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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 1996년 석기시대
이석원등 '미완의 대기' 4인방
한국 첫 모던 록 밴드문을 열다
대중 친화적 멜로디 젊은 감성의 가사 신선한 충격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언니네 이발관'은 처음으로 국내 모던록 밴드의 존재와 기타 팝이라는 서구의 장르를 동시에 대중에게 전파한 선구적 밴드다. 밴드 본연의 음악 원형질을 보존하기 위해 상업적 성공이 보장되는 메이저 기획사의 러브콜을 포기하고 인디밴드의 길을 선택했던 이들의 음악은 확실히 당대 주류 음악과는 차별적이었다.

창립 4인방은 무한 잠재력을 담보했던 미완의 대기였다. 현재까지 보컬과 기타를 맡아온 밴드의 리더 이석원은 한국대중음악의 중요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

당시 드럼을 연주한 유철상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한국 흑인음악의 본좌’로까지 평가받는 ‘윈디 시티’의 리더 김반장이다. 그리고 기타 정대욱, 베이스 홍기덕을 포함해 4인조 라인업이었다. 방은 무한 잠재력을 담보했던 미완의 대기였다.

리더 이석원은 여러모로 독특한 뮤지션이다. 수줍음 때문에 사진촬영을 기피하고 성대가 약해 콘서트를 앞두고는 말조차 꺼리는 독특한 캐릭터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언밸런스한 독특한 팀명은 리더 이석원이 고등학교 때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본 야시시한 일본영화 비디오의 제목이다. 팀 결성과정도 독특했다.

1994년 이석원이 ‘전영혁의 음악세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실체도 없는 밴드의 존재를 거짓으로 알렸던 것. 그 후 거짓말처럼 하이텔 통신동호회 모던 록 소모임을 통해 밴드가 결성되었다. 1년 만인 1995년 홍대 클럽 드럭에서 첫 라이브 무대 통해 이들의 역사는 정식 가동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는 모던 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 하지만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와 젊은 감성의 가사를 담은 이들의 데모 노래 테이프는 메이저 기획사들까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보컬은 예쁜 여가수로 정하고 특정 멤버 누구를 교체하라는 등 음악적 간섭과 요구가 싫었다. 성공이 보장되는 주류밴드의 길을 버리고 음악적으로 자유로운 인디밴드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인디밴드 태동기인 1996년 발표된 1집은 국내 인디밴드 사상 최고의 명반 중 하나다. 발매 당시 강남 타워레코드와 신나라 레코드 등 대형 레코드매장의 판매차트 상위권을 휩쓰는 기염을 토해내 그해 한겨레신문이 선정한 10대 명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7년에는 동경의 디스크 유니온에 수출되어 일본에도 팬 층을 형성시킨 이 앨범은 모던 록의 본산 영국 런던의 전설적인 스튜디오 메트로 폴리스의 녹음기사 이언 쿠퍼가 마스터링을 해 더욱 주목받았다. 물론 맥 빠진 듯 들리는 보컬이나 중저음이 전혀 없는 날카로운 금속성 기타 중심의 사운드는 탁월한 가창력과 파워풀한 정통 록 음악에 익숙한 청자들에겐 가볍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푸훗’, ‘동경’, ‘보여줄 순 없겠지’, ‘쥐는 너야’, ‘생일 기분’, ‘산책 끝 추격전’등 총 12곡의 수록곡은 분명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함이 담겨있었다. 서정적인 멜로디, 깔끔한 기타 연주, 일상을 그려낸 상큼하고 여린 감성의 가사들은 기특한 화학작용으로 강한 중독성을 발휘했다.

이들은 데뷔시절 음반을 내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아마추어 밴드로 한동안 오해되었다. 심지어 ‘기타를 배운지 석 달 만에 밴드를 만들어 공연하고 또 음반도 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2집 이후 앨범발표 때마다 사운드와 연주의 색채가 확연하게 차이나는 변화무쌍한 음악적 시도는 호불호가 상반된 평가를 동반시켰다. 3집 ‘꿈의 팝송’은 무르익은 앨범의 완성도를 통해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의 절대적 호응을 얻어낸 이들의 최대 히트작이다. 하지만 미완의 가능성을 선보였던 데뷔앨범의 신성한 음악적 매력은 지금도 유효하다.

특별한 홍보도 없이 2008년 발표된 이들의 5집은 발매 전 인터넷 음반 쇼핑몰 예약순위 1위에 오르는 잔잔한 인기몰이를 했다. 음반불황시대이지만 잘 만들어진 이들의 음악에 대한 팬들의 믿음은 여전히 확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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