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남편 두고 또 결혼하겠다'는 인아 역부부관계 묘사 야한대사·노출신 소화 이미지 변화 시도

배우 손예진은 명민하다. 순수한 미소와 청순한 외모 덕분에 첫사랑(‘클래식’ ‘연애소설’)에 머물 것 같던 그는 어느 틈에 아내(‘내 머릿 속의 지우개’) 이혼녀(‘연애시대’)를 거쳐 더 강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올해 초 영화 <무방비도시>로 소매치기 보스로 출연하더니 10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ㆍ제작 주피터필름)에서는 남편을 두고도 ‘또’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인아 역을 맡았다.

“감독님과 (김)주혁 선배, 저 이렇게 촬영 전부터 열띤 토론을 했죠. ‘왜 인아는 저런 마음을 갖게 됐을까?’하구요. 저는 인아에게 ‘아버지가 3명일 것이다’ ‘어머니가 비슷한 사상을 갖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고요, 감독님은 ‘아마 인아가 가슴 아픈 사랑을 해 봤는데 그 남자가 스페인 남자일 것이다. 남자의 자유로운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고 하셨죠. 그 모든 것이 합해져서 인아가 탄생한 것 같아요.”

손예진은 올초 <무방비도시> 개봉을 앞두고 만났을 때 이미 이 작품을 결정한 상태였다. 손예진은 당시 “여자들이 정말 좋아할 소재”라며 즐거워했다. 파격적인 설정의 영화인 만큼 선택이 쉽지는 않았을 터.

손예진은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어찌 보면 남녀가 바뀐 설정 같기도 한데 남녀의 반응이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죠. 기대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개봉 앞두고 걱정이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그동안 일정한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매번 변신을 택한 데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손예진은 “선택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안 좋은 파장을 생각하면 변신이 두렵겠죠. 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으로 다 평가 받는다고 여기지는 않는거죠. 멜로에 국한된다면 대중도 지겹지 않을까요.

어떤 역이든 ‘어떻게 잘 손예진화 할까’ 고민하면서 조금씩 변하는 것이죠. 지금 <연애소설>이나 <클래식>을 한다고 그때의 풋풋함이 또 나올까요?”라고 분명히 말했다. 손예진은 웃으며 “거창하게 말하기보다는 ‘필’(feel)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제가 이 작품을 원하는지 아닌지 알거든요”라고 덧붙였다.

<아내가 결혼했다>도 그랬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시나리오를 받아 쥐었을 때, ‘내가 이런 야한 대사를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했다. 청소년이 몰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자꾸 관심이 갔고 결국 출연을 수락했다.

“막상 촬영하고 다 지나고 나니 ‘대사가 힘들었나?’ 싶어요. 어머니들이 아기 낳은 뒤 또 낳는 것처럼 아픈 건 다 잊었어요.”

손예진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부부 관계를 묘사하는 갖가지 단어를 입에 올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우비만 입는 설정이나, “성적 판타지가 뭐냐”고 묻는 등 꽤나 도발적이다. 덕분에 영화도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여배우로서 부담은 크지 않았을까.

“노출이 많지는 않아요. 밝고 로맨틱한 분위기죠. 정사신도 사랑스럽고 예쁜 분위기에요. 아마 ‘야한 영화’를 예상하신다면,다른 영화를 보셔야 할 걸요? 호호.”

영화마다 의상에 많은 공을 들이는 손예진은 이번 영화에서도 옷에 신경을 퍽 썼다. ‘인아스러움’이 묻어나기를 원해 직접 본인의 옷을 입기도 했다. 일부러 옷을 구입하기도 했다.

인아처럼 결혼을 한 뒤, 남편 외에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다면 어떨까. 인아처럼 그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하고 관철시킬 수 있을까.

“음, 그런 선택의 기로에 안 놓이기를 바라죠. 인아는 최선을 다해 사랑을 공유해요. 인아는 두 남자를 만나서 정말 행복하죠. 몰래 불륜을 저지르는 것보다 낫다는 게 인아의 생각이에요. 인아는 두 남자에게 최선을 다 하니까, 세상 앞에서 당당한거죠.”

손예진은 최근 스페인의 바다를 여행한 일화를 소개했다. 부모와 딸, 딸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네 명의 남녀가 바다를 찾은 모습을 보게 됐다. 유럽의 많은 해변에서 볼 수 있듯, 토플리스 차림이었다. 어머니는 딸의 남자친구 앞에서, 딸은 아버지 앞에서 비키니의 상의를 벗은 채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상상할 수도 없던 모습이었지만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저들의 가치관이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고정관념을 깨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손예진은 인아를 겪으며 한층 넓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배우는 감정을 연구해야 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경험을 하기 더 어렵기 때문에 힘들다는 말도 했다. 손예진은 “진실은 통한다고 믿었지만 아닐 때도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마음 닫고 사냐고요? 에이, 아니죠. 대신 말이 많아졌어요,호호”라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