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콘텐츠페어, 성큼 다가온 미래 황홀경 선보여입체영상, 디지로그북, 인포월 등 국내 기술로 모두 개발

국내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이런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문화기술 축제가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펼쳐졌다.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페어(9.24~30) 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문화콘텐츠의 성장엔진 CT축제’가 바로 그것.

지난 25일 CT축제가 열리고 있는 DMC를 찾은 기자는 행사장인 4층 건물 ‘디지털 파빌리온’을 가득 채운 최첨단 문화기술의 향연에 잠시도 눈과 귀를 뗄 수 없었다. 하나 하나의 기술이 모두 디지털기술이 빚어내는 황홀한 미래상을 앞당겨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3차원(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니 커다란 여객기가 비행운(飛行雲)을 내뿜으며 곧장 화면 밖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비행기뿐이 아니었다. 새와 물고기도 디스플레이를 벗어나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보는 위치를 바꿔도 그 각도에 맞게 화면 속 물체들이 움직였다.

이 장치의 개발업체 ㈜브이쓰리아이 여승민 과장은 “특수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를 세계에서 3번째로 상용화했다”며 “3D 영상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홍보, 광고, 전시 등 용도로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책 속의 멀티미디어 정보를 입체적인 가상현실 객체로 만들어 컴퓨터 화면 속에 나타내는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북’도 신기하기만 했다. 테이블 위의 책에는 글만 있지만, 글 속의 여러 정보(가령 동물이나 사람, 건물 등)들이 책 앞에 놓여진 컴퓨터 화면 안에서 가상현실로 만들어져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움직였다. 이는 책 내용을 더욱 실감나게 구현함으로써 사용자의 상호작용 학습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디지털 초상화 스튜디오’에서는 인물 사진이 화가가 직접 그린 듯한 초상화 형태로 탈바꿈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아 포즈를 잡으니 잠시 후 커다란 평판 디스플레이에 기자의 사진이 떴다.

이어 몇 가지 버튼을 누르자 사진은 금세 실제 화가의 붓터치가 느껴지는 그림으로 변했다. 말하자면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아날로그적 예술기법을 창출해내는 셈이다. 기념품으로 받은 사진은 정말 사진이 아니라 근사한 초상화처럼 보였다.

백지 위에 붓을 놀려 그림을 그리듯이 ‘디지털 캔버스’ 위에 커다란 브러시로 디지털 이미지를 그리는 장면도 흥미진진했다. 디지털 캔버스는 카메라가 내장된 브러시를 통해 특정 이미지나 물체를 인식한 후 화면 위에 그대로 옮겨 그림으로 나타내는 장치다. 브러시는 움직임(동영상)을 포착해 화면 위에 옮겨 놓을 수도 있다.

디지털 캔버스는 미래에 벽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기분 내킬 때마다 거실, 침실 등의 분위기를 다른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는 셈이다. 심지어 가족들의 다양한 일상 모습을 사진 대신 디지털 캔버스에 담아 늘 감상할 수도 있다.

상호작용형 디지로그북 저작기술 시연 장면.(위)
석조 문화재, 목조 건축물 등의 대형 문화재에 대한 3D 디지털화를 통한 안전진단 및 건축물의 축조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디지털 문화 복원 기술.(아래)

문화기술은 단지 흔히 말하는 문화상품 제작에만 쓰이는 기술은 아니다. 문화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양식이라는 점에서 문화기술의 쓰임새는 생활 전반으로 확대된다.

공공시설에도 문화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적용될 수 있다. ‘인포월’(Info-Wall)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인포월은 대형 벽면(화면)을 이용한 정보의 바다 혹은 무한대의 정보창고로 일컬을 수 있다.

사용자는 조작기구를 손에 끼고 벽면 앞에 서서 원하는 정보를 손짓으로 찾아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손짓하면 데이터베이스의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왼쪽으로 손짓하면 왼쪽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찾는 정보가 나오면 양손을 벌려 상세내용을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주인공 톰 크루즈가 허공에 손을 휘휘 저어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인포월은 그와 유사한 개념의 기술인 셈이다. 인포월은 미래에 도서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무한대의 정보를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도 너무나 편리하기 때문이다.

‘u-스트리트 윈도우’도 무척 인상적인 문화기술이다. 이 장치는 특정 지역의 모든 거리 정보와 건물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일종의 보행자용 내비게이션인 셈이다. 가령 낯선 지역에 처음 온 방문객의 경우 ‘u-스트리트 윈도우’를 통해 먼저 정보를 얻으면 마치 자기 동네를 걷듯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문화기술을 이용하면 비좁은 주거지역 안에 멋진 연못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디지털 연못’이다. 디지털 연못에 사는 물고기나 수생식물은 모두 디지털 생명체다. 주민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물고기를 창조해 연못에 방류할 수 있고, 틈날 때마다 들러 자신의 물고기를 부를 수도 있다.

비단 연못뿐이 아니다. 제법 근사한 분위기의 오솔길이나 정원도 디지털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다. 현실과는 많이 달라도 디지털기술이 구현해내는 문화공간 역시 그만의 멋이 있다.

CT축제 관계자는 “문화기술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융합기술”이라며 “축제에 전시된 모든 기술은 이미 국내에서 개발된 것들이며 앞으로 상용화가 이뤄지면 삶의 질을 한층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