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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벤트 엔터프라이즈 박종완 회장 "혼을 담아 만든 인형 세계서 통했죠"
미국서 빅히트 '비니베이비' 제조사… 장학재단 설립 운영도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사진=임재범 기자





‘비니베이비’(Beanie Baby)는 미국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형이다.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로 채워진 제품인데, 안았을 때의 포근한 감촉 때문에 히트를 쳤고 이로 인해 미국 인형 업계가 부활했다. 그런데 비니베이비 탄생에는 한국 기업인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 이번 호에 소개할 박종완(60) 에드벤트 엔터프라이즈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비니베이비를 만든 타이(Ty Inc.) 사의 창업자 타이 워너는 창업 초기 이 인형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업체를 방문했다. 하지만 회사 지명도가 낮아 거래에 어려움이 많았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 시기에 그를 믿고 인형을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박종완 회장이다. 초기에는 자금까지 지원했다. 그런데 비니베이비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타이 워너는 세계에서 33번째 거부가 되었다.

에드벤트는 생산물량 전부를 미국과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 서울 본사에는 디자이너 중심으로 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중국 현지 공장에는 1,5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 연 매출은 400억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한때 봉제완구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었다. 손재주가 좋은 한국인과 잘 맞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건비가 높아져 예전만큼 경쟁력을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에드벤트는 여전히 봉제완구 수출로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기업인보다 종교인 같은 느낌을 줬다. 물어보니 원래 신부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의 집안은 장조카 두 명이 신부일 정도로 종교적인 배경을 가졌다. 필자는 그를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공력이 느껴졌다. 뭔가 얘기를 걸고 싶은 느낌도 들었다. 특히 스태프 같이 뒤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잘 챙겼다. “회장님은 조금 늦는다 싶으면 기사를 퇴근시키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세요”라는 한 스태프의 말을 들은 후 그를 인터뷰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허락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첫 직장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박 회장도 그런 케이스다. 그는 영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상진실업이라는 회사였는데, 이 회사 잡화과에서 봉제완구를 2년간 담당했다. 그 후 관련 아이템으로 1년간 에이전트 생활을 하다가 1977년 ㈜팍스라는 봉제완구 공장을 설립했다.

에이전트로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는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고 메이커와 유통업자 사이에서 중간 거래상 역할만을 하는데 아무래도 품질과 납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미싱 15개와 60여 명의 직원으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것. 당시 그의 나이 29세였다.

하지만 공장 운영은 순조롭지 않았다. 사업 시작 후 3개월간 직원들에게 월급도 제때 주지 못했다. 그것이 가장 괴로웠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 없었단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화가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사업 초창기의 어려웠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다. 사람도 그렇게 대하고, 사업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그의 사업장에서는 한번도 노사분규가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싶어합니다. 직원도 그렇고, 바이어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대접받은 만큼 행동을 하거든요. 저는 단 한번도 직원을 해고한 적이 없습니다. 구조조정을 한 적도 없고, 클레임을 받아본 적도 없습니다. 사업 초기 함께 일하던 직원이 최근 정년을 맞이해 퇴사했습니다. 거래처도 한번 맺은 관계는 끝까지 신의를 지키며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20년이 넘은 거래처도 있습니다. 죽기 살기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는 제 인생의 도구일 뿐입니다.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지요.”

쇠를 만지는 사람은 강하고 거칠다. 토목과 건축 분야 일을 하면서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업(業)에 따라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인형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부드럽고 감성적이고 인간적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 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현재 하는 업과 그의 성격이 잘 맞다는 것이다.

“인형은 일반제품이 아니라 정서상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정성과 혼이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인형 하나하나를 제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외국 바이어가 품질에 꼬투리를 잡으려 했습니다. 인형에 결함이 많다며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선적 전까지는 내 자식인데 왜 내 자식을 함부로 던지느냐며 인형을 팔지 않겠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요.” 물론 나중에는 그 바이어와 화해하고 지금까지 거래를 이어왔다고 한다.

박 회장은 실용주의자다. 쓸데없는 형식과 격식을 싫어한다. “저는 무리하게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종무식과 시무식을 한 적도 없습니다. 사업계획도 세운 적이 없고요.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상도 거절했습니다.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 왜 저들이 내게 상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매우 솔직하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어떤 아버지냐는 질문에 대뜸 “그거야 모르죠”라고 답한다.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에도 “되는대로 삽니다. 술을 못하기 때문에 집과 회사만을 왔다 갔다 합니다. 아주 단순하지요. 저는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 사람을 보면 이해를 못합니다. 저렇게 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면 뭐 때문에 집을 샀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라며 꾸밈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되는대로 그냥 사는 사람이 아니다. 소외된 사람을 돕는 일에 열성적이다. 특히 장학사업에 관심이 높다. 원래는 익명으로 성당과 수녀원 등을 통해 일을 했는데 주변 사람의 권유로 ‘재단법인 분도’라는 장학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 양천구, 강서구의 불우학생 50여 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의 삶의 철학은 명확하다.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하고,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의미합니다. 지천에 널린 게 세 잎 클로버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찾기 어려운 네 잎 클로버만을 찾아 헤맵니다. 가까운 행복을 멀리하고, 찾기 어려운 행운을 찾으려 합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사는 삶을 원합니다. 특히 편안함과 행복이 중요합니다. 원대한 목표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의 삶에서 편안함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는 사업에 대한 얘기보다는 삶에 대한 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필자는 그를 만나고 오면서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의 철학처럼 사업도 사회도 맑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한근태 약력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환경재단 운영위원

환경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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