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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문학포럼 지상중계, 디지털 시대 새 문학의 창을 열자
한중일 작가 인터넷 발달과 창작 환경의 변화 등 열띤 토론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1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된 제 1회 한일중 동아시아 문학포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대산문화재단이 공동주관하는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이 지난 달 30일에서 5일까지 열렸다.

문학을 통해 동아시아 3국의 소통을 모색한 이 자리는 포럼과 작가교류의 밤, 선상 낭독회와 작가강연이 2일까지 서울에서, 김유정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춘천에서 ‘김유정 문학의 밤’이 개최됐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30일과 1일에 진행된 문학포럼. ‘현대사회와 문학의 운명 : 동아시아와 외부세계’를 주제로 한중일 문학인이 이틀에 걸쳐 의견을 나누었다.

포럼의 마지막 소주제인 ‘문학의 미래’편을 지상 중계한다. 한국작가 중에서 오정희, 나희덕, 성석제가 발제했고 일본 작가는 마쓰우라 리에코, 히라노 게이치로, 와타야 리사가 참여했다. 중국은 리징저 문학평론가를 비롯해 쉬롱쉬, 레이쉬옌이 참석했다.

■ 인터넷의 발달과 문학

문학의 미래에 대한 3국 작가들의 시선은 대체로 매체발달, 특히 인터넷이란 매개도구에 맞춰졌다. 발제에 참가한 작가들은 인터넷으로 인해 변하는 신세대 작가들의 세계관과 독자들의 취향, 그리고 더 넓혀진 작품의 소재로 최근 문학의 경향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오정희와 마쓰우라 리에코 등 중견 작가는 그럼에도 문학의 본래적 가치와 작가의 창작 활동은 근원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학의 미래’ 첫 번째 포럼은 문학 매체와 신기술 시대의 결합을 맞아 새로운 문학의 창을 열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정희(소설가) = 대개 작가들에게 있어 글쓰기란 본능적인 욕망이고 행위다. 나방이 불에 다가가듯 자석의 다른 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 글쓰기라는 어떤 이끌림, 매혹에 사로잡혀 자신을 표현하고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나의 미래의 문학이란 이제까지의 작품들이 그러한 것처럼 내가 살아온 삶의 경험과 정신이 도달한 지점이며 그 총회일 것이다.

이제까지 나의 문학적 노력은 여성적 삶, 살아간다는 불안과 고독, 죽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뭇존재들의 슬픔과 쓸쓸함 등에 바쳐졌다. 이러한 내 작품들이 동시대인들의 고단하고 지난한 삶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작게나마 봉헌의 의미를 지니게 되기를 바란다.

마쓰우리 리에코(소설가) = 종이 미디어 위에 전개되는 종래의 글쓰기 세계에 인터넷상의 글쓰기 세계가 가담하여 지금 일상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글쓰기 메커니즘에 접한 요즘 사람들은 글을 쓸 때 소박한 글쓴이로 머물지 않고 복수의 시점, 복수의 의식 레벨을 지니며, 타인의 글을 읽을 때도 글쓴이 시점의 방식이나 자의식 태도에 민감하다. 이 방면에서 사람들의 리테라시(Literacy, 읽고 쓰는 능력)은 IT 혁명 이전에 비해 상당히 향상된 것이 아닐까.

나는 새 시대의 새로운 조류도, 내가 믿을 수 있는 문학의 본류도 재미있고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것은 뭐든지 안으로 거둬들여, 자신의 소설을 크고 풍성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미래도 과거도 없거 영원히 현재가 있을 뿐이다.

리징저(문학평론가, 잡지 <인민문학> 부편집장) = 중국이 고대 시교국가(詩敎國家문)였지만, 현대는 시교로 현대적 공민을 교육할 수 없다. 문학은 반드시 자율적이며 주변에서 만족해야 한다.

비평가들이 줄곧 ‘신세기 문학’의 경향을 정리하고 전망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까지 문학 언어는 내가 규정한 논제 속에서 믿을 수 있는 행동 방안이 나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각의 작가들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언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니면 글을 쓰거나 말하고 있는 많은 대중 속에서 우리가 숨죽이고 조용히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미래의 작가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와 역사의 커다란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언어 환경은 복잡해 졌다. 이제 대중의 삶에서 침묵의 영역(계몽자로서 작가가 아니라 주변인으로서 작가가 머무는 것)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국(조선족) 작가 쉬롱시, 성석제


■ 필사, 타자기, 컴퓨터

두 번째 시간은 매체의 변화로 인한 작가들의 창작 환경의 변화와 달라지는 문학 경향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나희덕(시인,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문학에 있어서 인쇄매체와 전자매체, 또는 아날로그문화와 디지털문화 사이의 갈등은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글쓰기 환경과 도구의 변화는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도 새로운 징후를 가져왔다.

