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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나무' 대표 박광성 "인문·문화예술 아우르는 문고집 만들고파"
'창비신서'와 2000년대 문고본 통 '문라이브러리' 시리즈 화제
김우창·도정일·최장집 등 쟁쟁한 지식인들의 현재 한국사회 비판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근 출판가에는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한 문라이브러리 시리즈가 연일 화제다. 김우창, 도정일, 최장집 등 국내 쟁쟁한 지식인의 글을 180페이지 내외의 작은 문고판으로 편집해 펴낸 이 책은 국내외 지성의 정수가 담겨 있다.

80년대 창비신서에서 착안한 문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인문학에 관심을 두면서도 시간이 없어 선뜻 인문학 도서에 도전하지 못하는 신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짧고 명확한 메시지로 가독성을 확보하면서도 진지한 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와우 북 페스티벌’이 한창인 지난 주말, 박광성 대표를 홍대 앞 출판사에서 만났다.

“‘책 장수’라 팔이 안으로 굽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 이제까지 책 이상의 미디어를 못 찾은 것 같아요. 인류의 모든 문화, 생각, 삶이 책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장 완벽하게 드러나거든요. 디지털이 각광받고 있지만, 고급문화는 디지털 매체가 전부 흡수하지 못하죠.”

박광성 대표와의 대화는 책에 대한 예찬으로 시작됐다.

디지털이 따라오지 못하는 인쇄매체의 매력이 있으며, 특히 책은 고급문화를 전파하는 데 탁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이 때문에 디지털이 발달할수록 책은 상류계급의 배타적인 엘리트주의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언론과 지성계에서는 700~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인문학, 사회학 서적이 각광받고 있다. 박 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기자는 올 초 간행된 제프 일리의 를 비롯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쇠망사 1,2>,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 등이 언론에 집중 조명된 바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책들은 대부분 500 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책의 내용 역시 역사와 사회학, 정신 분석학 등을 아우르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박 대표는 이를 ‘독자적인 엘리티즘’이라고 평했다.

“바쁜 현대인들은 그 책을 전부 읽을 시간이 없어요. 저는 지식인들의 전유물로서의 책이 아니라 민주적인 엘리트주의를 만드는 책을 내고 싶어요. 내용이 알차면서도 대중과 호흡하는 책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2000년대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살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책 전체를 복사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나 책에서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사용합니다. 그런 점을 착안했어요.”

문고본과 신서의 통합형식은 이렇게 기획됐다.

■ 인문학의 시대를 위하여

“창비 신서 1호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일거예요. 그리고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 백낙청 선생의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지금 불세출의 소설가가 된 황석영의 <객지>. 황석영의 첫 창작집인데 창비 신서이름으로 나갔지요.”

출판사 ‘생각의 나무’ 박광성 대표는 문라이브러리의 기획의도에 대해 “창비 신서와 2000년대 문고본의 통합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과 사회학, 문화예술, 작품집까지 두루 아우르는 문고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단 ‘콤팩트 사이즈’ 서적의 단점으로 지적된 원전의 축약이나 압축은 없다.

우리사회의 핵심 가치를 비판하는 구체적인 주제를 잡아 완결구조를 갖춘 원고를 묶는다. 박광성 대표는 “문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자신의 문제를 주류 계층의 논리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자극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서는 인문적 주제를 다루는 H(Humanities) 시리즈와 문화예술을 서술한 A(Art)시리즈, 문학 산문을 소개하는 L(Literature) 시리즈로 나뉜다. 현재 1차본 H시리즈로 나온 6권은 김우창, 도정일, 최장집, 장회익, 강수돌, 윤평중이 참여했다.

고려대 김우창 석좌 교수가 쓴 문라이브러리 시리즈 1권 <정의와 정의의 조건>은 ‘심미적 이성’을 근간으로 우리 사회의 중심 화두인 ‘정의’를 둘러싼 사회문제를 한국적 맥락에서 풀어낸 책이다. 시장의 자유, 시장의 도덕윤리, 정의의 조건과 실천과 같은 핵심 문제를 논의해 깊이를 가지면서도 정확하게 사유하는 법을 보여준다.

