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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문학작가들 '인터넷 러시'
박범신·황석영·정이현 온라인 연재 성공… 공지영·이기호 등 뒤따라
작가는 연재공간 확보 독자는 수준 높은 작품 즐겨 일석이조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1- 장편 '개밥바라기별' 낸 황석영 작가
2- 소설가 공지영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11월 말 소설 연재를 시작한다
3- 박범신 작가 신작 '촐라체' 출간 간담회
4- 이문열 작가는 인터넷사이트 'e-노블타운'에 호모엑세쿠탄스를 연재 했다가 계간지로 옮겼다
5- 이기호 소설가 인터넷포털 '다음'에 11월 말부터 작품을 연재한다




지난 12일 공지영 작가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소설을 연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가들의 인터넷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은 공지영 작가와 더불어 이기호 소설가, 해외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 등의 작품을 함께 연재한다고 밝혔다. 11월 말부터 시작하는 작품 연재는 다음에 ‘연재소설’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작가들의 글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다음 커뮤니티팀 이용옥 씨는 “공지영 작가는 ‘도가니’란 제목의 소설을 연재할 계획이다.

이기호 작가는 아직 (소설과 에세이 중) 장르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이 나온 것이 없다. 세 작가 모두 11월 말 연재를 시작해 3개월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박범신 작가의 ‘촐라체’를 시작으로 올해 초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 정이현 작가의 ‘너는 모른다’ 등 인터넷 연재가 성공함에 따라 작가들의 인터넷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장르, 로맨틱 소설로 점철된 인터넷이 본격 문학과 만나는 신호탄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 인터넷 연재사

‘촐라체’와 ‘개밥바라기별’로 기성작가들의 인터넷 소설 연재가 이슈화 됐지만, 사실 이들의 인터넷 연재는 2000년 초반부터 시도되어 왔다.

우선 2000년 한국소설가협회가 인터넷업체 ‘알샘닷컴’에 작가 100 명의 소설을 홈페이지에 연재한 적이 있다. 작가들은 200자 원고지 100장을 20일 간격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고 독자는 작품을 열어볼 때마다 온라인상으로 700원 가량의 이용료를 결재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김병총, 김지연, 유재용, 정을병, 윤후명, 이경자, 정현웅, 황충상 작가 등이 참여한 바 있다. 이경자 작가는 “200자 원고지 300매 정도 원고를 준 기억이 있다. 알샘닷컴에 원고를 주면 알샘닷컴에서 온라인에 게재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의 사정으로 이 홈페이지는 지금 폐쇄된 상태다.

2002년 10월 소설연재 전문사이트 ‘e-노블타운’이 개설돼 구효서, 박상우, 이인화, 하재봉 작가 등이 작품을 연재했다. 매주 금요일 200자 원고지 50매 가량의 작품을 연재했던 이 사이트는 전자책 개념의 유료 사이트였다.

2003년 이문열 작가 역시 ‘호모섹세쿠탄스’를 이 사이트를 통해 연재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연재 당시 인터넷 시대의 상징적 현상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해당 사이트가 운영문제로 사라지면서 16회로 중단됐다가 계간지 ‘세계의 문학’을 통해 다시 발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작품 게재 중 무료로 운영된 사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나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문장(munjang.or.kr)’이 있다.

기성 문인들이 매주 시 한 편과 산문 한 대목씩을 글과 낭독으로 소개하고 해설을 곁들여 이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다. 문학나눔사업단 양연식 씨는 “발표된 작품 중에서 매주 시, 소설 문장을 문인들이 선정해 소개한다. 현재 32만 명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기성문단에 발표된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소설 연재와 차이가 있다.

인터넷 소설연재가 본격적으로 성공하게 된 계기는 박범신 작가의 ‘촐라체’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연재한 이 작품은 연재 당시 100만 명이 방문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연재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현재까지 약 3만 5,000권이 판매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NHN 홍보팀 곽대현 과장은 “지난 해 5월부터 네이버 운영진 사이에서 ‘인터넷에서 본격 문학을 서비스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네이버가 작가에게 연재를 제안하기도 했고 작가로부터 제안을 받기도 했다. 제안 받은 작가 중 너무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통속적이거나 완성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은 사양했다. 이 경우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연재한 작가도 있다”고 소설 연재 과정을 설명했다.

■ 개밥바라기별 성공으로 고무된 문학계

‘촐라체’의 성공에 이어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이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됐고, 대박을 터뜨리며 문학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가의 유년 시절을 모티프로 쓰여진 이 작품은 블로그 연재 당시 180만 명이 방문했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 21만 권이 팔렸다.

