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임기 후반부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전반기 '창의 시정' 기반 다져 시민 서비스 만족도 역대최고서민의 삶의 질·서울 경쟁력 제고에 '문화' 핵심 역할

“서울시장 자리엔 임기가 있지만, 서울시정엔 임기가 없다”

“생각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

2년 전, 취임 50일 즈음해 기자와 첫 인터뷰를 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달리 강조한 말이다.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약속한 것은 최선을 다해 반드시 실천하고, 시 공무원들이 창의적 발상을 통해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 행복지수를 높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얼굴인 서울을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로 만들겠다며 ‘창의 시정’을 표방한 오세훈 시장은 ‘문화’를 시정의 핵심 코드로 삼았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서울의 경쟁력 강화라는 시정의 두가지 큰 목표의 중심축을 문화에 둔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얼마나 변한 것일까. 항간에는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해 ‘오세훈표 치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표나지 않는 ‘조용한 개혁’이 이미 서울 시와 시민들에게 젖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세훈표 개혁’에 대해, 그리고 지난 2년의 소회와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 서울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듣기 위해 오 시장을 새로 이사한 서소문 별관 7층 시장실에서 만났다. 취임 50일과, 1주년에 이어 세번째 공식 인터뷰를 갖는 오 시장은 이전에 비해 한결 여유롭고 시정에 경륜이 묻어나 보였다.

- 지난 2년의 시정을 소회한다면

“2년을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가듯 일에 푹 빠져 보냈다. 초기에 준비했던 계획들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어 일 하는 재미도 있다. 시민들이 2년 간 변화를 느낄까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적어도 민원서비스는 피부로 느낄 것이다. 모두 공무원들이 변한 덕으로 앞으로 시정 프로젝트들이 뿌리를 내리면 서울의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 전반기 시정의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공무원들의 변화다. 과거 주어진 일만 하던 공무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개선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서울시 내부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시민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인드와 사고방식으로 확 바뀌었다. 그결과 시민들의 민원행정 만족도가 역대 최고로 나왔고 서울시의 청렴도도 취임 초 15위에서 1년 만에 6위로 뛰어올랐다“

- 취임 초 '창의 시정'을 화두로 내세웠는데 지난 2년을 자평한다면

“처음엔 다소 낯선 개념인 ‘창의(창創意)’를 시정에 도입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불이 붙었다. ‘현장’을 아는 공무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태도로 바뀌고 있는데 6월 말까지 창의 아이디어가 6만 여개가 넘는다.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장기전세주택(Shift)’정책도 그런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시 공무원들도 지식과 정보, 업무와 관련해 세계적 흐름을 꾀고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를 학습 조직화의 해로 삼고 ‘뉴 러닝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의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의 반응이 매우 적극적이다. 스터디그룹, 창의조직을 구성하고, 부서 일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동아리를 만드는 등 어느 공조직에도 없는 사례들이 서울시에서 확산되고 있다“

- 취임 50일 즈음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정의 두가지 큰 목표를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서울의 경쟁력 강화'에 두었는데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보는가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문턱이 높았던 관공서를 시민고객 위주로 시스템을 바꿔놓았고 재산세 공동과세를 해결해 강남북 균형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여권 전 구청 발급(발급시간 2주에서 3일로 단축), 쓰레기 소각장 공동사용도 이뤄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문화와 접촉하는 면이 넓어졌다, 싼 값으로 고가의 공연을 관람하고(천원의 행복) 서울광장에서 수시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시의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외국인이 찾아오고 투자기업들이 활동하기 편해야 한다. 규제완화는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은 그들이 쾌적하게 살수 있어야 한다. 주거, 자녀교육, 의료서비스, 커뮤니케이션, 여가활동 등. 그동안 서울시는 여행관광 경쟁력에서 지난해보다 11단 상승했고, 세계 디자인 도시 선정, 세계경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인사시스템에 대해 성과도 있지만 내부 반발, 특히 산하단체 공무원들이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인데