2권은 도정일 경희가 명예교수가 쓴 <시장 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이다. <시인의 숲으로 가지 못한다>이후 14년 만에 펴낸 이 책은 사회문화비평서다. 도정일 교수는 시장전체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 문명의 야만성을 극복하기 위해 비판적 시민의식을 지닌 대중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을 위한 공공영역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3권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한국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다. 퇴임 후 첫 저서인 이 책에서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시기 운동과정에서 형성된 민중적 민주주의관과 그 이후에 요구되는 시민적 민주주의관을 대조시키면서 운동이 주도했던 민주화로부터 시민이 중심이 된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함을 주장한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의 철학을 관통해 온 온생명을 테마로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적 삶>을, 강수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의 다층적 의미를 경제학적 담론에서 풀어 쓴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윤평중 한신대 대학원장은 지식인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한 <극단의 시대에 중심잡기>를 각각 선보인다. 1차 출간본의 주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주를 이룬다. 주된 공격 대상은 시장과 신자유주의다. 박 대표는 편집 의도에 대해 “시장 전체주의에 초점을 맞췄다”고 대답했다.



■ 출판인으로 쌓은 인연

필자 섭외는 박광성 대표가 직접 나섰다. “재수생 시절 세대지를 읽고 직접 찾아가 뵈었던 김우창 선생”은 ‘생각의 나무’가 발행하는 계간지 <비평> 편집인을 맡으며 박 대표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출판사 측은 김우창 교수의 원고를 미리 갖고 있던 터라 작업은 순조로웠다.

김우창 교수와 함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최장집 교수는 문라이브러리 시리즈 취지를 듣고 선뜻 원고를 내주었다. 도정일 교수는 비평에 글을 기고하면서 박 대표를 알게 됐고, 시장 전체주의를 비판한 지난 10년간의 원고를 다듬어 책을 냈다. 현재 비평의 편집자문위원이다.

장회익, 강수돌, 윤평중 등 저자 역시 계간지 비평을 만들며 알 게 된 지식인들이다.

“문라이브러리는 인문학과 사회학, 문화예술, 작품집을 두루 아우르는 문고본이 될 겁니다. 현재 30권 정도 기획을 끝냈고 100권쯤 낼 거예요. 원고가 짧아서 인지 필자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2차 본에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쓴 <한반도 통일과 미래>, 임지현 한양대 교수가 쓴 <민족과 국가라는 괴물>등 굵직한 논제가 출간된다. 박명림과 임지현 교수 역시 계간지 비평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이밖에 21세기 생태주의 철학을 다룬 앙드레 고르의 <환경 생태주의 선언>과 이반일리치의 원고도 기다리고 있다.

A(Art) 시리즈에서는 손철주의 <전통미술을 보는 하나의 시선>, L(Literature)시리즈에서 김훈의 <바다의 기별>이 기대작이다. 손철주와 김훈은 모두 기자출신의 작가로 특유의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손철주는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와 <인생이 그림 같다>를, 김훈은 소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에세이 <자전거 여행> 등 10 권의 책을 내며 박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박 대표는 두 작가를 소개하면서 “출판사를 하면서 좋은 친구와 훌륭한 선배를 두게 됐다. 출판인이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판적 사색이 담긴 H시리즈와 차이를 두어, A와 L 시리즈를 통해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학의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반응이 좋아요. 도정일 선생 책은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랐고, 벌써 재판에 들어간 책도 두 권쯤 됩니다. 만 부를 넘는 책도 생길거라고 봅니다.”

◇ 박광성 대표는…

1953년 출생. 건국대학교, 건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졸. 전 출판문화협회 상무. 전 출판저널 편집인. 현 생각의 나무 대표. 현재 계간 비평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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