정이현 작가는 8월부터 인터넷 교보문고 블로그에 소설 ‘너는 모른다’를 연재하고 있다. 지난 해 계간지 <문학동네>에 ‘H.O.U.S.E’란 제목으로 연재한 이 작품은 1회 연재 이후 매체를 온라인으로 옮기고 일일 연재 방식으로 바꾸었다. 인터넷 연재는 문학동네에서 교보문고에 먼저 제안한 것. 문학동네와 교보문고가 1:1로 원고료를 지불하고 출간은 문학동네 측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개밥바리기별’의 성공이 계기가 됐다. 출판사의 문예지만으로는 지면의 한계가 있다. 연재 방식은 장편 소설을 써내게 하는데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염 편집국장은 “정이현 작가 이후에도 온라인 연재는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연재에 대한 작가들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박범신 작가는 지난 2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처음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할 때 젊은 친구들이 ‘악플’을 달지 않을까 두려움도 있었다. 네티즌과 직접 소통하며 느낀 점은 건전한 네티즌에 의한 여과기능이 분명 인터넷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매순간 클릭하고 댓글을 올리는 것을 보며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34년 소설을 써오면서 처음 가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수 작가 역시 지난 10월 동아시아 문학포럼에 참석해 “지금 한국은 인터넷과 문학이 친화력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모티콘과 외계어가 범람하는 인터넷 소설이 나오면서 인터넷과 기존 문학이 대립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인터넷 글쓰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 졌고 문학이 생산적으로 결합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황석영 작가는 ‘개밥바라기별’ 연재를 시작하기 전 ‘작가의 말’을 통해 “나는 문예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젊은 작가들이 단편을 전재한다든가 차례로 중편 소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든가 해서 독자들을 확보하고 넓혀나가는 실험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판과 연결되면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상호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황석영 작가는 올해 안에 인터넷 문화매거진을 창간할 계획이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 성공으로 작가들의 관심이 커졌다. 인터넷으로 연재하는 작품도 가볍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고, 단행본 판매도 성공해 고무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범신, 황석영, 정이현 등 기성 작가들의 연재 블로그를 ‘파워 블로그’라고 부른다. 100만 명, 180만 명이 방문하는 대중매체가 된 셈이다. 작품 연재로 포털사이트는 인지도를 높이거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 파워 블로그, 문학지형 바꿀까?

작가들의 인터넷 행보에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작가는 연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독자는 인터넷을 통해 수준 높은 문학을 즐긴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박혜경 문학평론가는 “작가들이 발표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지는 것을 좋은 현상이다. 독자들과 밀착된 관계에서 쓸 수 있다. 활발한 소통 공간이란 점에서 활기 있게 쓸 수 있다”고 인터넷 연재 현상을 설명했다.

박혜경 평론가는 “다만 인터넷은 문단의 권위와 상관없이 독자와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문단 권위에 상당히 위협을 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귀여니로 대표되는 인터넷 작가는 여전히 본격문학권에서 작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터넷 연재가 문학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박혜경 평론가는 “(문학계에 영향을 미치려면)자체적으로 문인을 만들어 내고, 문인에게 지면을 주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블로그를 통한 소설 연재는 기성 작가들이 온라인으로 진출하는 형태다. 온라인에서 작가를 발굴하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계간지로 대표되는 오프라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갖고 있고 온라인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일일연재를 선호하는 작가가 있고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작가가 있다.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매체 선택은 달라지는 듯하다. 긴 호흡의 글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것을 선호하는 작가는 여전히 계간지를 선택하고 있다. 인터넷 연재와 계간지가 함께 나갈 수 있을거라 본다”고 말했다.

■ 정이현 작가 인터뷰
"일일연재 독자 반응이 큰힘"




온-오프라인 연재에 대한 차이점은 누구보다 체감하는 사람은 바로 연재를 담당하는 작가다. 현재 인터넷 교보문고 블로그에 소설 ‘너는 모른다’를 연재하고 있는 정이현 작가를 인터뷰했다. ‘인터넷은 생활’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인터넷과 일간지 연재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 인터넷 연재 제안 왔을 때 고민하지 않았나?

= 일일연재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특별히 인터넷이라 망설인 건 없었다. 예전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쓸 때도 종이신문에 연재했지만, 인터넷 웹페이지로 읽는 독자도 많았으니까. 예전 신문연재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 인터넷 연재와 오프라인 매체 연재 차이점이 있나?

= 크게 다른 점은 모르겠다. 인터넷 연재관련 기사를 읽어 보면 왜 이런 얘기를 다시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에게 인터넷은 생활 속의 일부분 같은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소통이 된다는 점이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바로 댓글을 단다.

-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온라인 서점사이트에 게재하는데

= 교보문고 사이트를 방문하는 블로거들은 문학을 사랑해서 자발적으로 찾아온 분이 많다. 하루에 1,500명~2,000명 가량 독자가 들어온다. 포털과 비교해서 큰 숫자는 아니지만, 꾸준히 지켜보는 독자가 많다. 그리고 수 십 분이 댓글을 달아준다. 일일연재는 독자가 없으면 정말 외롭고 힘들다. 이때 독자의 반응은 큰 힘이 된다. 내가 만든 인물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 주는 것 같아서 큰 그림을 그리게 한다.

- 댓글이 작품에 영향을 주나?

= 응원을 받는 다는 거지, 작품의 방향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 점은 독자도 잘 알고 있다. 드라마처럼 작가에게 “주인공을 살려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 인터넷 연재라면 시장이 큰 10대 독자도 신경써야 할 텐데.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순수문학 경향이 바뀔 거라 보는 분석도 있다.

= 내 작품의 주 독자가 10~20대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성 작가들은 작품을 인터넷에 연재한다고 해서 10대 독자를 염두하고 작업하지는 않는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이 성장소설이고 이를 인터넷으로 연재했지만, <개밥바라기별>도 활발하게 댓글을 달고 찾아서 읽은 독자는 중장년층이라도 들었다. 인터넷 연재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인터넷 문화와 친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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