“신인사시스템의 도입 취지는 창의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에게 성과 포인트를 주어 인사에 반영, 건강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다. 그런데 구조조정이나 퇴출을 위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초기에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수그러들어 정착단계에 있다. 실제로 과거 평균 11년 이상 걸리던 사무관 승진을 6년 5개월 만에 승진시키니 공무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이른바 ‘알짜 부서’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민과의 접촉이 많고 격무가 많은 사업 부서를 지원하고 있다. 산하단체의 반발은 여전한데 내년 이맘 때 쯤이면 안정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서울시정의 핵심을 '문화'에 두고 있는데 일부에선 경제가 중시되는 상황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되도록 하는 요체가 문화다. 산업발전 단계에서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면 기술력만으론 승부하지 못한다. 창조, 감성, 디지털콘텐츠산업 등 문화를 입은 고부가 가치 상품이 성장동력이 된다.

국가 브랜드, 품격을 만드는 것은 어느 나라나 수도다. 취임 초 맑고 매력있는 서울, 문화서울을 강조한 이유다. 살고 싶고, 관광, 투자하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문화적 면모를 갖춰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 그러한 소프트웨어 시정은 시민에게 어필되기 어려워 차기 선거나 큰 정치인으로 크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텐데

“원래 정치인은 반보 앞서가는게 제일 좋다. 지도자는 한 다리는 현실에, 다른 다리는 미래에 내딛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시정이 정치인으로 위험부담이 있는 선택이란 걸 잘 안다. 표와 인기를 생각한다면 성과위주의 시정을 펼치고 싶은 유혹도 있다. 하지만 서울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 일은 누군가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CEO 등 오피니언리더들을 상대로 강연하면 그들도 서울시정의 방향에 다들 동의한다. 서울시 정책 중엔 하드웨어 관련 분야도 많다. 세운상가 재개발, 광화문 광장 조성, 사라지는 동대문 야구장과 축구장 활용 등이다. 여기에 디자인 컨셉트를 적용하고 공원과 플라자를 만드는 게 내 아이디어와 정체성이다”

- 지난 총선을 전후해 뉴타운 추가 지정 문제가 논란이 됐다. '추가 지정은 없다'는 오 시장의 방침에 서울지역 의원들이 반발하고 시민들의 관심도 큰데 오 시장의 원칙은 그대로 유효한가

“그 때 의원님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공감대가 생겼다. 뉴타운 정책은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고 기존의 1~3차 뉴타운이 정상궤도에 오른 이후에 추후지정을 검토한다는 기본원칙은 그대로 유효하다. 처음 의원님들도 지역 현안과 맞물려 각각의 견해를 피력했지만 동시개발의 문제, 부동산가격의 등락, 아파트 일색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실제 현실과 여건을 설명했더니 공감하는 분이 많았다”

- 뉴타운 개발과 관련, 처음 주도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분석이 있다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본질적인 측면에선 차이가 없다. 단 추진하는 과정에 속도와 규모에서 다른 면이 있다. 대통령께서 동시에 대규모로 빠르게 추진했다면 나는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대안을 마련해가면서, 그리고 도심 주거환경개선 사업으로 진행한다. 그렇다고 기존의 뉴타운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수도권 규제에 대해 정부에 할 말이 많을텐데

“여당이 되니 도움을 받는 이점이 있지만 수도권 규제로 인해 서울의 발전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밀부담금 때문에 신기술 연구학과나 첨단 산업단지가 서울에 들어오기어렵다. 지난 5년간 지역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인데 반해 서울은 2.5%였다. 손발을 묶어놓고 7% 성장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께 사정을 말씀드렸는데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서울로 (첨단시설을)옮기려 하면 지방정부가 반대한 것도 부담이다”

