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앨범 제작·유통 불구 '불나무' 오리지널 버전 등 백미김민기·양병집 1집과 더불어 3대 포크 명반 반열에

이 앨범은 자주적으로 제작된 소위 인디개념의 음반이다. 지금처럼 인디레이블이 정착된 시절이라면 제작과 기획을 한 클럽 ‘내쉬빌’의 이름으로 발매되었겠지만 당대는 인디레이블의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정식으로 음반을 발매하려면 기존 음반사를 통해야만 가능했다. 제작사가 유니버샬 레코드로 표기된 것은 그 때문이다. 음반작업과 더불어 클럽 ‘내쉬빌’의 운영자 3인은 경기도 수원 시민회관에서 '우리들'이라는 타이틀로 앨범 참여자들을 모아 3일간의 역사적인 포크 공연을 자체 기획했다.

명반의 탄생비화라면 뭔가 근사한 에피소드를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음반은 발매여부조차 일반대중에게 알려지질 못했다. 앨범의 홍보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유통망을 통해 배포되질 못했다.

당시 앨범제작에 참여했던 학생가수나 일반 포크가수들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500장 소량으로 제작된 이 앨범은 3가지 경로로 세상에 조용히 뿌려졌다고 한다.

제작에 참여한 학생가수들에게 우선적으로 소량 분배되었고 일부는 참여하지 못한 학생가수들과 음악관계자들에게 그리고 나머지는 정식 음반가게가 아닌 대학가 앞 서점 등에 배포되었다. 음반 수록곡들은 참여자들이 대학가 축제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제법 알려졌고 입소문을 타고 음반의 존재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검정재킷에 병아리가 막 부화되는 삽화가 인상적인 1972년 6월 발매 초반부터 살펴보자. 초반에 수록된 노래는 총 10곡이지만 정확한 수록곡 트랙 확인조차 불가능하다. 재킷 뒷면에 수록된 곡명에는 트랙 번호가 명기되어 있지 않고 곡 배열도 앞뒷면이 뒤죽박죽이다.

수록곡이 인쇄된 A, B면 양면 라벨까지 똑같은 내용이다. 잘못된 인쇄상태 그대로 발매되었던 것. 곡명이 정해지지 않은 노래도 2곡이나 된다. 이처럼 빛나는 포크 명반의 명성과는 달리 이 앨범의 제작수준은 황당할 정도다. 재발매 음반과의 비교 확인을 통해서만 초반의 곡명 확인은 비로소 가능하다.

첫 트랙은 당시 홍익대 고경훈이 부른 포크 명곡 ‘밀밭’이다. 이미 ‘세노야’를 통해 학생층에 ‘얼굴 없는 가수’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서울음대 김광희의 두 번째 트랙 ‘나 돌아가리라’는 후에 양희은이 리메이크해 히트시킨 ‘가난한 마음’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제목도 없이 ‘8번’으로 발표된 세 번째 트랙은 불멸의 포크 명곡으로 애창되고 있는 ‘아야! 우지마라’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창작자인 연세대 박두호는 ‘강변의 노래’까지 2곡을 발표했다.

전설적인 포크명곡으로 손꼽히는 이화여대 방의경의 대표곡 ‘불나무’의 오리지널 버전도 이 앨범의 백미다. 당시 방의경은 기타 세션을 자청한 미8군 기타리스트 그레그의 기타연주로 노래를 녹음했다.

이 노래 또한 양희은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대중에게 알려졌다. 홍익대 박두영은 ‘기다리는 사람들’과 앨범의 타이틀이 된 합창곡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노래들’, 연세대 서활은 ‘내 마음과 흰새’, 경희대 김태곤은 ‘하루 이틀 사흘’로 참여했다. 노래제목이 미정인 B면 네 번째 트랙 ‘4번’은 이화여대 김현숙의 작품이다.

제목미정 상태로 발표되었던 2곡이 1981년 김태곤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히트한 사실은 흥미롭다. 정확한 속사정은 알 수 없으니 이때 발표된 김태곤의 독집앨범엔 이 2곡의 창작자가 ‘마고’로 표기되어 있다.

박두호의 ‘8번’은 ‘아야! 우지마라’로 김현숙의 ‘4번’은 ‘들국화’로 제목이 붙여졌다. 이 음반은 1989년 두봉, 1991년 서울음반에 의해 두 차례 재 발매되었다. 재반엔 박두호의 ‘나의 기도’와 ‘꿈을 따라’가 추가 수록되었고 ‘8번’은 ‘아야! 우지마라’로 표기되었다. 또한 불후의 포크명곡인 양병집의 ‘타복네’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한국 포크역사에 아롱진 이 음반은 김민기와 양병집의 1집과 더불어 소위 3대 포크명반으로 불리는 불후의 명반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