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준으로 끌어올린 피부 친화적 상품 판매
C&P차앤박화장품의 이동원 대표이사. 피부과 전문의이면서 동시에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 사장이기도 한 그는 최근 한국인 우주인 탄생을 계기로 ‘우주인 화장품’ 등 히트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화장품 업계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코즈메슈티컬(Cosmeceutical) 시장은 일반적으로 피부과 의사들이 만드는 전문 화장품 분야. 말 그대로 화장품의 코즈메틱(Cosmetic), 의약품의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 두 단어를 합친 것. 일반적인 화장품의 피부 보호 차원을 넘어 피부 개선을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들을 지칭한다. 또 시중에서 메디컬 화장품으로도 불리는데 의약품과 화장품의 중간 개념으로도 이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즈메슈티컬 시장이 최고 20%까지도 차지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고작 1% 내외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한 해 6조원 대를 바라보는 거대 시장임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역으로 그 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 대표가 처음 화장품 사업에 나선 것은 2000년. 그는 8년 전 당시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의사가 만드는 화장품 시장이 처음 열리면서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어요. 누구든 먼저 달려가 장악하면 주인이 될 것 같은 분위기 였습니다.”
코즈메슈티컬 시장이 기대와 달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지 못하는 데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 보다 의사와 병원 차원에서 기술과 제품력에 크게 의존하는 코즈메슈티컬이 영업 마케팅 홍보력이 강한 거대 화장품 회사들의 아성을 뚫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 하지만 이 대표는 “비록 아직까지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잠재력을 믿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병원 개원 전 제약회사에 근무할 때 피부과 스케일링 약을 개발한 전력이 있다. 이 제품이 ‘대박’이 터지면서 그는 화장품 개발에도 눈을 뜨게 됐다. “제가 피부과 의사이다 보니 화장품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 원장은 자신이 만드는 화장품에 대해 자신감과 함께 신념을 갖고 있다. 단순히 의사나 병원 이름만 갖다 붙이거나 ‘곁다리’ 사업 정도로 화장품을 만들고 있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제가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합니다. 피부과 의사로서 임상 경험과 노하우가 제품에 고스란히 스며 들지요. 의사가 오너이면서 개발까지 직접 나서니 진정한 코즈메슈티컬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화장품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 처방전과 레시피를 만들어 주면 연구소를 거쳐 생산에 들어간다. 이 때 90%는 공개되지만 나머지 10%는 비밀 처방으로만 이뤄진다. 바로 화장품의 핵심 기술 부문이기 때문.
C&P차앤박화장품이 현재 내놓고 있는 제품군은 30여 종. 클렌저와 로션, 선블록, 보습제 등 일반 화장품군 그대로다. 모두 피부친화적 상품들이라는 것 또한 고유의 모토. 무엇 보다 그는 “이들 제품에 ‘의사로서의 양심’이 들어 있다”고 토로한다.
“일례로 보습 화장품에 저희는 보습 성분이 탁월한 세라마이드를 2% 넣고 있습니다. 다른 제품들이 보통 0.5 남짓인 것에 비하면 최대 4배 더 원가를 들여 고급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지요. 투자비는 4배 더 들지만 효과는 1.5배만 늘게 되는데 그래도 최대한의 보습력을 주도록 고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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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드는 화장품에는 유독 유익한 성분이 ‘듬뿍’ 들어가 있다. 원가가 들더라도 기능과 품질을 높여야만 ‘효과’가 있다는 신념에서다. 유산균 경우도 10의 제곱 승 단위로 ‘가득’ 넣는데 유산균이 그 이하 양으로 쓰일 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조차도 논문에 나와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화장품 성분 중 과일산도 50%짜리로 고농도 만을 사용한다. “언젠가 소비자들이 알아 줄 날이 있겠지요!”
이동원 대표는 이 원장으로도 불린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자신의 병원인 이동원새얼굴피부과를 운영하고도 있지만 CNP차앤박피부과의 대표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2001년부터 같은 가톨릭 의대 동창이면서 절친한 사이이기도 한 차미경, 박윤호 원장과 함께 CNP차앤박피부과의 공동 대표원장을 맡아오고 있다. 병원도, 화장품 법인도 모두 지분은 세 사람이 3분의1씩 갖고 있다.
“저에게 월급만 받는 ‘페이 닥터’냐고 묻는 사람도 많습니다. 차앤박에 제 이름 이니셜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죠.” 또 공동지분 오너십을 갖고 있는 병원 이름 중 C&P는 ‘clean & pure’를 뜻한다. 공교롭게도 ‘차 & 박’의 영문 이니셜과도 같은데 이는 중의법을 활용한 작명이라고.
“일부러 제 이름이나 이니셜을 안 넣었습니다. 박피 시술 전문인 제 특기를 별도로 살려 나가고 싶어서죠.” 그는 별도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새얼굴피부과를 운영하는 원장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전문 기술인 박피는 국내에서도 시술 기술을 가진 이가 몇 명 안될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분야. 수가만도 천 만원대를 호가할 정도로 경제성도 높다.
“한 해 화장품 매출(소비자가 기준) 120억원 대를 돌파했습니다. 그 간 부침은 있었지만 앞으로는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종전 병원 판매 중심이었던 코즈메슈티컬 화장품의 판매 루트도 확대되는 추세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가 지금은 70%를 차지할 정도로 선전중이고 백화점이나 홈쇼핑 판매도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랴, 화장품 만드는 사업에 신경쓰랴 그의 일과는 분주하기만 하다. “일주일에 2번 정도는 화장품 회사로 출근합니다. 그래도 보고는 매일 받지요.”
그는 자신을 사업가라기 보다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지금 업무도 70%는 환자를 돌보는데 시간을 투입한다. 저는 화장품 사업이 잘 돼 큰 돈을 벌더라도 나이 70 넘어서까지 환자를 돌 볼 생각이에요. 의사잖아요. 다만 화장품 사업은 제가 계속 연구 개발에 참여하면서 대대로 이어갈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장품 매출이 ‘고것 밖에 안되냐?’며 때론 주변 사람들이 놀랍니다. 저도 부끄러워요.” “제품력에 자신 있지만 마케팅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브랜드와 품질을 지켜 나가면 반드시 우리 노력을 인정해 줄 날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해맑게 웃는다. 아직까지, 아니 여전히 그는 ‘장사꾼이나 사업가라기 보다는 의사처럼’ 보인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