- 앞으로 2년여의 후반기 시정에서 중점을 둘 과제는

“임기 전반기는 창의시정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면 남은 후반기는 ‘생활시정’에 역점을 두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느끼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시정 중심을 옮길 것이다. 그동안 여행(女幸) 프로젝트, 꿈나무 프로젝트 등 여성, 청소년,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후반기에는 도시 빈민, 장애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또 지난 2년 동안은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였다면 앞으로 남은 2년은 이러한 계획들을 구체화시켜서 마무리해나갈 계획이다. 광화문 광장, 한강 르네상스 사업 중 4대 특화지역,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공원 부분 등을 2009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 서울시가 최첨단 정보미디어 단지로 조성하고 있는 상암동DMC 현황은 어떠한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4~5년 정도 후면 완성될 것이다. 외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고 상암동DMC에 적합한 업체들이 들어서면 DMC는 디지털미디어 산업과 문화콘텐츠 산업이 집약된 최첨단 정보화 도시로 변한다. 앞으로 DMC는 서울의 성장동력이 문화콘텐츠와 최첨단 정보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 2년 후 지방선거가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신이어서 오 시장의 정치행보에 관심이 많다

“서울 시장을 한번 더 해 시작해 놓은 일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하드웨어는 짧게는 2~3년이면 끝나지만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변화의 꽃이 착근을 하면 새 시장이 와도 창의시정의 기본틀은 유지될 것이다”

- 서울광장에서 매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국에 대한 견해는

“첫 단추가 중요한데 ‘신뢰의 위기’가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마음 바탕에 새 정부가 국민을 위해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신뢰가 있었더라면 약간 실망해도 속생각은 있겠지 하고 넘어갔을 텐데 대선 치르고 인수위를 거치면서 국민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판단을 하게 되고 그것이 인화성 강한 분위기가 계기가 돼 점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

-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조급하게 숙성되지 않은 정책이 몇 개 나왔다. 인사도 국민의 기대와 거리가 있는 것 같고. 정권 초기 있을 법한 일인데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대가 큰 만큼 상실감도 컸던 듯하다”

-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다짐이 있다면

“공무원이 일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업무 분위기도 바뀌어 시정이 어느정도 틀을 갖?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또 경제가 어렵다보니 시정에 더 신경이 쓰이는데 조용히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시민들께서도 시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공무원이 잘하면 칭찬도 해주었으면 한다”

■ 만족을 넘어 감동을 부르는 번호 '120'
서울시 전화 민원 서비스 120 다산콜센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소프트웨어 시정은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다. 그럼에도 민원 서비스에서는 시민 만족도가 역대 최고로 나오고 있다.

일등공신은 ‘오세훈표 개혁’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120 다산콜센터’(이하 120)다.

오 시장은 취임과 함께 ‘시민고객 중심의 시정’을 표방하고 민원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다산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20 운영 이전까지 시민의 전화민원 만족도는 41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그러나 120 전문 상담원이 1년 365일 휴무 없이 상담서비스를 실시하면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조사결과 서비스 이용만족도가 90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 시장이 ‘창의시정’의 백미로 꼽히는 120과 관련, “고객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의지가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120에는 163명의 전문상담원이 하루 평균 1만200여 명의 시민에게 상담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지난 6월 18일 120을 이용한 시민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3일 부터는 3만5,000여 청각언어장애 시민을 위한 화상상담을 개시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120은 콜센터 국가표준이나 뉴욕 311콜센터 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 종래 67분 걸리던 전화응대서비스가 3분 이내로 줄어들었고, 6월 말 현재 15초 이내 전화응답율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120 서비스는 교통ㆍ수도ㆍ주택건축 등 서울시 주요 사업 뿐만 아니라 전시 및 공연, 무료법률상담, 외국어 상담까지 서울시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 약력

1961년 서울생. 서울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졸업. 제26회 사법시험 합격(84년). 숙명여대 법학과 겸임교수(1997~98년). 고려대 대학원 법학박사(민사소송법).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제16대 국회의원(2000년 5월~2004년 5월), 제33대 서울시장(2006년 7월, 민선 4기)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