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일종의 체스 경기와 같다"앤서니 에버렛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 22,000원타고난 전략가 권력획득·유지방법으로 로마 재건을 성공

역사전기는 성별과 세대를 초월해 읽히는 스테디셀러다. 역사를 빛낸 유명인의 이야기는 권력자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 조차 알아야 만족하는 남성의 심리와 ‘사랑과 야망’을 꿈꾸는 여성의 심리를 동시에 꿰뚫고 있다.

신간 <로마 최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역사전기의 ‘성공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키케로>로 이름을 알린 저자 앤서니 에버렛은 충실한 사료와 탐정과 같은 추리로 로마의 첫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일대기를 추적한다.

책에서 저자는 “그(아우구스투스)의 생애는 권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가에 관한 훌륭한 연구서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우구스투스에 대해 ‘권력을 획득하는 방법은 물론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까지 익혔다’고 평가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남성 독자들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초라한 시골마을의 이름 없는 소년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로 거듭난 아우구스투스는 위기 때마다 신경성으로 앓아 눕는 병약한 청년이었음에도 총명과 끈기를 발휘해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그 결과, 그는 로마를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대부분의 전쟁을 아그리파에게 맡긴 심심한 영웅이었지만, 정치, 문화, 가족제도, 전통적인 관습과 풍속, 도시 건설의 전반적인 부분을 로마재건이란 큰 계획 하에 다루었다. 전쟁이 영웅 아그리파가 충직한 전술사라면 아우구스투스는 타고난 전략가인 셈이다.

저자는 아우구스투스의 정치는 일종의 체스 경기와 같다고 말한다. 어제의 적도 필요하다면 오늘의 동료로 삼고 계획과 질서를 무너뜨리면 가족도 버렸다. 심지어 빠르고 안전하게 화제의 권한을 티베리우스에게 위임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도 계획에 포함시켜 둘 정도의 철두철미한 정치가였다.

아우구스투스의 생애를 설명하는 데는 역사적인 다른 인물의 삶도 함께 엮인다. 눈부신 재능과 매력을 발산하는 양아버지 카이사르, 섹스를 정치 도구로 이용한 클레오파트라, 이상주의를 꿈꾼 암살자 브루투스, 똑똑하지만 술주정뱅이였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무뚝뚝한 티베리우스, 성적 일탈을 일삼았던 여인 율리아 등. 매력적인 인물들의 파란 만장한 삶에는 여성 독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저자는 로마제국에 가려진 아우구스투스의 삶을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우구스투스의 업적을 이야기 하며, 그와 관련된 인물과 사건, 장소를 재현한다. 5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과 책을 가득 채운 생소한 이름에 선뜻 책을 손에 잡기 힘들지만, 일단 시작하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넘어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