신의주특구’를 신설해 경제경제발전을 도모하려된 계획이 중국에 의해 물거품이 되는 과정을 직접 목도하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을 절감했다고 한다. 즉 싱가폴의 이광요 전 총리가 전망했듯 중국의 속셈은 홍콩과 마카오처럼 대만을 흡수한 다음에 북한을 속국으로 한다는 동북공정의 전략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L씨는 2003년 북한 내부 폭동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북한 난민을 수용할 중국과 러시아의 거점 지역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대신 반대로 인민해방군을 앞세워 북한 지역을 접수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L씨에 따르면 중국은 압록강 하구 단둥에서 두만강 하구 훈춘, 방천에 이르는 북한과의 국경에 완벽한 도로망을 건설하고 중국 국경수비대 10만명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또한 랴오닝성(遼寧省) 선양(沈陽)의 화물자동차 생산공장을 3배로 확장해 비상시 4만대의 트럭으로 북한 난민 지원 생필품을 싣고 8시간 안에 북한 전역에 동시에 진입한다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게 L씨의 설명이다.

중국 해방군 고위 군관들이 알고 있다는 ‘39.5도선 전략’에 따르면 북한이 내부 분열이 일어날 경우 중국 해방군이 청천강에서 동해안 용흥강까지 한반도 39.5도선까지 밀고 내려온다는 것이다. L씨의 주장대로라면 39.5도선은 중국 동북공정의 한반도 최남단 경계선과 거의 일치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체제가 불안정해진다면 중국은 난민의 대거 유입 방지를 위해 인민해방군을 투입, 대대적인 국경경비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ㆍ중 국경 통제가 쉽지 않을 경우엔 북한내 일부 지역에 중국군이 파견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럴 경우 파견된 인민해방군은 핵무기 및 핵물질 안전확보에 우선 주력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더불어 불거진 후계구도와 관련, KㆍL씨는 한결같이 “아들로의 후계 이양은 없다”고 말한다. L씨는 “북한 권력구도 상 김정일의 아들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K씨는 “김정일 위원장 스스로 ‘자식에게 권력 이양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김 위원장 아들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지었다.

이는 북한 내 친중파와 민족주의파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거취가 중요한 것은 북한내 복잡한 권력 퍼즐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은 곧바로 권력 퍼즐에 변화를 가져오고 자칫 중국의 동북공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2002년부터 동북 3성 즉 ‘만주’지방의 사회과학원과 대학 및 연구기관을 총동원하여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본격화했다. 100여명의 연구진이 참가한 이 계획은 5년간 우리 돈으로 약 3조원을 투입하여 고구려의 기원과 귀속문제를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연구범위를 한반도 이남 한강 유역까지 넓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공정은 그보다 10년이나 앞선 1992부터 시작됐다. 그해 3월 김일성대학에서 역사학을 강의하는 한 교수는 랴오닝성 선양에서 중국측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6개월 가량 머물며 중국 학자들과 만주지역(중국 동북3성)에 관한 역사를 논하고 귀국했다. 이듬해 또 다른 북한 교수가 선양에서 중국 학자들과 동북지역 고대사에 관한 연구를 하고 귀국했다. 이들 북한 학자는 나중에 중국 학자들의 동북공정 작업에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전술한 바와 같이 학문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 군사적으로 동북공정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경제의 80% 정도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경제의 동북공정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수년 전부터 랴오닝성의 강력한 군대를 북ㆍ중 국경지대에 전진 배치시키는 것도 동북공정과 무관하지 않다. 2006년 7월 5일 북한 미사일 사태 이후 중국은 인민해방군(선양군구 제16집단군) 2,000여 명을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구의 투먼(圖們), 룽징(龍井), 총화(從化), 훈춘(琿春) 등 북·중 접경지대에 증파한 데 이어 같은달 25일엔 백두산(중국명 長白山, 창바이산) 지역에서 야간 미사일 훈련을 실시, 북한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행동을 했다.

그에 앞서 2006년 2월 10일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기 전 북ㆍ중 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랴오닝성의 인민해방군 14만 명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ㆍ한국의 설에 해당)에 휴가를 못가고 대기했었다.

탕자쉬안(唐家旋) 중국 국무위원은 1994년 제1차 북핵위기가 닥쳤을 때 “북한이 확실하게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있다면 우리는 당장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북한의 핵무기를 탈취해오겠다”고 말해 결정적인 순간에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에 들어가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거취가 한반도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단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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