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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지연과 이지연' 작가 안은영
"20대가 보이는 30대 30대가 보는 20대 모습"
현대여성의 사랑과 일·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들 내 얘기같은 공감대 형성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몇 해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통통한 외모에 아줌마 같은 푼수 끼를 지닌 주인공을 보며 여성들은 열광했다.

똑 부러지는 일솜씨, 일보다 말을 더 잘하는 김삼순은 자신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소심한 대한민국 여성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더니, 백마 탄 왕자 진헌을 만나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었다. ‘드라마는 판타지’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내 얘기’라며 김삼순에게 자신을 투영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김삼순이 노처녀의 대명사라면 소설 <이지연과 이지연>의 주인공 이지연은 20~30대 여성의 대명사다. 이름이 같은 두 주인공, 스물일곱 이지연과 서른넷의 이지연은 겉으로 쿨 해 보이지만 상처받기 쉬운 오늘날의 젊은 여성을 대변하고 있다. 요가 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랑과 일,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는다. 이 책의 저자 안은영은 “20대가 보는 30대와 30대가 보는 20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 독자 반응이 작품의 소재


이 책은 <여자생활백서><사랑하기 전에 알아야할 모든 것>등 자기계발서로 이름을 알린 안은영 작가의 첫 소설이다. 2006년 출간된 <여자생활백서>가 4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로 오르자 기쁨과 한계가 동시에 지워졌다. 특히 자기계발서보다는 소설을 욕심냈던 안 작가에게 ‘여성의 멘토’ ‘여성들의 조언자’란 수식어가 따라왔다. 삼십대 성공한 여 작가는 ‘골드미스’의 표본으로 읽혔다.

“<여자생활백서>는 기쁨인 동시에 넘어야 될 산이에요. 자기계발서로 성공하고, 사람들이 제가 계속 여성들에게 조언하는 자리에 머물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쓸 때만 해도 자기계발서로 시작해서 소설로 접어들었다는 게 모험이고, 위험한 일이었거든요. 제가 원했던 건 소설 작업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짐작과 단정을 어떻게 깨부수고 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죠. 특히 문학은 보수적인 장르니까.”

작품의 모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전 자기계발서의 독자였다. 소설을 발표하기 전 냈던 두 권의 자기계발서에서 안은영 작가는 옆집 언니 같은 푸근한 말투로 조곤조곤 삶에 대해 조언했고, 이에 감동한 많은 독자들이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안 작가는 “그 메일의 7할이 사랑, 3할이 일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고민 많은 20대 여성들을 보면서 20대가 바라보는 30대, 30대가 보는 20대의 모습을 소설로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27살의 요가 강사 이지연과 34살의 홍보대행사 실장 이지연이다. 스물일곱의 이지연은 결혼과 사랑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사랑지상주의자, 서른 네 살의 이지연은 연애보다 일이 편해진 커리어 우먼이다. 요가 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이질감을 느끼고 불편해 한다. 작품은 이 둘의 독백이 차례로 교차하면서 이어진다. 스물일곱 이지연의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이어 서른 넷의 이지연의 일과가 보고된다.

“이전 책들은 이 책에 비해 작업하기 쉬웠죠. 소설은 직접적인 에피소드가 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제 경험과 그때 감상이 들어가야 하니까. 옛날 얘기를 다 끄집어내었다가 조립하고 다시 해체하는 작업이었어요. 생각하기 싫은 단상들, 묻어 두었던 옛 이야기를 떠올려야 했으니까요.”

두 주인공에게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랑지상주의자 20대 이지연을 말하며 작가는 “20대에 정말 ‘그 지경’으로 살았다”며 웃었다. 겉으로 당당하면서도 속은 여린 30대 이지연을 보면서도 주변 지인들은 ‘안 작가 얘기’라고 말한단다.



■ 불안한 20대와 앞만 보는 30대


이 책은 세대 간의 거리감이 빚어내는 갈등에서 시작한다. 30대 이지연은 20대 이지연을 보면서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다가가려 하지만 20대 이지연은 그런 이지연이 ‘괜히 친한 척하는 것 같아’ 거리를 둔다.

“지금의20대 여성들은 굉장히 불안해해요.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 불안하다고 말하죠. 근데 옆에서 보면 너무 잘 살아요. 그리고 가장 자기애가 강할 때이죠. 되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갈 때고요. 30대는 초중반 때까지만 해도 자기가 잘난 줄 알아요. 실제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도 하고. 20대 불안함과 30대의 대책 없는 자신감이 상충하는 모습을 그렸죠.”

작품은 평범한 연애소설이나 최근 유행하는 칙릿(Chick-lit: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소설)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자생활백서>와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할 모든 것>에서 보였던 안 작가 특유의 냉철한 분석이 들어있다. 직장 생활과 연애에서 받는 스트레스, 인간관계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고민을 20대 이지연의 목소리로 풀어 놓은 뒤 30대 이지연의 독백으로 고민에 대한 조언을 곁들이고 있다.

“이 책이 지식이나 교훈을 주는 책은 아니죠. 하지만 읽으면서 ‘아, 내 얘기구나’ 하는 공감대를 끌어내는 책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 속에 나와 있는 생각을 나도 했는데, 눈문 콧물 흘리면서 발등 찍는 일이 나 혼자 한 건 아니었구나’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누구나 읽어도 재미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여성의 멘토’에게 20, 30대 여성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안 작가는 “발산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20대 여성이 자유분방하고 통통 튄다고 하지만, 사실 대부분 20대는 고민 많고 우울해요. 고민만으로 젊음의 시간을 다 보내더라고요. 마약과 도둑질 빼고, 해보고 싶은 것에 미쳐보았으면 해요. 그리고 젊은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걸 굉장히 걱정하죠. 자기 생각을 블로그나 싸이월드에 써놓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발현시키지 않아요. 마찰이 있어야 결이 다듬어 지는데, 마찰하려 하지 않아요. 그런 마찰들 안하고 혼자 골방에 앉아있으면 30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어요. 고민이 있다면 부딪쳐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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