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세상은 아직 살아볼 가치가 있는 곳


■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앤디 앤드루스 지음/이종인 옮김/세종서적 펴냄.

극심한 불경기, 집값 폭등, 쌓여가는 카드빚, 그리고 실직. 사는 게 재미없는 정도를 넘어 힘겨워지기 까지 한다. 2003년의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모습이다. 46살의 폰더씨가 맞은 하루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졸지에 망한 회사, 밀린 집세, 텅 빈 통장, 게다가 딸아이는 급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겨우 얻은 임시 점원직마저 해고당한 폰더씨….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모든 일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가 절망 끝에 내뱉는 한마디는 “왜 하필이면 나야!”. 폰더씨의 외침은 우리의 마음에 다름 아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착하게 살아왔는데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 것인가.

그런 폰더씨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우연한 사고로 인해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실제로 만나게 된 것이다. 원폭투하를 고심하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 다락방에서 숨죽이며 나치의 수색을 피하던 안네 프랑크, 불확실한 신대륙 발견의 약속에 성난 선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콜럼버스,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패배 직전 한마디 돌격 명령으로 전세를 바꾼 북군 지휘자 체임벌린 대령….

그들은 모두 폰더씨에게 선물을 줬다. 트루먼 대통령은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을, 안네는 행복한 삶도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을, 솔로몬 왕은 지혜의 소중함을, 콜럼버스는 자기 운명에 대한 위대함을, 체임벌린 대령은 행동하고 결단하는 삶의 중요성을 각각 일깨워 준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행을 하고 돌아온 폰더씨. 그러나 그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빈 지갑, 낡은 승용차, 슬퍼하는 아내…. 과연 폰더씨에게 달라진 것은 없을까. 물론 그의 주변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신이 바뀌었다. 여행을 떠난 것은 낡은 폰더씨였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은 새로운 폰더씨였던 것이다. 이제 폰더씨는 이렇게 외친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다. 나는 결단한다. 절망하고 포기하기 보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기로.”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다. 옮긴이는 “소설임에는 틀림없지만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읽힌다. 또 교훈적 우화의 성격도 다분하다. 소설 형식의 자기계발서라고 이름 붙일 만 하다”고 말했다.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한가. 이 책은 힘든 오늘의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용기와 함께 낙관적인 눈을 길러준다.

최성욱 기자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