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현대 미술 변방서 중심으로"중국·일본·한국·인도·동남아 지역문화 특성 살린 시장 차별화 필요

“무엇보다도 컬렉터들은 미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유일성, 일품성을 간파해야 함은 물론 수치로 이야기되는 작품의 가격이나 낙찰비율, 추정가 등은 정확하게 고정된 값이 아니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요소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엔 끊임 없는 조사와 탐구, 확인을 통해 컬렉터들 스스로가 미술 시장 동향을 파악해 가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관건인 셈이죠.”

크리스티 아시아 미술부의 국제 비즈니스 디렉터를 맡고 있는 조나단 스톤(Jonathan Stone)은 변화무쌍한 세계 미술 시장에서 컬렉터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지속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한 미래 시장 예측’을 제1순위로 꼽았다.

특히 2000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아시아 현대 미술 시장이 2002년 홍콩을 중심으로 전세계 컬렉터들의 집중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지역 컬렉터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는 것이 조나단 스톤의 해석이다.

“2005년 11월에 아시아 지역만을 타깃으로 하는 현대미술전을 개최함으로써 아시아 고객들이 뉴욕이나 런던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 나갔고, 이에 따라 아시아 작품들 역시 세계시장으로 더욱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크로스 마켓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에서도 아시아 작품만을 경매에 다루는 이브닝 세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모든 변화들이 아시아 미술 시장이 크게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계속해서 조나단 스톤은 아시아 현대 미술 시장 크게 ‘중국’ ‘일본’ ‘한국’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구분해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중국 현대 미술 시장은 크게 현재의 중국을 이끌어 가는 사회 의식과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과 중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조명해 강력한 이미지로 작품에 투영시킨 작품, 이 두 부류가 중국 미술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국 작가 쩡판즈(Zeng Fanzhi)의 1996년 작품 은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중국인들을 담아낸 작품으로 높은 경매가를 기록했고, 현대미술의 ‘포스트 89세대’ 작가들 중 한명인 위민준 역시 중국 문화혁명과 천안문 사태를 그린 이라는 작품으로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상 측정가 350만 홍콩달러의 무려 10배 이상 되는 낙찰가를 기록한 바 있죠.”

조나단 스톤은 이들 외에도 팡리준, 왕광이, 장샤오강, 지다춘 등 중국의 현대 미술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작가들 대부분이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사회 변화와 힘들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예술로 승화시켜 독특한 중국 미술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빠른 성장을 구가하며 특히 지난해부터 세계 미술 시장에서 큰 이슈로 떠오른 일본 미술 시장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일본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독특한 문화가 돋보임은 물론 작품 속에 그대로 묻어 나온다고 할 수 있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처럼 일본사회에 팽배해 있는 극단적 내성주의를 반영한 작품들이 컬렉터들에게 주목 받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테츠야 이시다(Tetsuya Ishida)의 나 마코토 아이다(Makoto Aida)의 과 같은 작품들이 각각 홍콩달러 547만, 536만을 기록하며 경매 상한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아울러 그는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답게 기존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현대 미술로 재탄생 시킨 작품들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나단 스톤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2006년부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무대로 발을 넓혀가는 한국 현대 미술 시장에 대해서도 기대를 나타냈다.

중국 쩡판즈 'Mask Series'(위)
일본 테츠야 이시다 'decided by myself'(아래·왼)
한국 강형구 'Vincent Van Gogh in Blue'(아래·오른)

“한국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작가들의 경매 출품작이 확대됐어요. ‘백남준’ 화백의 작품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정평이 나있고, 물방울 작가 ‘김창열’, 를 그린 ‘김동유’, 시리즈의 ‘홍경택’까지 한국 작가들의 유명세가 세계 미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특히 강형구 작가의 라는 작품은 반고흐의 눈을 통해 나타내는 작가의 생각과 그 이미지가 기존의 고흐라는 인물 형상을 완전히 재해석하면서 세계 컬렉터들로 하여금 찬사를 끌어냈어요.”

이처럼 한국 현대 미술 시장은 다양한 미술 장르를 선보이며, 과감한 실험형식을 통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국과 일본, 한국에 이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새로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미술’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그는 급변하는 사회와 그에 따른 가치 충돌 사이에서 꽃핀 작품들이 이곳 미술계의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하르샤(N.S. Harsha)의 나 라쟈(Syed Haider Raza)의 와 같은 작품들의 인기가 모두 인도와 동남아시아 현대 미술 시장의 부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결국 이제야 비로소 아시아 미술계의 거장이 곧 세계 미술 시장의 거장으로 거듭나는 시점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컬렉터들은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고, 아시아 미술의 국제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아시아 미술을 이끌어 나가는 작가들과 딜러들도 마찬가지로 특정 장르에 집중하기 보다는 아시아라는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충분히 활용해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보다 다채롭고 독특한 미술 시장을 형성해야 합니다.”

날이 갈수록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아시아 현대 미술 시장의 전반적인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나단 스톤은 컬렉터들의 투자 방향 또한 시장의 변화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