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배우 최진실의 죽음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대중은 훌륭한 배우 하나를 잃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스타의 자살을 모방한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묘하게도 배우 안재환과 최진실의 자살 직전, 출판계에서는 죽음에 관한 책 출간이 부쩍 늘었다. 8월 말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매주 한두 권씩 죽음에 관한 신간이 출간됐을 정도다. 이들 책의 공통점은 삶만큼이나 죽음도 중요하다는 주제 아래 '웰 다잉'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들은 죽음을 성찰함으로써 삶에 의지를 북돋운다.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은 국내 유일의 생사학 전문가가 말하는 자살과 죽음 이야기다.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2006년 10,688명, 2007년 12,174명으로 하루 평균 29~30명에 이를 정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살의 모든 동기 밑에는 죽음에 대한 그릇된 이해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죽음과 삶은 완전히 단절된 것이라는 생각, 따라서 죽음으로써 삶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살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사회 문제나 개인적 동기는 '간접사인'일 뿐, 죽음에 대한 오해야 말로 직접사인이라는 얘기다. 자살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와 진실을 파헤치고 웰 다잉 교육이 거두고 있는 자살예방 성과를 생생한 사례와 함께 실었다.

<죽음과 죽어감>은 <인생 수업>으로 국내 이름을 알린 엘리자베스 퀴블러의 대표작이자 죽음의 5단계를 최초로 소개한 죽음학 연구의 고전이다. 저자는 시한부 환자 500 여명을 인터뷰하며 '어떻게 죽는가가 삶을 의미 있게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거의 모든 환자들이 자신의 불치병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부정과 고립을 보이는 1단계와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며 분노하는 2단계, 자신의 시한부 기간을 신과 협상하는 3단계를 경험한다. 이후 우울증을 보이는 4단계를 거쳐 마지막 5단계에서 죽음을 수용하게 된다. 시한부 환자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정리한 '죽음의 5단계'는 의사와 간호사, 호스피스 봉사자의 바이블로 통하고 있다.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제목처럼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 다잉' 소개한다. 저자는 미국과 일본, 한국의 '죽음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죽음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냈다. 1부 '죽음, 삶이 되다'는 호스피스 케어를 전공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삶과 죽음이 동거하는 미국사회를 담았다.

70년대 중반 '카렌 앤 퀴란' 사건 후 안락사, 존엄사 논쟁을 치르며 존엄사법을 제정하기까지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2부 '죽음에도 표정이 있다'는 현재 존엄사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3부 '죽음, 긍정과 부정사이'에서는 죽음 부재의 한국사회를 꼬집으며 한국사회에서 '웰 다잉'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