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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자 처녀 뱃사공' 1959년 라라레코드
군인 간 오빠 기다리는 실화 바탕
한국전쟁 '동병상련'의 정서 담아
나훈아·주현미 등 리메이크 국민가요로 자리매김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2000년대 들어 지방자치시대가 활성화되면서 뜨겁게 생성되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

관광 자원의 일환으로 기획된 각종 지역축제와 노래비 건립이다.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대중가요 중 구체적 지명이 거론된 노래는 어김없이 노래비 건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1959년 가수 황정자가 발표한 ‘처녀 뱃사공’ 노래의 배경은 가사에 등장하는 ‘낙동강’이 아닌 한국전쟁이 막 끝난 1953년 경남 함안군 대산면 악양 나룻터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 이 노래도 어김없이 노래비가 세워졌고 전국 규모의 함안 처녀뱃사공 가요제로 이어져 지역홍보에 일조하고 있다. 이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국민가요는 단순한 노래의 개념을 넘어 지역을 상징하고 중요 관광자원으로 무한 효용가치를 발휘하는 시대가 되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오네 큰 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경쾌하면서도 구슬픈 정서를 담고 있는 '처녀 뱃사공'은 반세기동안 국민애창곡으로 군림해온 명곡이다. 최근 노래의 오리지널 주인공 진위논란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 노래가 발표된 지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 누가 노래의 실제 주인공이냐를 따지는 논란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노래가 한국전쟁의 후유증으로 상처받은 당대 대중의 공통된 정서를 담아냈고 아직도 많은 대중이 애창하는 국민가요라는 사실이다.

한국전쟁 후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겐 정상적인 공연무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시절은 전국의 장터를 떠돌며 지역 주민과 상인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친 유랑 악극단 전성시대였다.

전쟁으로 더욱 피폐해진 생활에 고단했던 당대 대중에게 이들이 선보인 노래, 춤, 연주, 만담 등은 거의 유일한 문화적 경험이었다. 경쾌하면서도 애잔한 정서를 담고 있는 ‘처녀 뱃사공’은 유랑극단 시절에 창작된 노래다.

진위여부에 논란은 있지만 노랫말은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

낙랑악극단시절 전국을 유랑하던 윤부길은 경남 함안 악양나루터에서 나룻배를 젓던 처녀뱃사공을 통해 군에 간 뒤 소식이 끊긴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는 애절한 사연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노랫말은 윤부길이 작사했고 가수 한복남이 곡을 붙여 가수 황정자에 의해 1959년 발표되었다. 윤부길은 가수 윤복희, 윤항기의 아버지이자 국내 최초의 원맨쇼 일인자로 평가받는 아티스트다.

누구나 공감할 전쟁 후의 애틋한 정서를 담아낸 명곡 ‘처녀 뱃사공’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 모두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전파되어 60년대 최고의 히트 넘버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당대 최고의 인기가요라 해도 생명력의 유효기간은 보장할 수 없다. 이 노래가 지금껏 사랑받게 된 원동력은 나훈아, 주현미등 수십 명의 후배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리어 졌기 때문이다. 1976년 발표된 남성듀엣 ‘금과 은’의 리메이크 버전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초의 버전은 손인호의 ‘짝사랑’과 함께 발표된 라라레코드의 SP(유성기)음반이다. 황정자의 ‘처녀 뱃사공’은 197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보다 훨씬 앞서 개봉된 영화의 주제가였다. 영상자료원에도 자료가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60년대에 한복남이 운영한 도미도레코드를 통해 2차례에 걸쳐 재발매된 황정자 가요히트앨범LP 재킷은 이를 증언한다.

당시로서는 드문 완벽한 독집음반이다. 총 12곡이 수록된 이 음반에는 작곡가 하기송의 ‘귀뜨라미’를 제외한 11곡 모두 한복남의 창작곡으로 구성되어있다. 타이틀곡 ‘처녀 뱃사공’외에 훗날 혼성밴드 ‘들고양이’에 의해 리메이크된 ‘오동동 타령’의 오리지널 버전도 수록되어 있다.

사실 대중가요에 있어 명곡의 개념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 노래가 절절한 당대의 시대적 정서를 담아냄은 물론이고 장구한 세월동안 세대를 넘어 불리어지고 있다면 명곡 클럽에 가입할 필요조건으로는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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