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5단계 추락… IT인프라·제도적 환경 개선 절실

“전세계에 걸쳐 이 보고서를 내는 이유는 개별 기업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믿음에서입니다. 정부 또한 정책을 통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데 초점을 맞춰야만 합니다.”

우리 나라 정보통신 비즈니스(IT) 환경의 성적표를 들고 외국인 한 명이 한국을 찾아 왔다. 제프리 하디(Jeffrey Hardee) BSA 글로벌 부회장.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ㆍ한국의장 정재훈)이 세계적 조사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 위해서다.

어도비, 애질런트 테크놀로지, 애플, CA, 시스코시스템즈, 휴렛팩커드,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회원사로 거느리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을 대표하고 있는

BSA(Business Software Alliance)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디지털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 각국 정부와 세계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협력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조사된 2008 전세계 IT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IT 환경은 작년 대비 급격한 하락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IT 경쟁력 지수 64.1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66개국 중 8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작년에 3위였던 것에 비하면 5단계 떨어진 순위입니다.”

전세계 선진 6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된 이번 보고서는 각국의 IT 산업 환경을 비교 분석, 모두 여섯 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R&D 환경과 비즈니스 환경, IT 산업 개발 지원도, IT 인프라 및 인적 자원과 법적 환경 등이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문들.

“이들 6가지 요소에 대한 분석 결과 지난 해 상위권 20개국이 계속 순위 유지를 한 반면 2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일본과 5단계 추락한 한국이 주목할 만한 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태지역에서는 대만과 호주에 이어 3위를 기록, 한국이 여전히 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디 부회장은 “한국의 IT 경쟁력이 8위로 급격히 떨어진 원인은 무엇보다 IT 인프라 부문의 경쟁력이 하락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위를 기록했던 한국의 IT 인프라 경쟁력이 올해 2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이 단적인 예.

“이는 다른 경쟁국들이 인프라 부문을 상대적으로 현격히 개선시킨 반면 한국의 IT 인프라 부문에선 개선이 더뎠던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광대역 인터넷 라인 보급을 중심으로 인프라 설비가 강한 대표적인 국가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점으로 사려됩니다.”

하디 부회장은 또한 법적 환경 분야 역시 한국의 전체적인 IT 경쟁력 지수를 하락시킨 요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법적 환경은 평점 67.0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상위 20위권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불법 다운로드 단속조치, 개인정보 유출방지 법률 및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대책 강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순위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한국의 IT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하디 부회장은 “한국 정부가 IT 산업과 시장의 현실을 고려해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 이번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보고서의 골자”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여전히 부문간 평점에 큰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가중치가 높은 부문인 R&D 환경과 인적 자원에서 월등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R&D 환경 부문에서는 대만을 이어 한국이 2위를 차지했으며 인적자원 부문에서는 5위를 기록했습니다.”

하디 부회장은 특히 “IT 경쟁력 순위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는 것을 올해의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며,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과 같은 핵심 요소들에 대한 더욱 집중된 관리와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IT 산업에 대한 지원과 IT 산업 발전에 적합한 법적 환경 조성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며, 궁극적으로 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번 연구에서 분석 기준이 된 IT 산업분야의 여섯개 요인을 균형 있게 조절해야 합니다”

하디 부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IT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으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내구력 있는 IT 산업을 위한 경쟁적 브로드밴드 시장 형성, 지적재산권 보호,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방안 그리고 R&D 기술 확산 도구로서의 인터넷과 세계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