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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빅뱅] 최틀러 군단, 총선 앞으로

소장파 수도권 출신, 전국구형 디지털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최병렬 대표가 박종희 전대변인
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한나라당이 최병렬 대표 취임이후 진영을 새롭게 갖춰 나가고 있다. 구 체제의 물을 최대한 빼려는 최 대표 단일 체제에다 나름대로 힘이 실리게 된 직선 총무와 직선 정책위의장 탄생으로 ‘1인 중심 양 날개’ 체제로 바뀌고 있다.

그간 당의 전면에 나서 힘을 써오던 이회창-서청원 라인의 이른바 ‘왕당파’는 수면 아래로 잠수했고 상대적으로 소장파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중ㆍ하위 당직에 포진됐다. 영남중심에서 탈피한 전국구형의 젊은 디지털 인맥에 정부ㆍ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이념적 차별성도 두드러진다.

또 대표 경선에서 상대 후보 측에 서 있던 인사들을 포함시키고 총무와 정책위의장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들을 재 등용하는 등 계파별 안배와 화합 분위기도 조성했다. 내년 17대 총선을 겨냥한 ‘최병렬식 임전무퇴 진영’인 셈이다.

소장 개혁파중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이 7일 이부영 이우재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해 노무현 대통령을 배후로 하는 신당 창당에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나라당 전체로 보면 탈당은 ‘미풍’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아무래도 탈당시 ‘배지’가 떨어지는 비례대표라든가 당 간판을 유지해야 내년 총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는 의원들은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상 6년여에 걸친 이회창 전 총재의 오너 체제를 끝내고 새롭게 출범한 한나라당 최병렬 호(號)는 분권형-총선용-신 주류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당 3역 분권시스템 가동



한나라당은 현재 4선의 최 대표에 5선인 홍사덕 총무, 3선의 박주천 총장ㆍ이강두 정책위의장 라인으로 체제를 정비했다. 대표보다 총무가 정치로는 선배 격이고 나이는 정책위의장이 가장 많다. ‘60대 4두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하 관계라기 보다는 수평적 보완체제 성격이 짙다.

시작단계이지만 이런 체질 개선에 따라 벌써부터 변화상이 감지된다. 총무는 당선되자마자 내각제 개헌을 염두에 둔 듯한 ‘비상한 구상’을 언급해 정계에 파장을 몰고 왔다. 물론 소속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거나 대표와의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 총무의 개인적 발언이지만 내용면으로는 정치체제를 뒤흔들만한 폭탄급이다. 이런 폭탄이 최고 지도부의 사인없이 터지고 있다. 원내정당을 표방하는 새 당헌 당규에 맞춘 총무의 위상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내 주요 당직자 회의 시스템도 달라졌다. 대표가 매일 주재하던 아침회의가 이원화돼 대표는 1주일에 이틀 상임운영위만 챙기고 나머지는 총무나 정책위의장 등이 이끌고 있다.

내용면에서는 더욱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막말’을 동원한 대여(對與) 공세에서 민생을 챙기고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갔다. 매일 아침 정부·여당을 향해 속사포처럼 퍼붓던 공세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7월4일 진행된 당직자 회의에서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디지털 정책정당화를 지향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 컴퓨터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브리핑이 실시됐고, 추경 예산안 심의 방향 토론이 이어졌다. 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이 돌아가며 사전에 준비한 노 대통령 비판과 집권당 성토 등 구태의연한 장면이 사라졌다.

또 정책위 의장단 회의가 매일 아침 열려 정책 현안과 관련, 당의 입장을 정리하고 여기에다 TV토론이나 방송매체에 출연하는 의원들의 경우 사전에 의장과 반드시 상의토록 했다. 국민이 의원 개인의 의견을 당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뜻에서 정해졌지만 상대적으로 막강해진 정책위의장의 권한과 활동범위를 짐작케 한다.

당 3역 중에는 비교적 연성(軟性)에 속하는 박주천 사무총장도 당분간 최 대표의 복심(腹心)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최 대표는 홍 총무와 이 정책위의장과의 수평적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돌출행동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는 절충점 역할로 활용할 듯 하다.


"17대 총선체제로 헤쳐모여!"



슬라이드를 보며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는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회의. 분위기가 한결 역동적으로 변했음을 느끼게
해준다. 홍인기 기자

이웃집인 민주당은 분당과 신당 추진문제로 떠들썩한 상황이지만 한나라당은 최 대표 체제 출범이후 완전 총선 진영으로 전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열로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이 훨씬 앞서가는 형국이다.

7월1일 단행한 당직개편 내용은 수도권 소장파 의원의 전진 배치와 지역 및 계파 안배로 요약된다. 경로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TV화면에 자주 비치는 의원들의 평균 연령을 40대 수준으로 대폭 낮췄고 여기에 영남당을 깨기 위한 수도권 중심의 초ㆍ재선 발탁 인사가 이뤄진 것.

