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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초대석]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 "암과의 싸움 이길 수 있습니다"
불치병 아닌 만성병… 의료기술 발전으로 4기까지 치료가능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의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암정복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암은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병이다. 국립암센터가 올해 초 20세부터 69세까지 전국의 성인남녀 1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 꼴로 암을 불치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죽음이나 치료비 등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암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약 13만 명의 암 환자가 새로 생기고 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인류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이 전쟁에서 인류가 지고 있다"며 "미국 국립 암 연구소(NCI)는 100여 종의 암 세포에 대해 연구한 결과 암은 1971년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으며, 일부 암 전문가들은 암 세포 하나가 100명의 명석한 과학자들보다 똑똑하다는 푸념을 한다"고 보도했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암과의 싸움은 힘들지만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는다면 얼마든지 완치 혹은 장기간의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국가 암연구 및 치료기관의 수장으로부터 암정복에 대한 조언과 계획을 들어본다.

■ 암 두려워 말고 여유롭게 극복하라

이 원장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쉽게 풀어야 한다'는 듯 암에 대한 질문에 느긋한 자세로 답했다.

"암 전문가로서 암에 걸리지 않는 특단의 대책 좀 알려달라"라고 묻자 "그냥 알고 있는 대로 잘(웃음)."하라고 말한다. 충분한 야채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과 조기검진, 헬리코박터 균,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등 암을 유발하는 감염성 질환의 예방으로 암의 80% 가량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암 예방수칙을 잘 지켜도 얼마든지 암에 걸릴 수 있다.

이 원장은 암에 걸리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의학기술이 발전해 4기 암이라도 치료가 가능합니다. 암은 치료하면서 살 수 있는 만성병이니 너무 겁먹지 마세요. 잘 치료 받고 관리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암을 대하는 인식이 변해야 암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하며 "암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강해 암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인정하기 두려워하고, 투병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극심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같은 암환자의 부정적인 생각이 병세와 삶의 질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최근 많은 연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웃음치료, 우울증 상담 등을 실시하는 병원들이 차츰 늘고 있다.

사실 이 원장 본인도 미국에 있을 때 말단비대증으로 수술까지 받은 환자다. 말단비대증은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이 성장호르몬을 과다분비해 뼈, 연조직 등 인체의 모든 조직을 과다성장시켜 얼굴, 손발의 변형과 신체장기의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만성질환이다.

그도 물론 그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원장 스스로 중병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당당하게 극복할 대상이라는 것을 실천해 보인 셈이다.

■ 국가 암 치료기관으로서 항암제 개발, 지방 병원 교육에 앞장설 것




이 원장이 암치료에서 강조하는 것이 항암치료다.

"암 치료의 가장 정통법은 수술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수술 이후의 항암치료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아요."

암의 진행 정도 등에 따라 수술 하지 못해도 항암제 복용이나 방사선 치료만으로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다.

그가 미국에서 근무했던 MD앤더슨 암센터는 암치료로 유명한 병원이다. 이 원장이 그곳에서 폐암전문의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당시, 한국에있던 모 그룹 회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MD앤더슨으로 가서 이 원장에게 직접 암 치료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고, 수술 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을 원한다고 했다.

치료 결과는 매우 좋았다.

그는 국립암센터의 항암치료 기술이 국내 암센터 중 최고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국내 의료진의 암 수술 실력은 높지만 솔직히 항암치료 분야에선 국내 여건 상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식약청에서 인정 받은 효능·효과 범위 내에서 건강보험에서 규정한 항암제 처방 지침을 따라야 하는데, 여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제 말에 제발 오해가 없어야 하는데…. 항암제 사용은 환자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개인별 맞춤 치료를 제공해야 돼요. 다양한 항암제의 조화, 어떤 약제를 먼저 투여하느냐 등에 따라 치료효과가 굉장히 달라집니다. 한 예로, 똑같은 항암치료를 하면서도 약제에 따라 머리카락이 빠질 수도 빠지지 않게 할 수도 있어요. 부적절한 항암치료는 증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하고, 큰 부작용을 낳기도 하죠."

물론 암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기존보다 뛰어난 항암치료제의 개발도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거의 대부분의 항암제는 다국적제약회사의 제품이거나 제네릭 복제약이다. 일부 개량신약이 개발되었으나 세계시장에 나가 경쟁할 단계는 아니다. 이 원장은 개량신약을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속담으로 표현한다. 개량신약의 효능이 오리지널 신약에 아무래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6월 국립암센터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획기적인 항암 신약개발 사업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900건 이상의 항암후보물질이 특허를 받은 상태다.

