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최 등 작품 호평… 제품 다양화 마케팅 다각화 나서

이탈리아 최고급 악어백 브랜드인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이하 콜롬보)' 본사의 형제 대표, 파비오 모레티(형, 사진 왼쪽)와 마시모 모레티(동생, 사진 오른쪽)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콜롬보의 창업주 루이자 콜롬보의 친손자인 모레티 형제 대표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올리브TV(11월14일 첫방송 예정)에도 방영 될 '미션 톱 크리에이터-VMD(매장의 시각적 연출을 담당하는 기획자)'의 결선 심사를 위해서다.

미션 톱 크리에이터-VMD는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의 후원과 콜롬보의 한국 수입사인 오르비스인터내셔널의 주관으로 기획됐다.

한국의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콜롬보의 이탈리아 매장에 '변태(metamorphosis)'라는 테마로 치열한 전시 경연을 펼친 끝에 4명의 준결승 진출자 4명이 선발됐다.

아마추어 아티스트들과 함께 코디최, 정규리, 김혜숙 등 한국의 프로 아티스트들도 전시에 참여했다. 악어가죽 위에 자수를 새겨 넣는 등 개성 넘치는 이들 아티스트에 의해 콜롬보의 악어백은 재해석 됐다. 그리고 지난 9월2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콜롬보 매장에 준결승에 오른 4명의 아마추어와 코디최 등 프로 아티스트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파비오(형) 사장은 "이탈리아 현지인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형)"삐아제를 비롯한 보석회사들과 '악어와 보석과의 결합'을 시도한 경험은 있어도,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상대로 반응이 좋아 전시회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작품 백을 현지에서 한정 판매키로 했어요. 현 콜롬보 회장이신 로베르토 모레티 삼촌은 미술작품 수집가이기도 한데,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코디최의 백을 사고 싶다고 했어요."

이번 한국 아티스트와의 합작으로 보수적 이미지가 강했던 콜롬보가 대중화를 향한 첫 걸음을 뗀 셈이다. 루이뷔통과 에르메스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아티스트와의 합작을 통해 앞다퉈 대중화를 시도해온 것에 비해 콜롬보의 변신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동생)"럭셔리 브랜드는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워낙 세계적으로 경기가 나쁘다 보니 저희 같은 최고급 브랜드들도 어려워요. 그래서 새로운 마케팅을 모색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죠. 한쪽으로는 최고의 상류층을 겨냥해 더욱 럭셔리한 제품 라인을, 다른 한쪽으로는 젊은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신선한 감각의 제품을 만들거예요."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초고가로 유명한 콜롬보는 모나코 공주나 아랍의 왕족들,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동생)"악어라는 제품은 매우 비싸기 때문에 고객층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회사가 국제적인 규모로 더 성장을 하려면 소수의 부호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어요."

콜롬보는 고객 저변 확대의 일환으로 앞으로 아티스트와의 합작을 계속 시도하는 한편, 핸드백보다 가격 저항성이 낮은 구두와 벨트, 장갑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대중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 회사의 주력 상품인 악어가죽에서 넥타이, 스카프, 재킷 그리고 화장품까지 상품의 다각화도 모색하고 있다.

1970년대 콜롬보 가게, 코디최

(형)"콜롬보는 1953년에 시작된 브랜드로, 에르메스 등 경쟁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의미에서 악어 전문 브랜드는 콜롬보가 세계에서 유일해요. 콜롬보가 비교적 단시일에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올릴 수 있었던 것은 한우물을 파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쌓아왔기 때문이에요. 저희 제품은 40년 이상 오로지 가죽 작업만을 해온 숙련된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돼요. 최상급이며, 독창적인 스타일의 우리 제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이것이 동시에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콜롬보 본사에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제품군의 다각화와 아티스트 합작 등을 제안하고 추진한 것은 콜롬보를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는 오르비스인터내셔널의 이혜경 대표다.

파비오(형) 사장이 "브랜드에 대한 그의 열정과 마케팅 감각은 우리를 능가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 대표는 콜롬보 브랜드의 변신을 통한 세계시장 공략에 주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는 2002년부터 콜롬보를 수입판매해 한국시장에서 브랜드의 인지도와 판매를 크게 높였다. 이러한 이 대표의 공로를 인정해 콜롬보 본사 측은 내년 뉴욕 단독매장 오픈을 비롯한 세계시장 진출의 영업과 마케팅을 이 대표에게 맡기고 있다.

(형)"이탈리아 고객들은 명품을 고를 때 재질이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제품의 질이 얼마나 좋은가를 봐요. 실용적인 편이죠. 그런데 한국 고객들은 명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훨씬 까다로운 것 같아요. 명품 보는 눈이 한 수 위여서인지 마케팅 감각도 뛰어나고요. 콜롬보의 이미지 쇄신과 세계시장 진출에 한국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는

고유성과 창의성을 특성으로 한 악어가죽 전문 브랜드 콜롬보는 1953년 피혁업자의 딸로 태어난 루이자 콜롬보가 30세의 젊은 나이에 여성용 핸드백을 만드는 부띠끄 '콜롬보'를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무수히 많은 악어 백 브랜드 중에서 콜롬보에게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은 무엇보다 최고급 재질에서 찾을 수 있다. 악어 피 중에서도 세계 1등급 악어가죽만을 고집하는 콜롬보의 악어백은 대부분 포로수스 악어스킨으로 제작된다.

포로수스 악어스킨은 비늘이 작고 고르게 정렬돼 있어 가장 선호되는 가죽. 1등급 악어피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상급 악어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여기에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정신과 패션감각을 바탕으로 트렌디한 디자인과 화려한 컬러의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콜롬보가 최고의 악어 브랜드로 반세기 넘게 우뚝 설 수 있는 이유다.

콜롬보는 기존 악어 백 특유의 어두운 컬러에서 벗어나 오렌지, 핑크, 화이트, 그린 등 화사한 컬러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화려한 컬러를 표현하기 위해 천연 염색이라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 악어가죽을 표현하는 대담함, 직선과 대칭 등 자유로운 패턴, 섬세한 디테일, 아나콘다의 가죽 사용 같은 새로운 해석으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가방을 창조했다.

그러나 창의적인 브랜드 콜롬보도 침체기를 맞았다. 이에 시대의 흐름에 맞게 혁신을 꾀하게 된 콜롬보는 뛰어난 감각을 소유한 한국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이탈리아의 장인정신과 한국의 현대적 감각이 만나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