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간행물로 돌아본 한국미술사미술종합지·동인지 등 총 330여종 당시 화단·미술계 흐름 보여줘

“한국 미술계는 그 동안 창작 또는 미술품 위주의 전시만이 주류를 이뤄왔고, 우리 미술 역사를 증명, 조명해 줄 수 있는 미술자료의 보존과 연구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 미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미술 문화의 재생산에 있어서 비극인 셈이죠. 이번 전시는 기반이 약한 미술계를 위해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가장 확실히 검증할 수 있는 미술 출판물, 그 중에서도 미술 현장의 비평 등을 담고 있는 정기간행물을 되돌아봄으로써 당시의 화단과 미술계의 흐름을 살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22일 서울 통의동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연 미술자료 연구가 김달진 관장(53,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은 개관의 의미를 그렇게 부여했다. 김 관장은 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22일부터 내년 1월까지 <미술 정기간행물 1921-2008> 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근대 화단과 저널리즘, 미술 종합지, 동인지, 미술 전문지, 기관지 그리고 학회지까지 총 330여종의 한국미술에 관한 자료 등 한국 미술의 나침반 역할을 한 소중한 자료들이 선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역사적 산실로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한국미술을 향한 김달진 관장의 36년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전시에선 일제강점기부터 발간된 우리 정기간행물 중 대표적인 창간호 100여 점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정기간행물의 저널리즘 특성에 따라 그 정체성과 내포되어 있는 내용, 피력하고자 하는 목적을 구분해 6부분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함께 시작된 근대화의 영향으로 미술계에도 서구의 바람이 불어 대다수 ‘미술종합지’들은 서양의 미술을 전도하며 국내 화단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어 해방 후에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이념의 혼란 속에서 새로운 창조에 대한 갈망을 표출한 ‘동인지’가 있다. 1960년대를 넘어 경제 발전에 따라 윤택해진 삶은 모든 장르를 아우르던 ‘종합정보지’를 건축, 디자인, 사진, 공예 등의 ‘전문지’로 세분화 시켰다.

계속해서 70년대에는 대표적인 화랑들이 ‘정보지’를 발행했는데 해당 화랑의 홍보에 활용되기도 하고 미술 문화 전반에 창조적 창작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수행했다.

80년대를 맞아 ‘미술 잡지’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종합지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넘어 전문적이고 세분화 된 형태를 띠며, 특정 집단의 지식과 여론, 이해를 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결국 이러한 정기간행물의 형성 과정은 시대적 상황과 미술의 대중화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달진 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미술을 문화사적으로 돌아보고 많은 이들에게 한 눈에 우리 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돼 귀중한 미술 자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무엇보다도 미술인들 스스로가 기록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더 나아가 한국 미술사를 정확하게 정립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 자료 보존에 보다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술 정기간행물 1921-2008> 전시를 시작으로 미술자료의 생산과 보존 측면에서도 전문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