이 원장은 "하지만 이들 신약 후보물질을 선별해 전임상 단계를 거쳐 암환자들에게 직접 투여해 그 효과를 판정하는 제2상 임상시험까지 진행하는데 연간 1000억 원씩 10년 간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제2상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새로운 항암제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후보물질은 많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연구비 지원이 부족해 신약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단계까지 진입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현실이다.

"국립암센터는 항암후보물질이 상품화 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항암후보물질 중에서 정말 경쟁력 있는 것을 선별하며,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아 임상단계를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즉, 국립암센터에 국가주도의 신약개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거예요."

그가 신약개발 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또 다른 이유는 일단 혁신 항암신약을 만들면 엄청난 국부가 창출된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항암제를 개발하면, 10조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역 암센터 의료진을 국립암센터로 초청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지역 간 암 검진기관의 격차를 해소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6대 암 분야에서 한국의료진의 실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지역 간 차이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또한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암 전문 진료 인력이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절대 부족하다고 봅니다. 서울과 지방 병원의 격차를 완화하는 시키는 것도 국립암센터가 해야 할 일입니다."

■ 암 정복에서 의료의 사회적 역할 강조, 폐암 줄이려면 담배 값 인상해야

이 원장은 대학시절부터 판자촌 의료봉사를 다니며,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소외계층의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

미국으로 가기 전엔 거제도로 내려가 지역사회 의학 시범사업을 위해 시작된 거제보건원 초진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료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많은 이 원장은 한국인 사망 1위 암인 폐암을 줄이기 위해 지금보다 담배값을 곱절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선 담배 한 값에 10불(약 11,000원)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25,00원 밖에 안하죠. 담배 값을 인상하면 실제 담배 소비량이 줄어듭니다. 흡연인구는 서민층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팍팍한 생활에서 담배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핑계를 자꾸 받아주면 안 됩니다. 담배값 인상과 더불어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공익광고도 더 확대해야 하고, 니코틴 함량을 줄인 담배 제품도 금지해야 해요. 담배를 오래 피우다 보면 니코틴 중독이 돼 몸에 니코틴이 떨어지면 담배를 더 피우게 되거든요. 니코틴 함량이 적은 순한 담배를 피우면 1갑 피우던 사람이 1갑 반, 2갑을 피우게 돼 역효과를 내거든요."

또, 국내 환자들의 의료쇼핑 문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의료쇼핑은 환자가 여러 병원을 이용하며 가격과 치료, 병원시설 등을 비교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의료쇼핑 중독이 유독 국내에서 유행하게 된 것은 현재의 의료비가 지나치게 싸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일할 땐 암환자의 초진비가 350불(약 40만원)이었는데, 여기선 12,000원"이라며 "진료비가 너무 싸니까 환자들이 오히려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며 여러 병원을 전전긍긍하고, 병원은 찾아오는 환자가 너무 많다 보니 3분 진료 밖에 못하는 이상 현상이 빚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환자는 병을 키우기 쉽고, 정부는 국고를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한 의사에게서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깊이 있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가재정을 쓸데 없는 곳에 낭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자 측에선 병원이 조기 퇴원을 강요한다고 불평이지만 의사인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환자들은 불필요하게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으려고 해요.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입원 이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지요. 의료법상 의사가 퇴원 허가를 했는데도 환자가 계속 입원해 있으면 국가는 더 이상 입원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렇게 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어요."

본지(주간한국) 건강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이 원장은 "암을 극복하는데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언론이 조기검진과 예방법 등 암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 씨가 국립암센터에서 폐암 투병 중이던 당시 주간한국에 폐암투병기를 연재하면서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높였습니다. 앞으로 국립암센터와 주간한국이 암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 이진수 원장은

1950년 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를 땄다. 의대생 시절부터 국민건강권의 보장을 외치는 등 공중보건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76년부터 2년 간 거제보건원 초진소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고 좌절감을 맛본 그는 최신 의학을 배우기 위해 1979년 미국으로 갔다. 위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암 전문의가 되기로 결심했고, 내과 레지던트로 시작해 세계적인 암 치료 병원인 텍사스 의대 MD앤더슨암센터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종양내과 전임강사, 흉부 및 두경부종양내과 교수, 흉부종양내과 분과장 등을 역임하며 명성을 날리던 중 2001년엔 미국 최고 의사(America's Top Doctors)에 올라 다시 한번 미국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명의로서 정점을 향해 달리던 때 국립암센터가 설립되자 초대 원장이었던 서울대의대 박재갑 교수의 끈질긴 설득을 받아들여 2001년 9월 귀국했다. 이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 폐암센터장, 연구소장 등을 맡았고, 지난 6월 제4대 국립암센터 원장에 임명됐다. 부인 최영균 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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