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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신윤복을 말하다] '바람의 화원' 이정명 작가 인터뷰
"소설 맨앞에 허구임을 명백히 밝혀"
역사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토양있다 믿어





김청환 기자 chk@hk.co.kr



신윤복 바람이 거세다.

마치 조선시대를 훌쩍 뛰어 넘어 현대의 대중 사이를 서성이듯 부쩍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드라마, 영화, 미술관에 등장하는 신윤복은 과거의 시공에 머물지 않고 현대인의 역사 이해마저 흔들고 있다. 신윤복 신드롬의 파급효다.

이러한 ‘신윤복 신드롬’의 진원지는 이정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바람의 화원>이다.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성을 바꾸는 판타지적 설정과 김홍도와의 흥미진진한 관계 등으로 흥행몰이를 이어가며 소설에 대한 역사적 논쟁까지 불러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윤복 신드롬과 역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정명 작가의 입장을 들어봤다.

-‘팩션’이란 설명을 덧붙이긴 했지만, 작품이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지면서 역사적 사실이 잘못 전파되는 것에 대한 미술사가들의 거부반응이 있다. 이에 대한 작가의 입장은

“그분들의 거부반응을 이해한다. 잘못 아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보다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을 생각해보고 싶다.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때 문제를 풀기보다는 외면하거나 포기해버리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영원히 그 문제를 풀 수 없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끙끙대며 문제를 푸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물론 오답이 나올 수도 있고 잘못된 풀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잘못된 풀이법과 오답을 통해 그 문제의 풀이법을 익히고 정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인 정답을 위한 오답인 셈이다. 단순한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팩션과 역사적 사실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이 아니라고 외면하기보다 허구의 이야기로라도 그 시대와 인물을 접하고 흥미를 가진다면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서적이나 탐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업으로 인해 역사가 좀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사회가 소설을 실제의 역사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적 토양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소설에서는 책 맨 앞에 그 이야기가 허구임을 명백히 밝히는 것으로 혼동을 피하고자 했다”

- 드라마상에서 문근영이 남장 여인으로 열연하면서 신윤복이 실제로 여성인지 인터넷상에서 시끄럽다. 신윤복의 성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동성애 코드로 볼 수도 있는데, 의도한 것인가

“신윤복은 역사적으로, 기록적으로 남자이다. 동성애 코드는 의도한 적 없다”

- 작품을 쓰기 위한 취재와 고증에서 여태까지 알려진 신윤복에 대한 해석과 다른 점을 발견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취재와 자료 수집을 하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특별한 사료를 찾거나 새로운 점을 발견한 적은 없다. 그런 것이 있다면 소설이 아니라 역사 논문을 써야 했을 것이다”.

- 신윤복을 재해석하고자 한 계기는 무엇인가

“신윤복과 김홍도는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다루어진 적이 없었다.

외국의 유명한 화가들-렘브란트, 고호,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미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럼 우리에게는 그렇게 뛰어난 화가나 그림이 없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택한 것은 신윤복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그가 그린 그림이다. 그의 삶이 궁금하거나 그의 삶을 그리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그림 속의 인물들의 삶이 궁금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 신윤복 신드롬이 일고 있다. 신윤복(작품)이 매력적인 아이템이 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는 오늘날 사람들의 감성에 가장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인 작품들이다. 세련된 필선과 강렬한 색감은 여느 현대 미술품을 능가할 정도다. 또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에는 사람이 있다. 웃고 울고 즐거워하고 화난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있다. 그들의 그림을 보면 바로 우리 곁에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생생하고 입을 열어 무언가 얘기를 걸어올 것 같다. 그의 미스터리한 삶 또한 현대인들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 같고”

- 소설과 드라마의 묘사가 달라 불만을 느낀 것은 없었나. 서왕모의 반도회(蟠桃會)에 초대를 받고 약수(弱水)를 건너는 여러 신선의 모습이 담긴 김홍도 의 ‘군선도’에서 원작인 책에는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김홍도와 신윤복이 같이 그리는 것으로 설정했다. 드라마상에서 이런 각색은 잦은 것 같은데

“만족스럽다. 내가 만난 제작진은 내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들이었고 그 분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연출가와 방송작가, 연기자들이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활자 매체와 영상 매체의 간극을 메우는 제 2의 창작을 훌륭히 해내주고 있다. 그리고 그 뛰어남에 대한 박수는 드라마 제작진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나의 소설로 읽혔듯이 드라마는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의 작품이니까. 지금 방영되는 바람의 화원 외에도 뿌리 깊은 나무가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고 연말에는 정동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진다”

- 신윤복의 현재적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소설속의 신윤복은 반항아이자 개척자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움을 창조하고 앞서가는 트렌드를 연 개척정신을 지녔죠. 혼란스러운 변혁기에는 그 혼란을 돌파할 새로운 시대정신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조선후기 시대 신윤복은 김홍도와 함께 그 이전과 전혀 다른 풍속화라는 새로운 화풍을 들고 나왔다. 새로움에 대한 갈구와 미래를 이끌 창조적 상상력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 신윤복의 비판정신(작가의식,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사실 신윤복과 김홍도에 대한 글을 썼지만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미술사학자나 전공자처럼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들의 작품에서 현실비판과 저항의식을 읽어내는 비평가들도 많으신데. 작품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그림에서 아름답고 애절한 감성과 화려한 도시적 감각, 그리고 솔직한 인성 등을 더욱 인상 깊게 보았다. 시원한 답변을 드리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 구상하는 작품이 있나. 재가공했을 때 현재적 의미가 있는 대상 또 누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여러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역사를 소재로 한 것도 있고 오늘날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있다. 모든 역사적 인물은 현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들이 그것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 화풍의 유사성 외에 김홍도와 신윤복이 사제관계라고 볼만한 증거를 발견한 것이 있나

“나는 그들이 사제관계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다만 그들이 사제관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했던 것이다. 상상을 하는데 증거가 필요하진 않다”.

- 신윤복의 천재성은 무엇인지 간단히 언급해 달라

“글쎄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의 작품을 200년이 흐른 지금 현대인이 보아도 지극히 아름답고 뛰어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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