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靜의 미학

■ 제목 : 겨울 누드 (Winter Nude)
■ 작가 : 앨리슨 와트 (Alison Watt)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122cm x 137cm
■ 제작 : 1992
■ 소장 : Flowers East, London

‘벌거벗은 나체’를 가리키는 ‘naked’와 ‘nude’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전자가 그저 벌거벗은 몸을 나타내는 의미로, 후자는 그에 심미성이 부가된 것으로 소통되고 있다. 회화, 조각, 사진 등의 예술 영역에서 나체를 모델로 한 작품들이 모두 ‘누드’로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보아 그러한 구분은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상업 누드 사진의 범람과 성적 자극만을 좇는 듯한 작품들은 교묘한 전략을 감추고 예술의 진정성과 외설에 대한 시비를 뒤로 한 채 많은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팝 아트에서 진솔한 소비문화의 면모를 드러내는데 사용된 퇴폐적 성향이 반감 속에서도 예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과 같이 대중의 수용은 반드시 이성적 논리에 부합하지는 않는 듯 하다.

인체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누드화는 초기 남성 모델로 제한된 것에서 기원전 4세기 경부터 여성 누드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표현 양식의 대범한 시도로 인해 예술과 외설의 논쟁을 낳는 현 미술계에서 영국작가 앨리슨 와트처럼 전통적 이상미와 현대적 감성을 접목시킨 작품들이 색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30대의 젊은 작가 와트는 20대 초반에 영국의 왕비 초상화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시점으로 사실주의적 전통 기법과 아르 데코의 직선적이고 차분한 장식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들을 완성해 나갔다.

그녀의 작품 ‘겨울 누드’는 극사실주의 화가 루시안 프로이트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 성인동화의 일러스트처럼 부드럽게 재구성되었다. 누드와 나머지 소품들로 이루어진 배경이 거의 같은 비율을 차지하며 평면적이고 낮은 명도로 채색되어 감상자의 설레임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있다.

에로틱한 열정이 존재할 자리를 의도적으로 비워버리고 ‘벌거벗음’이 아닌 ‘고요한 아름다움’으로써 보는 이를 유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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