50년대 모더니스트들의 시에서 발견된 타자기, 90년대 컴퓨터 등장에서 나온 장정일의 시 등이 그 예다. 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대한 우주의 한 그물코로 그것과 함께 운동해야 한다. (변하는 매체에 대해) 시인이 엄격한 질서와 체계보다는 자유로운 연상과 우연히 빚어내는 순간의 미학에 몸을 실을 때, 문학은 다양한 감각들이 조우하는 현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문학이 나와도 근본적인 자양분은 문학적 전통으로부터 길어올 수밖에 없고, 양자는 앞으로도 대체보다 공존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히라시노 게이치로(소설가) = 웹 2.0 시대의 예술분야에서, 창작자와 수용자라는 이항대립적인 구도는 그 의미를 잃었다. 소설처럼 누구라도 바로 그 순간 제작 가능하고 더구나 발표 미디어(웹 공간)가 확보되어 있는 장르에서는.

90년대 소설의 종언을 말하던 소리가 요즘에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사회가 계속해서 변용하는 한, 써야 할 것은 그 때마다 저절로 제공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변용하는 사회가 진정으로 소설이라는 표현방법을 선택할지 여주는 작가 자신의 자각적 탐구에 맡겨져 있다. 소설은 이 시점에서 ‘소설이란 무엇인가’ 그 아이덴티티를 찾아야 한다.

쉬롱시(조선족 소설가 겸 언론인) = 90년대 디지털화는 문학공간에도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다양한 형식의 문학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당대 중국문학에 대한 인터넷 문학의 충격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인터넷문학은 문학 영역에 새롭게 태어난 사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 깊이와 분량에 있어서 매우 박약하고 표면에 떠있는 상태에 불과하지만, 시대의 추이에 따라 점차 성숙해 갈 것이다. 미래의 세월에서 인터넷 문학은 중국문학의 구조를 새롭게 조직하여 새로운 문학 공간을 열어갈 것이다.

■ 개인적 경험에서 비춰본 문학의 미래

마지막 시간, 작가들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비춰 문학의 미래를 말했다. 작가 성석제는 과거와 현재의 결합으로 문학은 탄생하며, 때문에 미래의 모습은 알 수 없다는 글을 미래의 문학에게 보내는 편지 글로 발제 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와타야 리사는 핸드폰 소설로 대표되는 일본 전자 서적의 발전을 발표했다.

성석제(소설가) = 소설은 소설을 쓰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 소설을 읽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에 근거할 수 밖에 없다. 소설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매체의 변화가 소설을 손쉽게 쓰고 유통하고 온축하기보다 소비, 소모되는 성향을 만들 것 같다. 소설의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많아지고 다양해 졌지만, 깊이는 사라지고 소설 위에 머무르는 시간은 지극히 짧아진다. 그러나 형태가 어떻게 바뀌든 미래에도 문학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소설은 인간적인 것을 다루고 있을 것이다.

와타야 리사(소설가) = 미디어의 다양화와 문학에 대해 말하려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문학이 인터넷이나 핸드폰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며 진화하고 있다. 미디어의 다양화라기보다는 문학의 다양화라고 부르는 편이 바른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독자에 맞추고 그에 따라 독자가 늘어나고 독자에게 보다 사랑 받을 수 있게 문학이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핸드폰 소설이다.

불특정 다수 사람들이 생생한 경험담을 올려 완성된 소설을 선보이거나 핸드폰 전문 작가가 출현하는 것 등을 보고 있으면 인터넷은 그 자체에 어울리는 독자적인 형태의 문학을 발견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웹 문학은 종래 문학과 분리를 꾀할 지도 모른다. 미디어의 다양화와 함께 문학도 다양화되지 않을까.

레이쉬옌(시인) = 문학은 진화론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수천 수백년 전의 문학 천재들이 남긴 걸작들은 여전히 무게 있게 빛을 발한다.

미래의 창작에서 기교와 형식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건 관계없이, 시는 예전 작가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인의 심장을 거쳐 혈관을 통해 흘러나와야 한다. 이 점에서 진지한 글쓰기 태도를 견지했던 과거의 시인들은 영원히 미래의 창작자들에게 모범이 될 것이다. 과거 우리의 시가 창작은 고전 시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형식적인 면에서 학습만 중시했지, 신시의 창작에 적용하는 데는 익숙지 못했다. 미래의 시가 창작에서는 바로 이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포럼에 참가한 작가들은 발제 이후 토론과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동아시아 문학은 매체가 바뀌고 소재가 늘어나면서 20세기와 또 다른 양상을 지니지만, 문학 작품 그 자체는 여전히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사유에서 비롯되며 근본적인 역할을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체발달과 함께 21세기, 한중일 3국의 문학이 오가는 문학 월경의 시대가 도래 했다. 이제 동아시아 문학은 소통의 문제가 남는다. 이날 포럼에는 6명의 통역사와 준비된 번역 논문집을 발판으로 3국의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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