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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덕 "한국발 화장실 혁명 주도권 놓치지 말자"
세계화장실협회 회장
유엔 국제기구 도약 때까지 정부 지원 절실
국제사회와의 신뢰도 지켜야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한국발 화장실 혁명 주도권 놓치지 말아야”

유엔 국제기구 도약 때까지 정부 지원 절실, 국제사회와의 신뢰도 지켜야

심재덕 세계화장실협회(WTA) 회장은 ‘화장실 혁명의 전도사’로 외국에까지 이름이 나 있다. 그는 ‘미스터 토일릿’(Mr. Toilet)이라는 별명을 이름 석 자 위에 함께 표기해 놓은 명함을 갖고 다닌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있는 그의 자택 ‘해우재’(解憂齋)는 아예 양변기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뜻이다.

그는 수원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2년 한ㆍ일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 손님 맞이를 위해 혁신적인 공중화장실 개선 사업을 펼쳤다. 특히 화장실을 청결하고 위생적이면서도 휴식과 사색의 여유가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그의 발상과 시도는 큰 찬사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아예 화장실 문화 운동을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삼게 된다.

심 회장은 한국에서 불지핀 화장실 혁명을 지구촌으로 전파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WTA 창립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산파 노릇을 했다. 그는 2006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화장실대표자회의에서 WTA 설립을 처음 제안함으로써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의 첫 걸음을 내디뎠고,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마침내 WTA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큰 결실을 맺었다.

WTA는 저개발국에 화장실을 보급하고 위생시설을 개선하는 일을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WTA는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수 년 내에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세계인의 ‘근심을 푸는’ 일에 남은 인생을 바치고 있는 심 회장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요즘 부쩍 근심이 많아졌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WTA 앞에 예상치 못한 암초가 불쑥 닥쳤기 때문이다. WTA가 창립하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의 태도가 올 들어 갑자기 변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올해 20억 원의 예산을 WTA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5억 원만 지급한 채 나머지 예산 집행에 대해서는 뚜렷한 약속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아예 지원을 끊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그들의 논리는 쉽게 말해 WTA는 민간기구(NGO)이니까 예산을 줄 수 없다는 겁니다.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41억 원의 예산을 들여 WTA 창립총회 조직위원회 활동을 지원한 데다, 창립총회 때는 국무총리가 직접 외국 내빈들 앞에서 축사까지 한 마당에 이제 와서 NGO로 규정해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그의 말처럼 WTA는 단지 NGO로만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창립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이사국 정부의 유관부처도 다수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WTA 창립총회 때는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개발, 환경, 위생 관련 NGO에 대한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요지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WTA를 통해 한국의 국격(國格)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도 내포됐음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총회에는 세계 66개국 대표단과 유엔 주요기구 인사 등 1,5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WTA가 재정 자립을 확보하지 않으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태도를 돌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지 않음을 꼬집을 때 흔히 쓰는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화장실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정부의 총리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를 현재 정부가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만약 WTA가 정부의 약속 불이행으로 좌초하게 되면 한국의 국가 이미지 상실과 신뢰도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더구나 한국이 국제기구 운영의 헤게모니를 잡는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인데,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 것 같아 가슴이 타 들어 갑니다.”

WTA는 올해 중점 사업으로 저개발국에 대한 ‘사랑의 화장실’ 보급과 공중화장실 개발 전문가 연수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특히 ‘사랑의 화장실’ 보급 사업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총 18개국에서 이미 신청서를 제출한 터라,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국가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

WTA가 좌초하면 잃게 되는 것은 그것뿐이 아니다. 심 회장은 지구촌 차원의 화장실 혁명이 한국 경제의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 즉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산업과 연계하면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키워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미스터 토일릿 숍’이라는 화장실 관련용품의 글로벌 프랜차이즈도 구상 중이다.

“WTA가 유엔 기구로 커나가려면 몇 년은 걸립니다. 가급적이면 반기문 사무총장이 있을 때 해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WTA는 이사국과 민간 차원의 재정 후원을 점차 늘려 운영 기반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유엔 기구로 편입만 되면 재정에 대한 걱정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 때까지는 한국 정부가 ‘인큐베이팅’을 해주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화장실 혁명을 주도한 데 이어 인류 공통의 터부시되는 이슈를 국제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낸 심 회장의 노력은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이는 정부가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인 것 같다.

◇ WTA 연혁

▦2006년 6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개최 가결(국무총리실)

▦2006년 9월 제6회 세계화장실대표자회의(모스크바)에서 대한민국 심재덕 국회의원 WTA 설립 최초 제안

▦2006년 11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회(WTAA) 출범

▦2007년 5월 WTAA 제1차 준비이사회 개최(11개국 참가)

▦2007년 9월 창립총회 소위원회 개최(6개국 참여)

▦2007년 11월 WTA 창립 및 국제화장실ㆍ욕실엑스포 개최(대한민국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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