먼저 비서실장은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구의 임태희(47ㆍ초선), 기획위원장에는 서울 양천 갑 원희룡(39ㆍ초선), 청년위원장에는 서울 강남 을 오세훈(42ㆍ초선), 제1정조위원장에는 경기 평택 갑 원유철(41ㆍ재선) 의원 등이 각각 자리잡았다. 또 홍보위원장에는 김병호(60ㆍ부산 진 갑ㆍ초선) 인권위원장 이주영(52ㆍ경남 창원 을ㆍ초선) 대외협력위원장 심재철(45ㆍ경기 안양 동안ㆍ초선) 재해대책위원장에 권태망(50ㆍ부산 연제ㆍ초선) 의원 등을 앉혔다.

대변인에는 남녀 공동 대변인제를 처음으로 도입해 서울 종로의 박진(47ㆍ초선) 비례 대표의 김영선(43ㆍ여ㆍ재선) 의원을 내세웠다. 이들 당직자의 평균 연령만 보면 60대 1명과 50대 2명을 제외하면 43세 수준이며, 재선은 2명밖에 없다. 12ㆍ19 대선 때에 비하면 10여년 젊어진 신진 인사이다.

결국 이들이 내년 총선 때까지 호흡을 같이하며 대여 공세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대표가 총선전을 대비해 한나라당 외곽에 새로 장착한 젊은 신무기인 셈이다.

이와 함께 지역안배와 계파별 화합을 고려한 한 듯한 인선도 눈에 띈다. 김성식 제2정조위원장이 원외인데도 이례적으로 기용됐고, 대구 출신의 박승국 제1사무부총장의 중용과 이원형 제3정조위원장의 발탁인사는 각각 김덕룡ㆍ강재섭 의원을 배려한 측면이 많다. 총선과 공천 과정을 앞두고 늘상 발생하는 당의 분란 소지를 사전에 잠재우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 대표는 인선 배경과 관련, “젊고 개혁성 있는 인재를 발탁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이제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젊어졌다”고 자평했다. 올드(OLD)에서 영(YOUNG) 이미지로 당의 색깔을 바꾸기 위한 최 대표의 총선용 고육책이다.


옛 실세들, 아 옛날이여?



총무와 정책위의장의 직선 선출과 총장에 이은 중ㆍ하위 당직 인선이 모두 발표되자 상대적으로 옛 실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인위적인 당내 세대교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 대표 이후 조용한 당내 세력 재편이 진행되면서 과거 이회창 전 총재 측근인 ‘왕당파’들의 입지도 축소되는 분위기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대규모 물갈이가 예고된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하위직에서 당내 대주주 격인 중진 의원들까지 긴장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 대표는 주간한국을 비롯한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위적인 세대교체에 반대” “노ㆍ 장ㆍ 청 조화를 통한 정책정당”을 강조해 왔다. 내년 공천과 관련해서도 기존 지구당 폐지 및 6개월 전 활동 금지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의 뜻을 표명하면서도 다만 신진 인사들의 등용문을 넓히기 위해 현 지구당 위원장과의 공정경쟁이 가능한 상향식 공천방식을 강조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별다른 물갈이 태풍은 없을 것으로도 보이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먼저 최 대표의 당내 뿌리는 다른 대주주급 중진들에 비해 약한 편이다. 고향은 PK이지만 지역구는 서울 강남 갑이라 특별히 부산지역에서의 토호 행세를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최 대표가 보다 확실한 당 장악을 위해서는 중진보다는 신예로, 다선 보다는 초ㆍ재선으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영남지역보다는 수도권 쪽에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가설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실제 최 대표는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영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젊은 역동성을 제1 기준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이어 최 대표는 임명장 수여식에서 “과거 보수세력이 부패하고 부도덕한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거해와 20~30대의 반격을 받았다”며 “젊고 역동적인 여러분 같은 인사들이 17대 총선에서 사명 의식을 갖고 책임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45~55세 전후가 바람직하다”고 밝히는 등 곳곳에서 세대교체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발언들을 일삼고 있다.

그간 최 대표와 각을 세워 온 하순봉 양정규 김기배 정창화 의원 등은 최 대표 선출 하루 전인 6월25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나 중진의원 25명이 참여하는 모임을 결성했다. 여기에는 유흥수 窪악?의원 등 최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전체적인 성격으로는 중진들의 자구책 마련을 위한 회동 성격이 강하다.

아직은 별다른 이후 모임 등을 추진하지 않고 있지만 ‘최 대표 + 젊은 세력’의 연합전선이 당내에서 칼을 겨눠온다면 언제든지 반격할 태세를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정지작업인 셈이다. 이를 놓고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쯤 생사를 건 신ㆍ구 주류 투쟁을 벌이게 될 것이란 전망을 하는 이도 있다. 신ㆍ구 주류간 격돌이 비단 민주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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